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가 낳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가 어느 날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주 도중 바이올린 줄 하나가 끊어졌다. 숨을 죽이고 감상하던 청중들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파가니니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남은 세 줄로 열심히 연주를 계속했다. 그러다가 연주 중 다시 한 줄이 끊어졌다. 하지만 역시 당황 하지 않고 침착하게 두 줄로 계속 연주를 했다. 그때 또 하나의 줄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끊어져 버렸다.
 그는 연주를 멈추더니 한 손으로 바이올린을 높이 치켜들며 "줄 하나의 파가니니 !"라고 외친 후 다시 노련한 솜씨로 연주를 해냈다.
 연주가 끝나자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그는 세계적인 명성을 없게 되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그 사람의 운명이 달려 있다.
('시련의 자매, 행운' 중에서 / p.10)


몇 해 전 영국의 <런던타임즈>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정의를 공모했다. 많은 사연들이 접수 됐지만 그 중에 손꼽히는 4개의 답은 이것이었다.

4위 - 어려운 수술을 성공해서 생명을 구한 의사
3위 - 세밀한 공예품를 만족스럽게 완성하고 휘파람을 부는 목공
2위 - 아기의 목욕을 막 마친 어머니
1위 - 모래성을 완성한 꼬마 아이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비싼 값을 지불하고 살 수 있는 거창한 것도 아니다. 생각보다 우리 삶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그것을 발견하고 못하고에 따라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며, 행복은 타인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고은정 <하루 한 줄 마음산책> '행운은 발밑에 떨어져 있다'  중에서...

 (p.15)


위대한 성직자로 기억되는 로버트 레이니가 사람들의 오해로 인해 그의 모든 진실이 외면 받고 있을 때였다. 누구도 그에게 손 내밀지 않았으며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척이나 괴로워했을 상황에서도 로버트 레이니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그 얘기 와서 물었다. "자네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견뎌 내고 있는 건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 나같았으면 벌써 무너져 내렸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러자 로버트 레이니가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아, 그건 자네도 잘 알다시피 나는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거든."
 모든 가정은 소중하다. 모든 사람은 사랑과 용서와 이해로 가정을 지켜 가는 행복을 누려야 한다. 가정이야말로 상처받은 모든 일을 감쌀 수 있는 최고의 치료제이다.

고은정 <하루 한 줄 마음산책> '가정은 만병통치약' 중에서...

 (p.19)


인격적으로 성숙 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

 우리가 인격적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능력들을 가져야 한다.

첫째, 현실을 건설적으로 다루어 나갈 수 있는 능력 
둘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 
셋째, 긴장과 불안에서 비롯되는 증상을 완화하는 능력 
넷째,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더 만족하는 능력 
다섯째, 도움을 주고받는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 
여섯째, 본능적인 적개심을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분출구로 승화시키는 능력 
일곱째,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칼 매닝거

고은정 <하루 한 줄 마음산책> '더 성숙한 사람이 되려면' 중에서... 

(p.22)


미국 남부의 한 신학대학의 총장으로 재직하던 제임스 레이니는 만나는 사람마다 미소 짓고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하루는 공원 의자에 쓸쓸히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보고 말동무를 해 주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2년 가까이 친구처럼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노인이 보이지 않자 걱정이 되었던 레이니 총장은 그의 집을 찾아가 “할아버지, 언제든 저한테 연락을 주시면 제가 와서 도와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노인은 레이니 총장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봉투 하나를 건네주었다. 봉투 안에는 레이니 총장 앞으로 10억 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200억 원에 달하는 수표가 들어 있었다.
“당신은 2년여 동안 나와 말벗이 되어 준 친구였소. 돈을 가장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사람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당신인 것 같소.”
노인은 코카콜라의 창시자 로버트 우드 러프였다. 

고은정 <하루 한 줄 마음산책> '친구 없는 이의 친구가 되라' 중에서... 

