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네살까지 이발사로 살다가 가신 분의 이야기란다. 아흔네살까지 산 것도 대단한데 그 나이까지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니 더더욱 대단하다. 사실 그런 이야기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도 일하는 사람이고, 예순살 퇴직하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할까 고민이 되기도 하기에 그러하다.
가토 스가 할머니의 인생은 그 시대에 살다가 가신 분들의 삶과 비슷하다. 현대인들이야 가토 스가 할머니의 삶이 드라마틱하게야 느껴지겠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전후세대의 삶이 가토 스가 할머니와 많이 다르지 않을 듯 싶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중퇴를 하고 이발소에 들어가 수련뒤 이발소 자격증을 따내어 남편과 이발소를 경영하게 되고, 전쟁으로 남편이 전쟁터에 나가서 귀머거리가 되어 돌아오게 되나, 곧 교통사고로 이별을 하게 되는 삶은 참 질곡스러운 삶이다. 그러나 좌절하고 고통스러워할 여력이 없었던게 그녀의 삶의 원동력인 것 같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두 딸과 시부모님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히려 낮에는 이발일로, 저녁 5시부터 7시까지 암거래, 밤 8시부터 11시까지 헌옷 장사, 그리고 집에 돌아가서는 집안일을 했다고 한다. 죽기살기로 일 한 그녀이다.
이 책은 일의 신성함, 일의 소중함만을 다룬 책은 아니다. 물론 일이라는 것을 그녀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기는 했다.
'나만을 위해서 일한다'는 마음이었다면 지금까지 일을 계속할 수 없었을 겁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일한다'고 생각햇기 때문에 여태 일할 수 있었던 거죠. 젊은 사람들 중에는 '남을 위해 일한다'는 것, '세상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맣아요. 그래서 어떤 일을 할지 몰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거나, 이 회사에서는 자신의 적성을 살릴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기껏 구한 일자리도 때려치우곤 하죠.
하지만 주위사람들을 위해 일한다는 의미를 이해하면 그리 쉽게 그만둘 수 없을 거에요.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밖에 보지 않게 되지요. 고객을 들고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p35~36-
남을 위해 일하라. 사람이 책임감이라는 게 있으면 솔직히 쉽게 그만두지 못하기는 하지. 그리고 일이라는 속성 중에 봉사정신이 또 깃들어있기도 하고... 따라서 그녀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비록 일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일을 통해 개인의 행복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하기에 봉사정신 그것 하나로 그 일을 평생하라고 하면 개인에게는 그녀의 말은 그릇된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기는 하다. 그러나 오히려 이익추구만을 위해 일하는 현대인들에게 일이 가지는 봉사정신에 대해 깨우쳐주는 바가 크다. 더불어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그녀의 일에 대한 가치관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일상과 그녀의 삶에 대한 자세, 세계관이다.
일본전쟁으로 인해 그녀는 방공호속에서 대피하다가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다. 그리고 소중한 남편도 잃었다. 또한 자신의 가업을 이었던 둘째 딸내미는 60대에 암으로 먼저 세상을 등졌다. 그러기에 그녀는 최대의 효는 부모보다 하루라도 더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삶을 살았던 그녀이기에 그녀의 말에는 진정한 철학이 담겨져 있다. 비록 그녀가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직적접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절대 일본이 군대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간접적으로 그녀의 세계관을 알 수 있다.
삶이란 내 뜻대로 전개되지 않는다. 오히려 늘 예상치 못한 방면으로 풀리기 일수이다. 그러나 인상찌푸리고 꽁하니 있다고 운명이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살기위해, 특히 나를 바라보고 또 내게 의지하는 내 가족을 생각해서 더더욱 열심히 일하며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다시한번 나의 일의 소중함과 살아있음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는 한권의 책이었음.
참, 개인적으로는 절약과 인색에 대한 그녀의 생각에 100% 동감했음. 내 사사로운 사치는 꾹 참아도 주변인 돕는데 돈 아끼지 말을 것. 절약하며는 살아도 써야 될 데에 돈 쓰는 것 인색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