재학시절엔 세계사를 좋아했는데 성인이 되어선 한국사를 좋아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역사와 역사의 이면을 다루는 책을 읽으면서 한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한국사 중에서도 조선사는 나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관심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조선에 관한 신간이 나오면 꼼꼼하게 살피고 위시에 올려놓았다가 반드시 구매해서 읽는다. 다행인 것은 조선에 관한 책이 지칠 줄 모르고 쏟아진다는 것이다. 비슷한 류의 책들이 많아 아쉽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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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역사서가 넘쳐나는 건 조선왕조가 기록의 왕조였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왕조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오늘날 수많은 대중역사서와 역사소설을 탄생케 했다. 이 책 <조선과학실록>은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 일기, 상소문 등 고증된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와 과학의 만남을 시도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요즘 이종간의 융합이 트렌드이긴 하지만 조선의 역사와 과학의 융합은 어떤 융합보다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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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서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가려뽑아 다루고 있는 <조선과학실록>은 첫장부터 흥미진진하다. 오로라 현상을 하늘의 진노로 생각하고 임금에게 반성하라는 상소가 올라오고, 이순신이 만든 철갑선 거북선은 이미 태종 때부터 있었으며 철갑선이 아니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개구리 패싸움에 소현세자 일가가 풍비박산이 났으며, 성종 9년 흙비(황사)사건은 훈신 임사홍을 조선 최고의 간신으로 만들었으며, 세종의 유일한 취미인 매사냥, 종이로 은(銀 )을 만든 조선의 연금술사 이상건의 해프닝 등 역사를 과학적으로 접근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웃지 못할 이야기와 조금 엉뚱한 이야기, 놀라운 이야기와 믿기지 않는 이야기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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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소개된 22개의 이야기를 역사 교과서에 실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학생들이 역사시간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을까 싶다. 굳이 외우지 않아도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배우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니 즐겁게 배우지 않을까? 역사에서 뽑아낸 과학 이야기를 읽으며 역사는 물론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와 선조들의 지혜, 그리고 역사와 과학에 대한 저자의 깊은 식견과 통찰에 감탄했다. 국민일보에 '사이언스 토크'라는 과학 칼럼을 2년째 연재 중인 저자의 글과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생각의 기술, 메타생각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상대로 20여 년 가까이 수학을 가르치며 느낀 것은, 공부머리 특히 수학 머리는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외우고 풀고를 아무리 반복해도 공식을 대입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아이는 수학 머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수학을 잘하는 아이는 단순반복을 하지만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한다. 이런 아이는 다른 과목도 성적이 좋다. 어떻게 머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실력이 차이 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수학 머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잘 하고 안 하느냐에 따라 수학 실력이 판가름 난다. 수학의 시작과 끝이 바로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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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아이들은 수학 문제를 보자마자 계산부터 하려고 덤빈다. 그러나 <메타생각>의 저자는 이런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공부를 하면 머리가 수학에 휘말려 든다고 경고한다. "그냥 공식을 배우고, 외우고,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고, 또 풀고 ...심지어 풀이법까지 외우고 예상 문제도 외우고, 계속 이 짓을 반복하면 할수록 수학은 점점 더 괴물로 바뀌어 너의 몸을 칭칭 감아서 질식시켜 버리고 말걸?"(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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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열심히 풀지만 문제를 풀면서 생각을 안 하면 수학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저자의 지적에 공감한다. 수학 머리는 생각의 기술에서 온다는 사실을 책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첫번째 쳅터의 원 샷 스피드 계산법은 신기할 정도이다. 큰 아이에게 원 샷 스피드 계산법을 알려주었더니 재밌고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던 나나, 내 아이들도 배우지 못한 암산법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수학을 잘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이 책은 창의적인 사고를 샘솟게 하고 새로운 생각의 기술, 두뇌의 비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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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으로 사고하라는 책은 읽어 보았으나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은 <메타생각>이 처음이다. 메타생각이란 자신의 생각에 생각을 연결하고 확장시키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다시 생각하는 것’, 곧 '생각위의 생각'이 메타생각이다. 메타생각은 생각을 폭발시키는 가공할 위력을 지니는데, 생각을 잘 하려면 기본적인 바탕지식이 많아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저자는 지식만으론 생각을 잘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나 생각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힘이 있어야 하며, 메타생각은 이러한 생각의 재구성을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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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생각을 잘 하기 위한 8가지 생각의 기술과 활용법을 소설 형식으로 흥미롭게 소개한다. 생각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두뇌 구조와 심리 구조를 수학에 녹여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우연히 수학을 그림처럼 그려보면서 이미지를 이용하는 직관적 사고법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프로필이 화려하다. 낮에는 변호사로 일하고 밤에는 뇌과학과 예술의 지식융합, 법률 융합 플랫폼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메타생각이 생각을 폭발시키는 점화장치라는 말을 실감나게 해주는 저자의 약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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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회전이 빠른 사람이나 천재들은 ​분명 교과서적인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범인들과 생각하는 게 다르다. 기발하고 번뜩이며 생각지도 못한 생각을 한다. 그들에겐 분명 생각하는 기술이 있고 생각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힘이 있다. 바로 메타생각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모니터링 하고 다시 생각하는 생각의 2중 스캐닝 기법을 배우고 싶거나, 수학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 논리적이며 창의적인 사고력을 기르기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즐겁고 유쾌하게 메타생각의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