(p.51)


비판철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독일의 철학자 칸트의 이야기이다. 평소 그를 흠모하던 한 여인이 용기를 내어 칸트에게 청혼을 했다. 여인의 수줍은 고백을 가만히 듣고 있던 칸트가 말했다.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는 일단 도서관으로 가서 결혼과 사랑에 관련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칸트는 마침내 여인의 청혼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고 여인의 집에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여인의 아버지가 문을 열자 칸트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여인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인의 아버지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 딸은 이미 결혼해서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다오. 당신은 너무 늦었어요.”
때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결정해야 할 때도 있다. 때를 놓친 결정은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고은정 <하루 한 줄 마음산책> '머리 말고 가슴으로 결정하라' 중에서...

 (p.82)


고대 그리스 최강의 도시인 스파르타는 적의 침입을 방어하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이곳에서는 엄격한 훈련과 교육을 통해 전사들을 배출했는데 그것이 오늘날 ‘스파르타 교육’으로 이어지는 시초가 되었다. 
어느 날 스파르타 검술 교육이 있었다. 그런데 한 청년이 짧은 검을 지급받고서 지휘관에게 말했다.
“제가 가진 것은 매우 짧아서 전투할 때 불리합니다. 바꿔 주십시오.”
그러자 지휘관은 전사의 어깨를 잡고 이렇게 말했다.
“검이 짧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저 한 발짝 더 빨리 적진 속으로 들어가라. 문제는 짧은 검이 아니라 한 발짝 더 앞서는 정신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고은정 <하루 한 줄 마음산책> '한 발짝 더 앞서는 정신' 중에서..

모름지기 역사란 성공한 반역의 대가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이 바로 새로움의 창출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술의 역사에서도 부정적 욕망이 [다름]이나 [차이]의 창조에 주저하지 않을수록, 나아가 이를 위한 자기반성적(철학적) 성찰을 깊이 할수록 그에 대한 보상 공간이 크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이 책은 조형 예술의 두드러진 흔적 찾기나 그것의 연대기적 세로내리기(통시성)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그보다 이 책은 시대마다 미술가들이 시도한 욕망의 가로지르기(공시성)가 성공한 까닭에 대하여 철학과 역사, 문학과 예술 등과 연관된 의미들을 (가능한 한) 통섭적으로 탐색하는 데 주력했다. 이른바 [가로지르는 역사]로서 미술 철학의 역사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머리말'중에서 / p.6) 

서론

역사 가로지르기와 미술 철학의 역사

인간의 욕망은 늘, 그리고 어디서나 가로지르려 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유목민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다리 욕망은 물론이고 영토 욕망, 심지어 제국에의 욕망조차도 따지고 보면 <생득적>이다. 이처럼 지상(지도)을 가로지르기(횡단성,공시성) 위해 노마드nomade로서의 인간은 공간에 존재한다. 인간은 시간적 존재라기보다 공간적 존재인 것이다. 인간의 의식은 시간보다 공간의 영향을 지배적으로 받는다. 같은 시대라도 어디에 살았느냐, 어떤 사회적 구조나 환경에서 살았느냐에 따라 사고방식이 다르고 에피스테메(인식소)도 다르다. 미술사를 포함한 모든 역사가 시간의 기록이라기보다 공간의 기록인 까닭도 거기에 있다.

통섭사로서 미술 철학사는 역사의 이해와 서술에서 요구되는 통일과 건조의 과정을 [철학에 기초하여] 진행한다. 그리고 통섭사로서 미술 철학사는 철학으로의 환원이 아닌 [철학이 지참된] 미술의 역사이기도하다. 
시대를 가로지르려는 조형 욕망이 맹목과 공허를 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철학을 지참한 채 과학과 종교, 신화와 역사, 문학과 음악 등 다양한 지평과의 리좀적 통섭과 공시적 융합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수준 높은 철학적 지성을 지닌 미술가일수록 미술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반성을 우선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마티스가 [위대한 예술가는 자기 시대의 사상과 철학의 각인이 가장 깊이 새겨져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그 때문에 미술 철학사는 [미술로 표현된] 철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서론'중에서 / pp.20~21)

