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교육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여자의 행복 중 하나가 아이가 잘 자라서 훌륭한 인물로 올곧게 성장하는 것은 여자의 큰 기쁨이 분명하다. 따라서 엄마들은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그것이 아이가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든 없든 주입하게 되는데 여기서 엄마의 착각이 시작되는 것이다. 저자는 훌륭한 중등과학교사임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자기의 아이앞에서는 일반 엄마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착각을 하고 아이의 유의미적 성장을 도모하기는 커녕 방해하고 후퇴하는 실수를 한다.

정말 잘 읽은 책이다. 초반부에는 어쩜그리 나처럼 입덧을 심하게 했는지 동질감을 느꼈다. 나도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입덧을 했고 결국 회사에 병가도 내고 맨날 아프다고 울고 또 울고, 아픔을 잊으려 잠만 자다가 다행히 의사가 5키로 빠지니 약을 처방해 줬는데 그 약 먹고 사람 되었는데... 그리고 아이를 낳고는 애는 그냥 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정말 당황스러웠고 그 여파로 아직도 둘째를 안 낳고 있다. 사실 피부과약을 주기적으로 먹다보니 임신을 할 수 없는 여건이기도 함. 하여튼 유아교육의 핵심은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이다.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늦게 걷는다고 아이의 지능이 뒤쳐지는 것은 아니다. 그 아이는 조심성이 많아서 일 수도 있다. 전교육과정에 있어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발달촉진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기본이나 특히 유아교육에 있어서는 그 중요성에 강조에 강조가 흠이 없을 것이다.

아이는 유치원 교육과정에 들어가면 엄마는 조바심이 더욱 난다. 좀 늦게 걷고, 좀 늦게 대소변을 가리는 것으로도 엄마는 벌써 조바심을 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교육과정 속에 들어가면 엄마는 내 아이가 다른 아이에 비해 뒤쳐지는 것을 그냥 보고 있지 못 한다. 이때부터 뭔가 미리 조기교육 시작하면 아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착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채 아직 감각조작기인 아이에게 한글교육을 시킨다. 아이가 다행히 흥미를 느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는 학습의욕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는 훌륭한 교사이다. 일반 중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쳤고, 과학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열성적이었으며, 심지어 춘천농공고에 가서는 기존의 학습방법과 기대치를 버리고 그 학교의 학생들 수준에 맞게 학습수준과 방법을 택하여 교육하였다. 정말 모범적인 학교 선생님이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에게 있어서는 평범한 엄마였고, 자신의 아이는 자신처럼 과학도가 되길 바랬다. 그러다보니 아이의 특성과 소질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아이를 자신의 욕구에 맞춰 가르치는 과외교사 엄마가 되었다. 아이는 다행히 순해서 반항하지는 않았지만 엄마는 그런 아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다 아이가 예고에 진학하겠다고 하는 순간 엄마는 당황과 좌절을 느끼면 남편과 상의하게 되었다. 정말 바른 가치관을 가진 수용적태도의 남편으로 인해 아이는 자신의 꿈인 애니메이션 공부를 위해 예고를 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게 된 아이는 일본어도 독학하고, 일본에 있는 대학교로 혼자 유학도 가게 된다.

공부란 무엇인가? 그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교육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내 기대에 맞춰 아이를 키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성에 좌절하게 될까봐 쉬운 길로 가게 하려고 교육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서 성장한다. 실패와 좌절을 많이 겪을수록 그것을 발판삼아 아이는 더 많이 성장하고 더 큰 그릇의 아이가 된다. 이때 교육은 아이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아이의 가능성 발현을 위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남편이 생각났다. 그 사람에게 이 책을 꼭 읽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들었다. 남편이 교육자이기도 하고, 또 내 아이의 교육은 나혼자서만 하는게 아니라 부부가 협심하여 해 나가는 평생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처럼 나도 열심히 직장생활의 열의를 가지고 평생 공부하는 자세로, 늘 노력하는 자세로 해 나가야겠다는 부끄러운 반성도 했다. 강추하는 책이다.

퇴근 후 집에 가보니 책이 어제 배달되어 왔다. 나는 무심결에 “책이 왔네.”했다. 그 말을 옆에서 들은 딸내미가 “엄마, 내 책이야?”하고 묻는다. “응, 니 책이야. 어떻게 알았어?”하고 응수하니깐 딸내미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저녁밥을 먹는 내내 책을 껴안고 있는다. 내가 먼저 밥을 먹어서 밥 먹는 딸에게 “엄마가 책 읽어줄까?”하니깐 그렇게 해달란다.

파울은 놀이터에서 ‘싫어’가 담긴 봉투를 발견한다. ‘싫어’들이 어찌나 이쁘게 반짝이던지 파울은 그것을 가지게 된다. 그때 엄마가 파울을 부르며 집에 가자고 한다. 파울이 대답하려는데 봉투속 ‘싫어’가 먼저 튀어나오면서 파울은 자기도 모르게 ‘싫어’라고 대답한다. 엄마가 몇 번이나 집에 가자고 했지만 파울은 계속해서 싫다고 대답해 결국은 집에 끌려 간다.

집에 도착한 파울은 옷을 벗으래도, 잘 걸어놓으래도 계속 ‘싫다’고만 대답하고 그때마다 주머니 속의 ‘싫어’들은 반짝이며 튀어나온다. 엄마가 저녁밥을 해주는데 소시지 더 먹을래?했는데, 파울은 더 먹고 싶어서 ‘네’라고 대답하고 싶은데 속마음과 달리 또 주머니에서 ‘싫어’가 튀어나온다. 목욕을 할 때도, 잠자리에서 엄마가 오늘 하루 파울 때문에 속상했지만 뽀뽀해주고 화해하자고 해도 파울대신 주머니의 ‘싫어’가 먼저 나와 싫다고 한다.

이쯤 읽어주면서 싫어를 얼마나 많이 내뱉었는지... 읽어주는 나도 싫고, 듣는 딸내미는 별 반응 없는데, 옆에서 같이 듣던 할머니가 한 대 때려주라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서 5살이 넘어가면 자기 주장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면서 부모의 말을 거역할 때가 있는데, 이 동화를 읽으니 아이는 별 생각없이 ‘싫어’를 남발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생각해보면 딸내미도 우선 ‘아니’를 말한뒤 오케이 사인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때 그때 화내지 말고 아이의 발달 상태의 특징을 알아서 엄마가 감안하고 대처하면 좋겠다라는 싶은 생각이 들음.

마지막 1페이지를 남겨두고도 계속 ‘싫어’를 말하는 파울 때문에 읽는 내가 좀 긴장했다. 사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싫어’를 말한다. 결국 반전하기는 하지만... 남의 물건 함부로 가지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까지 드는 건 나 혼자만이 그런 것일까?

이 책은 싫어라고 말하며 반항하는 아이에게 어떤 뚜렷한 가르침을 주던지, 또는 부모가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똑부러지게 조언을 알려주지 않는다. 자꾸 싫어라고 말하는 아이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아이와 엄마 모두 뭔가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