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 4미터나 되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그림책을 만났다.

보드책이라서 책을 세워서 아이 들레에 쭉 펼쳐 놓고 봄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로즈라우스 수잔네 베르너는 독일사람이라서 독일의 한 마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 이 책 수잔네 봄은 글자는 없지만 사람들의 대화를 직접 만들어서 할 수 있는 상상력을 키운다. 기차역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가방을 들고 바삐 어디론가 가는 사람 , 누군가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표정들이 너무 재미있다.

광장에는 뛰어 다니는 사람들과 걸어가는 사람들로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신나는 모습을 관찰 할 수도 있다.

문화 센터에서는 전시회가 열리고 시낭독회를 하는지 사람들이 보인다.

농장에서는 가축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어 먹는 모습은 우리네 농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원에서는 한가로이 산책하는 사람들, 뛰어 노는 아이들, 봄햇살은 그림 사이사이 그득하고 나른해 보이기까지 한 봄의 일상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는 독일의 한 마을풍경을 보면서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저기서 웃는 얼굴들을 보면 아이와 나도 덩달아 웃게 되고 화를 내는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아이랑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하고 대화를 나눠 본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봄의 날씨가 가득 펼쳐져 있는 그림책 속에서 푹 빠져 있다가 우린 현실로, 아이방으로 돌아 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그림책을 만났다.

벽을 따라 빙 둘러 놓고 그림 감상하는 것, 숨은 그림 찾기를 해 보기도 하며 그림책을 읽어도 보고 그냥 눈으로 보기도 할 수 있었다.

오랫만에 상상력을 동원하며 글자를 머리 속으로 그려 가며 읽는 책 하나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여름이 되자 수잔네 마을에도 봄과는 다른 변화가 생겼네요.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는 장사가 잘되고 있어요. 스쿠터 가게에서는 스쿠터를 수리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농장의 당나귀도 여름이 되서 기분이 좋아 보이고 딸기를 몰래 따먹는 모습이 너무 웃겨요. 카센타와 주유소의 풍경도 나른한 여름이라서 그런지 주인아저씨의 모습이 나른해 보이기만 하네요. 여름은 사람을 늘어지게 하는 작용을 하지요. 생선가게 고양이는 참 좋겟어요. 주인아저씨께 생선을 실컷 얻어 먹을 수 있으니 말이예요. 기차역엔 펭귄 풍선을 놓쳐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리고 강아지를 끌고 가던 주인은 끈을 놓쳐서 강아지를 따라 가는 모습이 재미있어요. 변함없이 문화센터에서는 강좌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아이들은 역시나 싸우고 티격태격하네요. 여름엔 소나기가 갑자기 내리는 것을 예측할 수 없어요. 비가 올 때, 사람들은 신문을 뒤집어 쓰고 가거나 대야처럼 생긴 도구로 비를 피하려고 머리에 쓰고 달려 가는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 장면이지요.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가는 모습을 보며 여름에 갑자기 비가 내렸을 때를 떠올리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던 기억을 아이와 함께 해 보았답니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한사람 한사람의 표정들이 봄에 이어서 여름에도 즐겁게 합니다. 비가 그치고 공원에 나온 사람들은 일광욕을 즐기고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즐겁게 뛰노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나 여름 풍경은 사람을 즐겁게 히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표지의 나무는 눈을 가뜩 이고 있는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한장을 넘기면 흑백사진 속에 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눈이 내려도 그 자리에 있고 봄이 오면 푸른 잎을 먼저 달기고 하고 꽃이 먼저 피기도 하는 나무도 있습니다. 순서는 바뀌더라도 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습니다. 여름이 되어 비가 내리고 나뭇잎이 더 파릇파릇해집니다.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면 아무 향을 뿜지 않습니다. 열매가 익기 전에 새나 사람이 떠 먹으면 안되니까 그렇게 하나 봅니다. 그리고 열매가 맛있게 익으면 단내를 풍기며 먹어 주길 기다립니다. 그래도 나무는 알지 못하지만 제 할일을 다하며 하늘을 이고 서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나무는 추운 겨울에 대비하여 잎을 떨어뜨려서 조금이라도 양분을 간직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것도 나무 스스로는 알지 못하지만 묵묵히 그렇게 합니다. 추운 겨울을 나무는 꿋꿋하게 그 자리에 서서 겨울을 이겨냅니다. 그리고 다시 봄이 오면 파란 잎을 다시 달고 서 있습니다.   나무는 참 묵묵합니다. 비가온다고, 바람이 분다고, 눈이 와서 춥다고 불평불만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제 할 일만 다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서 있습니다. 그런 나무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조금만 힘들어도 힘들어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리고 투덜거리며 온갖 인상을 쓰며 도망치려고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나무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항상 그 자리에 서 있지만 시원한 그늘을 주고, 맛있는 열매를 주고도 아무 댓가를 바라지 않는 나무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나무처럼 묵묵하게 자기 일을 다 하는 사람이 되자는 약속을 하기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