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집을 바궜더니 일상이 모험이 되었다"

이 한마디가 책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해요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다"

책의 첫 문장입니다

저자가 마당딸린 집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떠나게 되는 이유기도 해요

저자가 집을 만나는 장면은 몽고메리의 <란탄 언덕의 제인>을 떠올리게 하네요

'내 집'이 되기 위해서는 '마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던 제인과 그 아빠처럼 저자도 맞는 집을 만났을 때 '가슴이 쿵쿵 뛰었다'고 이야기 해요

집은 맞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어요

저자가 운명처럼 집을 만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요

정말 번갯불에 콩을 볶듯이 이사가 결정되고 저자는 꿈에 부푸네요

"이 집으로 이사하는 것은 하루하루 예상할 수 없는 모험길로 접어드는 거라는 사실을 그대는 알 턱이 없었다"

챕터의 마지막 문장이 의미심장 하네요

ㅎㅎㅎㅎ

다양한 사건 사고 속에서 이사를 하고 꿈꾸던 전원 생활이 시작될 줄 알았는데 저자가 만난 현실은 가혹했네요

일단은 추위. 그리고 벌레, 뱀, 가치관이 다른 이웃들과의 부딛힘까지

시골 살이는 저자가 꿈꾸었던 것처럼 낭만으로 가득차있지만은 않지요

하지만 시골집이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좋은 점도 있지요

봄이면 새싹이 오르는 각종 풀과 나무와 꽃을 만나고 새를 알게 되고...

아이들도 층간 소음따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뛰고 날마다 새로운 놀이로 신나는 일과를 채우네요

예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복병은 농사네요

철철이 절기 맞춰 심고 가꾸고 거둬야 하는데 그런 흐름을 쫓아가기엔 저자는 너무 초짜라는 티가 나요 ㅎㅎㅎ

하지만 땅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프로 농부 못지 않네요

아이들을 위해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 했지만 그 이사 때문에 만나게 된 시련도 만만치 않네요

초등 2학년을 끝으로 학교를 그만둔 첫 아이, 친구를 쉽게 만나지 못해 울음이 터지는 사춘기 둘째...

그러고보면 시골에서 나고 자란 저나 저희 신랑은 시골살이를 꿈꾸지 않아요

그 안에서만 바라본 치열한 현실을 알고 있기에 쉽게 이 안온한 현실을 떠나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네요

그런 점에서 익숙한 일상을 떠나 하루하루라는 모험으로 뛰어들 수 있었던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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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詩식회

ㅎㅎㅎ

제목이 재미있네요

한글로 써진 글자 옆에 자그마한 한자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이런 재치가 유쾌함을 주네요

필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지만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는데 욕심나는 책이 보여서 얼른 펼쳐 봤어요

필사를 해 보겠노라 펀딩하는 시 필사 노트도 구매했는데 안하게 되더라구요 ㅜ,ㅜ

구매한 필사 노트엔 유명한 시들 그득

물론 좋은 시들이긴 하지만 새로운 시를 알아가는 재미가 없어서 덜 펼치게 되나봐요

그런 점에서 이 <수요시식회 필사노트>는 플러스 알파

명시들 뿐만 아니라 잘 모르는 시들, 한시들, 심지어 수필이나 소설 같은 산문에 영화 대사까지 있네요

다양한 지문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구요

본문 밑에 짤막하게 달린 저자의 단상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저자의 필사 이야기를 읽으며 필사의 의미를 다시 새겨 봅니다

단순히 '따라 쓰는' 것 만이 필사가 아니라 저자는 필사가 더 '적극적이고 수준높은 독서'라고 이야기 하네요

손글씨를 통해 의를 더 새기게 되고 작가의 마음까지도 느낀다구요

필사에 힘이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적극 동감합니다

말에도 힘이 있다고 하는데 그를 새기는 글에는 더 힘이 있지 않을까요

저자는 나누기 위해 필사를 시작했다고 이야기하네요

저도 목적을 새기면 필사가 보다 친해질까요 ^^;;

읽으며 옆에 나란히 써 볼 수 있는 편집이 참 맘에 들어요

게다가 하드커버라 책이 상할까 하는 걱정도 내려놓을 수 있네요

개인적으로 책에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사실 살짝 고민이 되기도 해요 ^^;;

글씨 연습을 위해서도 필사와 친해지고 싶은데 그 시작으로 시는 정말 좋은 교재라고 생각해요

정제된 언어

그리고 뜻밖의 깨달음

책장을 넘기다가 이운진 님의 <슬픈 환생>이라는 시를 읽고 명치를 후려치는 충격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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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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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기도 하더라구요

저자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단상을 달았네요

이 시처럼 저자가 소개한 다른 시인들의 시들도 더 찾아읽고 싶은 시들이 정말 많아요

제가 좋아하는 소설의 한대목을 만났을 때 반갑기도 했구요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글들을 음미해 보며 필사를 재미있게 꾸준히 갈 수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