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생에서 왜 자기만 불행한 것인지, 왜 이렇게 나에게만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생기는 것인지, 왜 나는 좀 더 좋은 조건을 갖추지 못 했는지 등 여러 가지 불만을 토로한다. 그렇지만 나도 이 고난을 이겨보리라 마음을 먹고 힘차게 새 출발을 한다. 처음에는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난이 찾아오고 몇 개 되는 장애물은 쉽게 극복하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이때 우리는 다시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 하고 세상만 원망하며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여기 인도기러기가 있다. 인도기러기는 히말라야산맥을 넘는 장대한 비행을 하는 철새이다. 주인공 티오는 연습비행을 하면서 항상 뒤에서 불평불만을 쏟아놓는다.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해야 되는 것인지... 히말라야 산맥을 넘으면 초원이 있다고.... 흥, 쳇... 드디어 출발하는 날이 되었고, 인도기러기떼는 대장의 리드에 맞춰 높은 산을 몇 번을 넘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카라코람 산맥을 넘기위해 고도를 최대한 높이는 순간 할아버지가 추락했다. 티오는 쏜살같이 내려갔으나, 할아버지는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지만 온통 새하얀 눈밭이고, 기러기떼에서 티오는 이탈된 것이었다. 다행히 조장 수리가 자신을 찾으러 왔는데, 둘 다 눈사태에 갇히게 된다. 정말 첩첩산중이라더니...

 

눈사태에 갇힌 티오는 절망만 하는데, 수리는 눈을 파내기 시작한다. 나중엔 티오도 돕게 되지만 파도 파도 끝이 없고 결국 티오는 또 절망한다. 그러나 수리는 계속해서 열심히 눈을 파낸다. 눈에 갇혀있기 때문에 곧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티오는 이대로 죽는가 싶었는데, 수리가 자신의 깃털을 뽑아내 둥지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수리가 티오에게 하는 말.

 

“ 절대로…포기하지…마렴, 절대로! 설령 세상이 널 버린다 해도…네가 먼저 세상을 버려서는…안 돼!”

 

그렇게 수리의 희생으로 티오는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다행히 다른 기러기들이 티오를 구하러 왔다. 자신은 눈 속 깊숙이 묻혀 있다고 예상했는데, 머리 위에 쌓여 있는 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자신이 조금만 힘을 냈다면 수리도 같이 살 수 있었으리라 후회를 하며 전의를 불태운다. 그렇게 산맥을 넘고 나타난 풍요로운 초원에서 아버지는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무리를 이끌고 떠났다. 티오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구하러 온 기러기와도 헤어지고 방황을 하다 태평양을 건너 반대편으로 가게 된다. 거기서 동물원에 스스로 들어가 안락한 삶을 살게 된다. 우리도 안락한 삶을 행복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동물원의 삶은 자유를 희생해야 한다. 결국 티오는 다시 동물원을 탈출하며 자유롭게 살기위해 비상한다. 바깥으로 나온 티오. 바깥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시 후회한다. 어쩜 우리네 삶과 이다지도 닮았는지...

 

태평양을 건너 고향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청명한 가을이 왔다. 그러나 티오는 또 주저한다. 자신이 어떻게 태평양을 건널 수 있냐며 하루하루 다음 날을 기약한다. 연습 좀 더하고 출발한다고. 그러다가 겨울이 왔다. 봄에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티오는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는데 어느새 익숙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내 자신을 이겨내지 못하는 삶의 연속이다. 우리네 삶은 우리가 선택해서 살아가야 하는데, 주변상황에 의해 우리의 삶이 선택되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티오는 가우치를 만나서 그의 도움으로 하후까지 끌어들여 태평양을 건너는데 성공한다. 태평양을 건너면서 숱한 좌절이 있었지만 결국 성공한다. 티오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가우치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하후는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러 죽음의 선을 넘어 온 것이다. 마지막에 가우치의 장렬한 희생은 정말 마음을 아프게 한다. 희생도 자신의 선택이고 그것도 행복이라는 것. 누군가의 희생으로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 이 세상에 헛된 죽음은 하나도 없다.

 

정말 한창욱 작가의 글놀림에 미친 듯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훌륭한 작품은 힘들이지 않고도 쫘악 흡수되는 법... 이제 나도 숱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리라 마음먹었다. 어둠의 시간 속에서 희망의 빛을 스스로 밝히는 옵티미스트의 정신으로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때 가능하리라.

