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ㄱ이 진실 같으나 알려지지 않은 ㄴ이라는 진실이 숨어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한 경우가 전화발명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발명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모략과 음로로 가득 찬 범죄노트이다. 교과서에서도 왓슨과 벨의 전화발명의 순간은 소개될 정도이니 공인된 범죄인 것이다. 벨이 실험을 하다가 황산을 엎질러서 자기도 모르게 소리친 "왓슨, 이리 와주게."로 유명한 발견, 발명의 순간! 우리는 계속되는 실험과 우연한 실수가 발명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배울 정도였다.
저자도 그 사례에 대해 의심한 바가 없었고, 이 음모를 발견하게 된 것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 발명가에 관심이 많던 저자는 위대한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과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경쟁관계 구도속에서 둘의 성장을 연구할 목적이었다. 그럴 목적으로 벨의 실험노트를 세심하게 연구한다. 벨은 점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황산을 넣은 물 접시 실험이 등장한 것이다. 전기회로를 완성하기 위해 격막에 침을 박아 산성용액에 담금으로써 액체송화기를 완성하는 일련의 과정이 갑작스레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실험 안이 나온지 하루 반 만에 벨은 전화기 발명에 성공하고 특허를 따내어 엄청난 부자가 된다. 저자는 갑자기 벨이 일년넘게 진동판과 자석, 배터리로 배열만 달리하며 연구를 진행하다가 왜 용액에 침을 담글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여기서 벌써 우리가 알고 있는 전화 발명의 순간이 달라진다. 벨의 실험노트는 의도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것이지 우연히 황산을 엎지른게 아니었다. 우리는 이를 휘그주의의 위험, 통념과의 모순이라 부른다.
사실 저자도 이런 갑작스런 실험방법의 전환을 벨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증거로 보았다. 그리고 벨이 무슨 계기로 이렇게 사고의 전환을 하게 되었는지 추적하게 되고, 그러다가 벨이 엘리샤 그레이와 전화특허로 서로 경쟁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엘리샤 그레이의 다중 전신기 시스템에 관한 특허권 보호신청에 관한 서류를 살펴보게 된다. 거기에 그려져 있는 도안은 놀랍게도 벨의 그것과 완전히 똑같았다. 사실 물과 황산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조금씩 다른 미세한 부분을 빼놓고 그 뼈대는 벨과 그레이의 것이 복사본 같았다. 이는 누군가 상대방의 것을 베꼈다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추적을 한다. 그리고 벨이 그레이의 성과를 훔친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벨의 신사다운 모습 뒤에 가려진 엄청난 과학 사기극. 그리고 왜 그레이는 전화특허권에 대해서 벨과 힘겨루기를 하지 않았을까? 벨은 먼저 특허권을 따 냈지만, 액체 송화기를 얼른 털어내고 전자식 송화기를 사용한다. 이는 자신이 원래 하던 실험방식이다. 이도 간신히 성공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백주년박람회에서 사람들을 상대로 시연하기를 몹시 싫어했다. 이 사람들 중에는 엘리샤 그레이도 있었다. 어찌됐건 벨은 백주년 박람회에서 시연을 했고, 그레이는 벨이 전자식 송화기로 전화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자기와는 별도로 특허를 따냈음을 인정한다. 나중에서야 벨이 자신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이는 늦었다.
이게 도대체 소설인지 역사적 사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벨이 도둑이란 말인가? 저자만 이런 사실을 알아낸 것이 아닌데 도대체 왜 역사가들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과 반대되는 진리에 부딪히면 그 진리를 외면한다. 그러나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 비록 외면당할 수는 있으나... 전화발명의 핵심 아이디어를 훔치고도 벨에게 수여된 화려한 명성과 재물, 심지어 미모의 여성과의 결혼까지...이제 그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내려야 할 때이다.
지상최대의과학사기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