누구나 사고방식이 달라지면 세상도 달리 보인다. 재현 양식이 달라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새로운 철학이 새로운 미술을 낳는 것이다. 예컨대 메디치가의 코시모와 로렌초의 시기만큼 철학이 미술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정신적 지주가 되었거나 지렛대 역할을 했던 경우도 흔하지 않았다. 다름 아닌 메디치가의 이데올로기였던 신플라톤주의 때문이었다. (......) 신플라톤주의의 영향과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예술가는 산드로 보티첼리와 미켈란젤로였다. (......) 보티첼리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의 여신이나 피렌체의 여인들을 통해 [미의 이데아]를 시각적으로 이미지화함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플라톤이 레테(망각의) 강을 건너면서 잊어버렸다고 말하는 영혼의 고향과 다시 만나게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는 거기에서 일종의 하이퍼리얼이 재현되길 기대했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가 그렇듯 기독교적 시공의 실재에 구속되지 않는 보티첼리의 새로운 사유의 장 모두가 당시로서는 또 다른 하이퍼리얼이었다. 
('I. 욕망의 지렛대가 된 철학'중에서 / pp.106~115)

많은 남성들에게 [모나리자]는 그림이 아니라 살아 있는, 그리고 욕망하는 여인상이었다. 이 그림에 대해 지금까지 보여 온 남성들의 호들갑이 병적인 까닭도 그 때문이다. 더구나 거기서 암수 한 몸인 안드로진androgyne의 존재를 발견했다고 떠벌리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리스어로 남성을 의미하는 안드로andro와 여성의 의미인 지네gyne를 결합한 여성이면서도 남성인 남녀 양성인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마르셀 뒤샹이 [L.H.O.O.Q.](1919, 도판18)로 [모나리자]뿐만 아니라 인간의 초상 욕망까지도 희화한 이유 또한 다르지 않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모나리자]를 통해 잠재된 욕망을 배설하려 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나르시시즘(자기도취)과 더불어 그것을 표출하려는 초상 욕망을 지니고 있다. 화가들이 잠재된 욕망을 초상화로 표층화하면 관람자들은 그들이 그려 놓은(배설한) 초상화로 재배설하려 한다. 그렇게 해서 한 점의 초상화는 양자의 나르시시즘을 배설하는 욕망의 공동 화장실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앤디 워홀은 [서른 개가 하나보다 낫다](1963, 도판19)에서 모나리자의 복제 30장을 여섯 장씩 5열로 배치함으로써 욕망의 화장실 효과를 무색하게 한다. 그는 거대한 풍차를 거인이라고 착각하고 덤벼든 돈키호테처럼 방탄유리 안에 갇혀 있는 욕망의 블랙홀과도 같은 그 허상을 파괴하려 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콜롬비아 출신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역설적 패러디인 뚱뚱하고 못생긴 [모나리자](1977, 도판20)처럼 [모나리자]는 미술사에서 이미 해학과 골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I. 욕망의 지렛대가 된 철학'중에서

