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아니라 성이 그려져 있다.

  섬과 성은 같은 의미일까?
  섬 위에 세워진 성..    더 굳게 자신들만의 성을 쌓아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경고 이구나!
 
  읽고 나니 가슴 한 켠이 서늘해져 온다.   
 어른을  위한 책,  어른의  위선을 경계하는 것인가?
  
 
  나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주변의 이웃들도,  단체나 모임들도 들여다 본다. 
 그렇구나!!  
 누구나 이렇게 자신들만의 섬을 만들고 있구나!
 그 섬만으론 모자라  성을 쌓고 날아가는 새마저 쏘아 죽이며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랬다. 
 아이들은 별 감흥없이 이 책을 보지만,  잘난척하는 어른들은 모두를 이해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그 누구도 이해하거나 배려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성을 쌓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라고 부인해봤지만,  인간 본성속에 있는 배타적인 성향을 잘 그려낸 듯하다.
 대화로 풀어가자고 하면서도  무수한 압력과 회유와 거짓이 판치는 세상을 향해 한 방 날린 것이다.
 우리는 매일 이런 상황을 보고,  듣는다.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내전,  시위,  그리고 지금 우리 정치권의 현실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소신과는 상관없이 속해있는 그룹에 따라  자신의 의사를 정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섬에 성을 쌓는 행위이다.
 과연 소신이 있기나 했던 건지 의아스러울 때도 많다.
 집단 속에 갇혀버려 개인성을 상실한 개인을 위한 추모글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도 아니길 바라며 이 글을 썼을 것이다.  
 우리들이 매일 매일 쌓고 있는 이 성이 허물어지길 바라며 이 글을 썼을 것이다..

  
  이름 불러주기.

 우리에겐 이름이 딱 한개씩 있다.  하지만 살다보니 내 이름보다는 다르게 불리울 때가 많아진다.  
누구 엄마, 여보,   심지어는 둘째야까지......   그러려니 하며 살다가 시작하게 된 독서 모임에서 나
는  비로소 이름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와든 관계를 맺고 산다.  우리들의   관계 형성은 이름을 알고 불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렇다. 비로소  이름을 불러주고 존재가치를 부여해 주어야만 살아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름이 없는 일곱째 동물들이 있다.  형들과 누나들은 모두 이름이 있어서  엄마, 아빠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만,  이름이 없는 일곱째들은 엄마, 아빠에게조차도 불려지지 못하는 그런 존
재가 되어버린다.  참 기막힌 상황이긴하지만...    이름이 없어 울고있는 일곱째 동물들은 이름을 
주겠다며   커다란 보ㄸㅏ리를 짊어지고 가는 할아버지를 뒤따른다.  
  
  드디어 보따리를 풀어놓은 할아버지는 동물들에게 "제일 늦게 나오는 이름이 가장 멋진 이름이
란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난다.  동물들은 잠시 긴장하고 기다리지만,  그 긴장은 곰에 의해
깨어진다.  일곱째 곰은 우랄이라는 이름을 들고 떠난다.  이제 다른 동물들도 모두 보따리 속에
손을 집어넣어 이름이 써진 종이를 들고 신나게 자리를 뜬다.  
  
  할아버지의 말때문에 마지막까지 기다리던 일곱째 늑대가 보따리 속에 발을 집어넣지만 더 이상
이름이 남아있지 않다.  실망한 아기 늑대는 보따리 속에서 잠을 자는데 꿈 속에서 할아버지가 나
타나 할아버지의  이름을 선물로 준다.  
  일곱째 아기늑대의 이름은 ’이름주는이’ 가 된다.  

  회색의 차분한 톤으로 그려진 잠들어 있는 늑대의 모습에 너무나 많은 슬픔과 감정이입이 되었
었던지  새로이 ’이름주는 이’가 된 늑대 주위에 가득한 이름들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나
만 그런가 했더니  아니다.  30명이 넘는 아이들 모두 안도와 행복감이 얼굴로 번진다. 

  아!!  오늘도 책읽어주기는 대성공이다.
아이들도 자기  이름을 불러주고 다른 이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더 좋은 관계로 나아가는 밑바탕이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