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시리즈물인가 보네요

'튤립의 날들'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너무 궁금해서 들춰본 책입니다

그래픽 노블이네요

이제껏 봐왔던 그래픽 노블들과는 조금 궤가 다른 것 같아요

일단 시작의 인상은 불친절이랄까요

ㅎㅎㅎㅎ

등장 인물 소개가 너무 간결해요

작가 서문도 없구요

심지어 역자의 후기도 없네요 ㅠ,ㅠ

책 읽을때 본문을 읽기 전에 먼저 저자의 서문이나 역자의 후기, 편집자의 소개들들을 읽으며 내용을 가늠해보던 저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만남이네요

튤립의 날들이 갖는 의미는 주인공 튤립의 일상인가 보네요

짧은 내용 속에 다양한 생각들을 해 볼 수 있도록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요

우리가 기존에 생각해 왔던 '만화'와는 조금 다른 느낌...

그러고보니 등장 인물들 이름이 모두 꽃이름이네요

주인공은 튤립, 주인공의 절친은 크로커스, 바이올렛, 달리아...

작가는 나무와 돌에게까지 역할을 부여하고 있어요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화는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네요

"얘네들은 이렇대, 너는 어때?"하고요

그런 점에서 어설픈 철학서들보다 나은 점이 있어요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한창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의 등장 인물들은 모두 조금식 어설픈 구석이 있어요

그런 빈틈이 이들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독자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요

튤립의 하루하루는 보석처럼 빛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하나하나 모아서 꿰다 보면 진주같은 깨달음이 모아지네요

책 뒤에 소개된 다른 근간들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근간으로 소개된 책들 중 튤립의 친구들이 어떻게 만나 친구가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프리퀄이 가장 기다려지네요 ㅎㅎㅎㅎ

표지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루소의 그림이 떠오르네요

열대의 자연을 자유분방하게 표현한 그 분위기 속에 들어앉은 것 같은 호기심 충만한 표정의 아이

우리가 이전에 알던 앨리스와는 조금 다른 이미지의 앨리스에요

찰랑거리는 단발머리

동그란 눈동자

이 아이는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또 앨리스야?'라고 느끼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많은 앨리스가 시중에 나와 있는데 또 새롭게 번역된 앨리스라니

그림 우리가 만나는 앨리스는 이전의 앨리스와는 무언가 다른 면이 있겠지요

저의 최애 주인공이 앨리스는 아니에요

하지만 앨리스는 만날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하는 주인공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이번 번역!!!

몇번이나 '그렇구나'하고 감탄하며 읽게 되네요

우선은 원전에 충실한 번역

대부분의 역서들이 원본에 나오는 시들을 생략하거나 했던 것에 비해 원문에 나온 시들을 충실히 싣고 있네요

사실 그보다 더 좋았던 것은 각주에요

그동안의 번역본들을 읽으며 '이 단어가 이 맥락에서 왜 등장하지'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주석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왜 그런 단어가 등장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어떤 면으로는 영한 대역으로 읽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구요

물론 이 책은 아이들 대상으로 나온 책이지만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읽으면 추억 여행도 되지 않을까요

마지막까지 읽으며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마무리도 만났어요

아마도 그동안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읽지 못했었나 봅니다 ^^;;

우리가 알고 있는 큰 줄기 만이 아니라 소소한 사건들과 단어들의 이유까지 설명되어있는 친절한 흐름의 앨리스

줄거리만 알고 있어도 사실 큰 무리는 없지만 이왕이면 이유까지 알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꼭 한권의 앨리스만 읽어야 한다면 꼭 이 책으로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

안톤 체호프를 그림책으로 만나네요

체호프의 소설은 단편 소설의 교과서 같다는 평가를 들은 기억이 있어요

실제로 만나본 소설은 '단편'이라기 보다는 '엽편'이라 할 만큼 짧은 이야기네요

"불안이 만들어 낸 병적인 집착에 관하여"

워낙 짧은 이야기다 보니 인물의 성격이나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상상의 여지가 많은 것 같아요

주인공은 원래 어떤 성격이었기에 작은 불안에 잡아먹힌 걸까요

흑백의 선이 두드러지는 그림이 더 스토리에 집중하게 하는 면이 있네요

본 내용을 펴면 보이는 것은 별이 가득한 하늘

그 별만큼이나 시적인 시작이네요

"어느 멋진 저녁, 이에 못지 않게 멋진 회계원 이반 드미트리리치 체르뱌코프는 객석 두 번째 줄에 앉아서 오페라글라스로 <코프네빌의 종>을 보고 있었다"

두페이지 나란히 놓인 그림에서 주인공을 찾기는 어렵지 않아요

그와 함께 각양 각색의 표정과 동작을 한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구요

사건의 시작은 "그런데 갑자기"

작가의 친절한 설명처럼 이 말은 사건을 부르는 말이지요

사건은 그저 재채기

재채기라는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강조하고 있어요

누구나 한다고

그렇기에 주인공도 당황하지 않고 주변에 민폐를 끼친게 아닌지 둘러볼 여유까지 가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런데 하필 폐를 끼친 상대가 직장의 상관이네요

직속은 아니지만 사과는 해야겠지요

이 '사과'가 사건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되요

주인공의 조곤조곤한 사과가 공여느이 흐름을 끊어서인지 상대는 퉁명스레 받아 치네요

"아, 앉으세요. 제발! 공연 좀 봅시다."

그대부터 불안이 주인공을 채우기 시작해요

휴식시간에도 사과하고, 다음날 사무실로 찾아가서 사과하고, 그 다음 날에도 또 찾아가 사과하고...

결국 짜증이 난 상대는 포효하듯 외치네요

"꺼져!!"

주인공은 두려움에 질려 이른바 '멘붕'의 상태를 맞아요

그리고...

쓰러지듯 누워서...

더이상 캐릭터가 아닌 하나의 선으로 표현되는 죽음

그림과 글이 절묘하게 맞물리네요

본 내용 뒤에따라오는 작품 해설이 더 공부가 되네요

작가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도 좋지만 작품 세계에 대한 세세한 안내는 언제 읽어도 좋을 것 같아요

세계 문학을 색다르게 접해보고 싶은 모두에게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