바다를건너라

철없는 어린 시절에는 철학과를 나온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되었다. 순박한 나의 눈에는 자기의 육신을 이용하여 땀을 흘려 정직하게 돈을 벌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진리였다. 그런데 머리로 사유하고 고민하는 철학자들의 모습이 한심스럽고 세상과 동떨어진 문제로 씨름하는 것으로만 보였으니깐 말이다. 그러나 중학교, 고등학교를 진학함에 따라 내게도 제 2차 성장이 다가오고 사춘기를 맞이하며 드디어 나의 존재가치에 대해 의심을 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나는 무엇을 위하여 사는 것일까? 또, 세상에 태어난 값어치를 무엇으로 해야하는지 학업도중 성적이 떨어지면, 내 자아가 불안해지면 그런 의문을 품었다. 나도 조금은 철학하기 시작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철학자들의 말이 당장 먹고 사는 것과는 조금 괴리되어 있을지는 모르지만 삶에 있어서 결코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시대를 만든 10인의 사상가가 나온다.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맹자,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 무함마드, 세종, 뉴턴, 공자... 그들의 사상에 대해 알아보자.

 

최초의 철학공동체를 세운 피타고라스! 우리에게는 중3 수학책에 직각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은 각각의 이웃변 제곱의 합과 같다라는 피타고라스의 법칙으로 유명한 수학자로만 알려져 있지만 플라톤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철학자이기도 하다. 만물은 수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한 그의 철학은 합리적 사유의 원조이기도 하다.

 

철인정치 구현을 위해 노력한 현학자 플라톤... 그런 플라톤이 왜 호메로스를 질투했을까? 일리아드에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길래 그러는 것일까? 신들이 인간세상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았던 당시의 그리스인 눈으로 보여준 일리아드는 그리스 자연철학의 결과였다. 엄청나게 사실적인 전쟁장면의 묘사. 그것은 세계를 관찰과 연구의 대상으로 본 그들의 세계관이 드러나있는 작품이었다. 너무나 참혹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플라톤은 일리아드를 금서로 주장한 것은 아닐까?

 

서양세계관의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아리스토텔레스. 그는 왜 스승 플라톤의 이데아 제국을 거부하였을까? 플라톤은 세계를 이상과 현실로 구분하고 영원불멸한 이데아의 세계 건설을 주장하며, 개체는 단지 보편자의 특성을 나눠가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보편은 개체 속에 실재할 때만이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보았고, 삶의 의미는 행복해지는 것으로 보았다. 과연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냐며 역성혁명의 기반을 만든 맹자. 민심이 천심이과 권력의 원천이기에 백성을 괴롭히는 왕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양의 지식이 사물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적 지식이었다면 동양의 지혜는 수신제가하여 치국평천하하도록하는 인격수양의 밑거름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유학사상은 부패하고 민심을 잃은 고려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이 건국될 수 있는 배경이 되지 않았을까?

 

지구중심이론에 종지부를 찍은 사나이. 코페르니쿠스. 그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은 2000년 동안 지구 주위를 돌던 태양을 멈추게 하고, 우주의 중심 지구를 변방으로 물러나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대담하고 획기적인 발상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철학적 사유에 따른 그의 결론은 지구중심이 아니라 태양중심이었던 것이다. 철학자의 사상은 군중의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진리를 찾는 것이 철학자의 간절한 임무라 생각하기에 그는 36년 동안 가슴에 묻어둔 사상을 책으로 펼쳐낸 것이었다.

 

피사의 탑에서 자유낙하 실험을 하고, 샹들리에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진자의 원리를 발견하고, 망원경을 만들어 태양의 흑점과 울퉁불퉁한 달의 표면을 발견하고, 태양중심이론을 주장하다 교황청에 끌려가 자신의 이론을 거부하고 재판정을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읊조린 갈릴레이. 그는 실험적 방법에 의하여 자연의 진리를 탐구하는 근대과학의 시초였다. 과학자들의 생각하는 방식이야말로 철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서양의 끊임없는 공략을 받는 이슬람제국의 정신적 지도자 무함마드. 그는 삶 그 자체에서 종교를 추구한 수도자이다. 이슬람교를 창시한 무함마드는 꾸란을 통해 이슬람인이 깨어있는 삶을 살아가게 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하는 삶으로 살아가게 도와준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슬람하면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인지...

 

플라톤이 그토록 실현시키기 원했던 철인정치. 그것은 조선에서 세종시대때 가능했다. 그런 세종이 애민정신을 담아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것은 한글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근데 왜 세종이 철학콘서트에 등장하게 되었던 것인가? 한글에는 그 시대의 세계관이 담겨있었 던 것이다. 천지인사상이 그 안에 녹아들어 있었기에 사실 우리 한글은 과학적이기도 하지만 철학적 문자인 것이다.

 

미지의 바닷가에서 진리의 조개를 줍던 뉴턴. 그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던 것일까? 관성의 법칙, 작용·반작용의 법칙, 질량과 가속도의 곱이 힘에 비례한다는 법칙 등은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그의 과학혁명은 천재적 소질로 그저 탄생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두뇌의 사유에서 나온 것이다. 피나는 노력과 무서운 집념, 성실한 연구의 과정이 그의 업적을 이끌어 낸 것이다.

