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이란 무엇인지 참. 어제 입양아에 대한 에세이를 읽었을 때도 나는 이렇게 격하게 슬프지 않았다. 고아들의 현실이 안타깝고 안쓰럽기는 했지만 지은이가 그들의 슬픔을 강조하기보다 입양한 이후의 이야기를 담다보니 슬프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근데 불타는 금요일 밤, 아니 이젠 토요일 새벽이 되었군... 이 요망한 책이 내 눈에 눈물 그렁그렁하게 만드네. 사람도 아닌 고양이가 말이야. 고양이 주제에 어찌나 날 서글프게 만드는지.. 내가 말야 올빼미 이야기 읽을때도 안 슬펐는데... 엉엉엉.

 

 

책 읽고 울컥한게 몇 년만이냐. 중 3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다가 제제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진짜 눈물 뚝뚝 흘리며 읽은 뒤 두번째 책인거 같다. 백혈병 소녀 이야기에도 난 울컥하지 않았는데... 에스프레소 한사발 들이킨 후의 독서라서 그럴까? 분명 주인공은 고양이와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들을 아주 오래 누린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의 생명이 서서히 끝나가는 과정을 읽자니 목이 콱 멕힌다. 인간이건 동물이건 상호간에 진지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면 종을 초월하여 삶의 동반자로 맺어지는 것 같다.

 

 

아이가 없는 부부. 고양이 한마리를 심사숙고하여 데려온다. 그냥 골라오는게 아니라 몇 주에 걸쳐 삘이 올 때까지 보호센터를 들락날락한다. 그리하여 한마리 작은 고양이를 데려오고 그 이후 고양이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고양이를 혼자 남겨두고, 비록 캣시터를 섭외해놓고 둘이 여행을 갔긴 했으나 막상 별로 유쾌하지 못한 그들. 그 뒤로 다시는 둘이 같이 여행가지 않고 번갈아 갔다온다. ㅋ 나에게는 딸내미가 그런 존재인데 그 부부에게는 고양이가 그런 존재였고 그들의 모든 결정에 고양이는 항상 제 일순위 고려 대상이 된다. 고양이가 아침마다 경쾌하게 그들의 침대로 다가오는 장면, 그들이 말다툼을 할 때 꼬리를 흔들며 쳐다보는 장면 등은 정겹기 그지 없다. 키우는 만큼 더 큰 행복이 그들을 감싸주는 것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신사 고양이, 듀이, 오늘의 네코무라씨 등 고양이에 관한 책을 읽었지만 이번이 젤루 찔끔했던 시간이었다. 고양이는 행복했어요라는 책이 있던데 그거 내용을 대충 아는 나는 아직도 못 읽었다. 이 책이 이런 내용인줄 알았으면 안 읽었을 것 같다. 모르는게 약인거 같다. ㅎ 사람마다 감수성이 달라 뭉클하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감정의 정화의 시간을 오랫만에 가져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