스르르 잠들고 싶을 때 :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나이가 들면서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밤이 많아졌습니다. 이럴 때 괴테의  『 파우스트 』 를 읽다 보면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스스르 잠들기도 하는데, 말이 소설책이지 마치 무슨 철학책을 읽는 것처럼 골치 아프고 지쳐서 금방 눈이 감기기 때문입니다. 괴테가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이 쓴 작품이 이렇듯 수면제로 사용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잠이 오다가도 그 소설을 읽으면 정신이 번쩍 들어 밤을 꼬박 새우기를 원할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문학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 연극, 영화 같은 다른 예술 장르에도 해당됩니다. 공연장 혹은 영화관에서 관객이 졸고 있다면 그것은 그 공연이나 영화가 졸작이라 재미가 없던지, 아니면 관객의 수준이 낮아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일 뿐 보는 사람을 재울려고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러 감상하는 사람을 잠들게 하려는 의도에서 만든 예술 작품이 있습니다. 그것도 시시한 눈군가가 재미 삼아 만든 작품이 아니라 대가가 만든 걸작 중의 걸작이 이런 목적에서 만들어졌는데,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이 그렇습니다. 바흐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든 건반악기 음악사에서 가장 뛰어난 명곡으로 손꼽히는 이 곡을 들으면서 어떻게 졸거나 잠들 수 있겠습니까. 주제가 되는 하나의 아리아와 그것을 여러 방법으로 변형한 30개의 변주곡으로 구성한 이 곡은 아마도 중간에 악장으로 나뉘지 않는 기악곡 중 역사상 가장 긴 곡임에 틀림없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도돌이표를 생략하고 50여분을 연주하지만 원래의 악보대로라면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작품이니 이 한 곡만으로 연주회를 꾸릴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1742년, 바흐의 나이 57세 때 내놓은 이 곡의 원래 이름은 '여러 가지 변주를 수반한 아리아' 인데, 그의 제자 요한 테오필 골드베르크(Johann Theophil Goldberg)를 위해 작곡했기에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라 불립니다. 당시 골드베르크는 드레스덴에 머물던 러시아 외교관 카이저링크 백작의 전속 악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백작은 과중한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심한 불면증이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는 이렇다 할 수면제도 없던 터라 침실 옆방에서 악사를 불러놓고 잠들 때까지 계속 음악을 연주하게 했는데, 당연히 바흐의 제자인 골드베르크에게도 이 가혹한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바흐는 백작에게 경제적 혜택을 받은 터라 한편으로는 은인에 대한 보답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제자에 대한 배려에서 단숨에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작곡 연대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출판 연도를 감안해 그 전해에 이 곡이 완성되었다고 가정하면 당시 골드베르크의 나이는 겨우 14에 불과하니, 요즘으로 치면 미성년자 불법 고용에 노동력 착취, 인권 유린에 해당하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혹사당한 때문인지 골드베르크는 29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합니다. 이처럼 예술가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던 시절이니, 수면제 대용으로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곡은 캐나다 출신의 괴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Glenn Gould) 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평생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 말년에 은둔 생활을 한 굴드의 공식 데뷔 음반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이고,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직전에 녹음한 음반 역시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이 곡을 연주한 그의 녹음을 디지털 기술로 완전히 복원해 야마하가 만든 건반악기로 고스란히 재현하려는 시도가 있어 그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일었습니다. 20세기를 주름 잡은 또 다른 거장 루돌프 제르킨 (Rudolf Serkin) 과 이 곡에 얽힌 에피소드도 무척 이색적이고 흥미롭습니다. 고지식하기로 유명한 이 피아니스트가 베를린에서 데뷔할 때의 일입니다. 관객의 반응이 폭발적이었고, 당연히 앙코르를 요구하는 함성과 박수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러자 제르킨은 "악보 없이 지금 당장 칠 수 있는 곡은 이 한 곡뿐이라 이 곡으로 성원에 답하겠다"며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끝까지 연주했다고 합니다. 기가 막힌 건, 지금처럼 도돌이표를 생략하고 연주하는 대신 원래의 악보 그대로 연주해 무려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이것이 역사상 가장 긴 앙코르곡일 테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이래저래 세계 최고의 기록을 보유한 셈입니다. 오늘 밤, 이 길고 긴 변주곡에 맞춰 제 잠도 진지하게 깊어지길 바라봅니다.


홍승찬  『 클래식이 필요한 순간들 』 중에서...


일본수면학회가 클래식음악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보기 위해 수면 콘서트를 열었었다고 하는데요, 
가장 수면 효과가 높았던 곡은 바로 바흐의 골드 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en)이었다고 합니다. 
이 곡은 심한 불면증으로 시달리던 카이저링크 백작이 바흐에게 의뢰하여 작곡된 곡으로, 
이 곡이 연주될 때 콘서트장에서 깊은 잠에 빠져 드는 사람들이 속출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