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해즈빈이라... 여기서 해즈빈(has been)이 무슨 뜻이지? 제목이 나의 시선을 이끌었다. 그리고 나의 선택은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학교에서 내내 톱만을 달렸던 그 많던 수석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비록 나는 수석 여학생은 아니었지만, 우수한 그녀들이나 나같이 평범한 여자들이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한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을 잃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시기 적절하게 괜찮은 책을 접한 것 같다.

 

주인공 리리코는 변호사 남편과 결혼하여 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전업주부이다. 시부모님을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은 도쿄대학을 나온 우수한 인재가 집에서 쉬는 것을 아쉬워하며 그녀가 다시 사회에 복귀하길 희망한다. 특히 그녀가 고용보험센터에 들락날락거리는 것을 보고 그녀의 재취업은 기정사실화된다. 그러나 그녀는 실업수당을 타기 위해 고용보험센터에 갈 뿐이다. 거기서 추천하는 수업을 듣다가 리리코는 예전에 탑학원에서 같이 S반에서 공부하던 남자아이 구마자와를 만났다. 그 남자아이가 던진 말. 해즈빈... 한 때 잘 나갔던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한물간 사람이라며 그녀에게 아픈 현실을 꼬집어 준 구마자와.

 

항상 최우수 성적을 내던 리리코. 그녀는 도쿄대학을 졸업하고 세계적인 대기업에 최우수 성적으로 입사하지만, 그곳에서 인생 최초 난관에 부딪친다. 회사의 프리젠테이션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리리코의 성공가도 시계는 멈추게 되었고, 점점 그 시계는 뒤로 돌아간다. 사무실내에서 허드렛일만 하더니 결국 고객봉사팀으로 좌천되고 결국에는 회사를 그만두게 되던 때에 변호사 남편의 구애를 받아들여 결혼을 하게 된다. 사실 리리코에게 결혼은 도피처 같은 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남편과 시댁식구들은 자꾸 리리코에게 복귀를 종용하고, 심지어 남편은 임신도 제안한다. 사실 리리코에게는 동생이 하나 있을 뻔 했었는데, 리리코의 풍진이 엄마에게 옮아서 엄마는 낙태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가 있었다. 그것이 그녀에게 암암리에 영향을 끼쳐 리리코는 남편의 애타는 소원에도 불구하고 아기 갖는 것을 거부한다.

 

현대 여성의 나약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책이 아닌가 싶다. 비록 이 책이 우울한 해즈빈들에게 바람직한 해답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을 외면한 많은 해즈빈들에게 있는 방황하고 좌절하는 해즈빈의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것 자체만으로도 이 책이 해야할 일은 다 한 것 같다. 사실 치유의 첫 번째 단계가 현실 수용이 아니던가? 아니 현실 거부였던가? 자신의 삶이 자신의 본모습과 해리되어 있다는 것조차 까먹었던 여성들에게 의미 깊은 한 권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울한해즈빈

우리 대한민국은 각종 루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 자살한 안재환씨 사채의 주인이 최진실이라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억울한 최진실씨가 자살한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많은 반성을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연예인 장자연 자살과 관련한 여러 가지 추측성 기사가 또 난무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작년 9월 위기설, 올해는 3월 위기설 등으로 대한민국에는 루머가 잠잠할 날이 없다. 그런 와중에 출판된 [루머의 루머의 루머]가 내게로 왔을 때 나는 그 자리에서 새벽녘까지 한 번에 다 읽을 수밖에 없었다. 중간 중간 잠에서 깨는 아기에게 젖을 주며 한 번에 다 읽어내 버렸다.

 

어느 날 클레이에게 소포가 배달되어 온다. 발신자는 안 적혀있다. 뜯어보니 그것은 2주전에 자살한 해나 베이커의 육성 테이프였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안에 총 13명이 그 테이프를 받아보게 될텐데 그 13명은 자신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클레이는 해나를 짝사랑한 죄밖에 없는데, 자신이 왜 해나의 자살 테이프를 들어야하는지 경악스러울 뿐이다. 총 7개의 테이프를 하나하나 들어가며 해나가 언급하는 장소에 가보기도 하는 클레이. 해나는 한명 한명 자신의 루머와 관련된 인물들이 어떻게 자살에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한다. 클레이는 언제쯤 자신의 이름이 언급될련지 가슴을 졸이며 듣게 된다.