 

남녀상열지사를 편찬한 공자? 우리에게는 유학사상의 대장으로 알려진 공자가 어째서 시경을 편찬한 것일까? 민가에 떠도는 노래와 가사들은 민심의 동향을 알아볼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한데 이것들은 채집하여 만든 것인 ‘시경’이다. 중국 시가문학의 정수이면서 동양의 문학과 사상의 뿌리를 간직한 시경을 통해 인간사 희로애락을 경험할 수 있다.

 

열명의 사상가들과 만나다 보면 철학이란 우리 삶 곳곳에 숨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상의 노래와 춤에서부터 국립과학박물관에 소장된 도자기와 책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역사와 공간은 우리의 철학적 사고와 동떨어지지 않았다. 이번 철학콘서트2에는 전통적인 철학자들보다는 사상의 변환을 이끌었던 주인공들이 나와 우리도 철학의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다.

 

 

철학콘서트2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성장소설, 이왕이면 가족까지 포함되는 얘기들을 참 좋아한다. 어린 시절 풋풋한 향기 내음을 그대로 맡을 수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의 사랑속에서 상호교류하며 성장했기에 저자의 성장환경이 나와는 사뭇 다르지만 따로 놀지 않고 나의 경험과 융화되기에 누구나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성장/가족소설이다. 그런 면에서 [엄마의 은행 통장]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는 미국계 노르웨이 이민자 집안의 따뜻한 이야기이다.

 

엄마의 은행 통장이란 제목을 보면 왠지 돈과 관련된 소설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전체적으로 돈과 관련된 사건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각기 다른 독립된 열일곱개의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불황의 시대, 그 어려운 시기에 경제적으로 많이 쪼달리지만 결코 어려운 상황을 불평하지 않고 항상 극복해나가는 행동하는 옵티미스트 엄마가 있기에 가족들은 늘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다. 진정한 낙관주의자를 가리키는 사람은 바로 이 소설의 엄마이다.

 

주인공 카트린네 집안은 노르웨이 이민자 집안으로 아빠는 목수이다. 대공황시기이기에 파업이 자주 있었고 카트린네는 항상 궁핍했다. 막내 동생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야 될 때도 가족들은 돈 걱정부터 해야 했다. 친절한 의사선생님께서 무료치료 병원을 소개시켜 준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능력만큼 부담할 수 있는 병원에서 막내 동생을 치료받게 했다. 우리나라 고위층은 되도록 세금은 회피하면서 특권은 있는 대로 다 누리려 하기에 각종 빈축을 사는데, 그네들의 마음가짐이 부러웠다. 막내 동생은 수술을 받고 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병원규칙상 만 하루동안 면회가 금지된다. 엄마는 자신의 딸을 보기위해 여러 번 애원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부엌 바닥을 닦으며 화를 삭히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카트린을 데리고 병원으로 간다. 거기서 병원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간호사는 엄마가 청소부인줄 알고 환자실에 들어가는 것을 묵인한다. 이 얼마나 센스 있는 엄마의 행동인가! 나라면 그저 하소연만 하다가 화를 내고 분을 참지 못 할 텐데...

 

또, 현재 자신들이 살고 있는 교외집을 내 놓았는데, 방 11개를 가진 대저택 소유자가 찾아와서 그 집을 맘에 들어한다. 그러나 그 대저택 소유자는 자신의 집을 팔 길이 없어 맘에만 들어하고 돌아간다. 이때에도 엄마는 시내의 그 대저택을 지불할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그 저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대저택 소유자에게 사정얘기를 하고 4개월치 월세를 면제받고 그 집으로 이사간다.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걸까? 바로 하숙을 치는 것이었다. 이로써 돈도 벌고 아이들 교육도 제대로 시키고... 1석 2조라고 할까? 긍정적인 옵티미스트는 어려운 상황에서 막연한 희망을 꿈꾸는 것이 아니다. 옵티미스트 엄마는 어둠속에서 희망의 빛을 밝히기 위해 성냥과 초를 찾는 행위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하던데, 그 속담이 저절로 떠올랐다.

 

지금은 어둡고 긴 터널이 우리의 앞에 있다.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여러 번 들 것이다. 나만해도 모유수유를 1년 이상 하고 싶은데 당장 회사에 복귀를 해야 하니 고민이 많다. 법적으로 임산부들에게 하루 1시간의 유축시간을 준다고 하지만, 아직 사회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해 나같이 남자들만 있는 사무실에서 내가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다. 그러나 안 될 것이라고 미리 겁먹지 말고, 어떻게든 해내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선회하는 것이 실천의 첫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