 

해나는 소문과 달리 그렇게 행실이 나쁜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그러나 남자아이들이 장난삼아 퍼트린 소문은 해나의 본모습과 다르게,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학교 내에 퍼져나가고 그녀는 점점 자신을 고립시킬 수 밖에 없었다.

“떠도는 소문과 거짓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이 되어버렸으니깐...”

라고 그녀는 자조한다. 소문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본모습을 몰라주기 때문에, 그네들이 거부하면 할수록 더 많은 거짓된 소문이 생겨날 뿐이기에 그네들은 삶을 포기해버린다. 안타까운 생명들이 그렇게 지상의 삶에서 아스라이 멀어져가는 것인데, 몇이나 그네들을 추모해 줄까?

 

모범생 클레이에게 왜 테이프가 전달되어 왔는지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어서 끝까지 해나의 목소리를 쫓아간다. 그렇다고 소설이 해나의 자살과정과 관련된 사실 전달로 그렇게 허무하게 끝나지 않는다. 주변에 자살 사인을 보내는 묵언의 제스처를 알아보고 클레이는 해나의 자살은 막지 못했지만 다른 학우에게는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치며 끝나게 된다.

 

혹시 나는 가벼운 이야기 소재로 다른 이의 소문을 입에 담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는 소설이다. 누구나 한번은 꼭 이 소설을 읽고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반성하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내가 무심코 던진 돌맹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항상 돌아봐야 할 것이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급변하고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나쁜 소식을 끊임없이 전달하다 보니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비관주의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비관적인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다보니 정신차리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의 파란별 지구가 곧 멸망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거기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를 시발로 제 2의 대공황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매스컴은 직장을 잃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직장인들을 생산해내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는 소시민으로 하여금 세상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나쁜 일은 언제나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열역학 제2법칙은 엔트로피는 증가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인다고 한다. 무질서와 혼란이 증가하게 되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하지만 암울한 결론으로 끝내기 전에 우리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똑바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TV나 인터넷, 책 등에서 떠들어대는 사건들은 전체적인 숲에서 바라본다면 극히 일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나쁜 뉴스가 더 잘 먹히고 많이 팔리기 때문에 매스컴에서는 나쁜 뉴스 위주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어떤 일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왜곡된 여과장치를 통해 이 세상을 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낙관주의는 현재에서 좀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 수 있는 우리가 만들어낸 효율적인 장치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옵티미스트를 모든 것에 대해 긍정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난과 역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내어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으로 정의내렸다. 비관주의자는 절대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 채 절망의 상황에 그대로 머물러져 더욱 더 어려워질 뿐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살아야 되지 않을까? 행복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누구에게나 적용이 가능한 개념은 아니다. 그러나 비관주의자보다 낙관주의자가 행복하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돈에 집착하여 돈만 많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선진국민이라고 개발도상국민에 비해 비례해서 행복하지는 않다. 1998년, 2002년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방글라데시아 국민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즉 행복은 돈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하위권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행복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주변사람들은 물론 정부, 경찰, 사법제도에 대해서도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국가에서는 부유한 국가에 살아도 사람들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불행한 것은 우리 사회에 대한 불신감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경쟁만을 강요하는 사회는 시민 대 시민의 적대적 관계를 유도하기 때문이 아닐까?

 

로빈슨 크루소나 헬렌 켈러는 아주 불행한 상황에 처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못 가진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어려움을 해결해나간다. 우리가 혼자서 무인도에 갇히거나 눈도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고 말도 못하는 병에 걸리면 과연 비관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보고 이겨낼 줄 아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진정한 옵티미스트라는 말은 그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상에 악인이 49%이고 선한 사람이 51%이면 결국 세상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1년에 10달러를 벌어도 9달러 99센트를 쓰는 사람은 결국 부자가 되어 행복해질 것이고, 10달러 1센트를 쓰는 사람은 결국 적자를 거듭하여 힘겨워질 것이다. 우리는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옵티미스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에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긍정 코드 100가지가 있어 우리는 세상은 분명 바람직하게 변화해간다는 확신을 얻는 기회를 제공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