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미국에 사는 이모가 있다. 어렸을 때 엄마의 편지함에는 미국에 사는 이모와 주고받은 편지가 여러개 있었다. 나는 그걸 엄마가 안 계실 때 꺼내서 읽고는 했다. 미국의 생활을 알 수 있었고, 사진 속의 미국의 모습은 동경의 대상 그 자체였다. 정말정말 가 보고 싶은 나라였다. 아직도 미국에는 한번도 못 가봤지만, 미국여행 기록책은 눈에 띄는 대로 거의 읽는다. 내 생애 언젠가는 방문하게 될 미국... 그전에 여러가지 정보를 입수해 놓는다면 진짜 미국여행을 하게 될 때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열심히 읽어댄다.

 무한도전 작가 김태희가 미국에 갔다왔다고 한다. 부럽다. 홀몸인 그녀가... 나 같이 애엄마는 아이한테 묶여 맘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니깐... 젊은 시절 김태희처럼 훌쩍 떠나볼껄 왜 그런걸 못했는지 그저 그녀가 부럽다. 그녀의 미국생활은 유학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가 미국에 가서 무슨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 과정중에 생긴 에피소드를 기대한다면 이 책은 그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자기자신이 모아 둔 돈을 가지고 1년정도 자유자재로 쓰면서 미국에서 겪은 실생활을 좀 나열했다. 미국에 꼭 공부할 사람만 갔다오는 것은 아니지만(속으로 김태희가 1년정도 돈 걱정없이 자기가 하고픈 여행을 맘대로 했다는데 질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여행도 아닌데 장기간 미국에서 체류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 책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김태희가 캘리포니아에 머물면서 겪게 되는 개인적인 삶의 여정이 드러나 있으니깐... UCLA 어학원 과정을 수료하면서 그곳의 캠퍼스 문화와 미국인들의 진짜 삶의 단면을 겪게 되고 미국의 장단점에 대해 자신 나름대로 정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다른 그네들의 성문화, 축제문화, 쇼핑, 월드스타와의 만남등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애쉬튼 커쳐와 카메론 디아즈도 만났다니 너무너무 부럽다. 속옷만 입고 즐기는 페스티발이라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 할 문화가 아닌가? 미국친구에게 한국문화를 소개도 하다니...나름 국위선양도 하고 오셨네...

 컬러풀한 사진과 그녀의 재치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너무 다양한 사진이 어지럽게 널려있어서 하나하나 제대로 살펴보기 힘들 정도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성된 책이나, 캘리포니아가 항상 따뜻한 곳인지 계절감각을 전혀 느낄 수는 없었다. 캘리포니아가 원래 그런 곳인가보다. 미국현지의 생생한 역동적인 모습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아~ 나도 인앤아웃 햄버거를 먹어보고 싶다.



쏘핫캘리포니아

 제목이 너무 특이하다. 위플랄라라니? 도대체 무슨 뜻일까? 책표지도 우리나라에서 익숙치 않은 색감과 터치이다. 책 선택을 아주 잘 한거 같다. 책 내용에 대한 기대도 한껏 부푼다. 나는 외국의 서적을 접할때마다 우리와 다른 그네들의 문화가 참 재미있고 신이 난다. 위플랄라... 어감이 귀엽고 산뜻해서 기분이 업이 된 상태로 읽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평범한 어느 가정집에서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아빠와 아들과 딸, 그리고 그들의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다.(엄마는 나오지 않는데, 저자가 굳이 설명도 하지 않는다.) 귀여운 고양이가 무엇인가를 쫓아간다. 그것은 다름아닌 위플랄라. 위플랄라는 꼬마 도깨비와 같은 것인데, 마술을 부리는 작은 난쟁이이다. 이 난쟁이는 사람이건 동물이건 돌로 변화시키는 재주를 지녔는데, 그만 옆집에서 놀러온 시인을 돌로 만든다. 그런데 불행히도 자기의 마술을 자기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없다. 그 시인의 석상이 어쩌다 노출이 되고 사람들은 그 시인의 석상을 추모하게 된다. 거기다 그집 식구들이 음식점에 가서 돈이 없어서 지불을 못하게 되자 자기처럼 난쟁이로 만들어버린다. 체포되는 순간을 모면하게는 되었지만, 아뿔싸! 위플랄라가 다시 원상태로 복귀를 시키지 못하지 않는가?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난쟁이 생활의 이야기. 들키지는 않을까 매순간순간 나도 가슴을 졸이며 읽는다. 가게에서 이것저것 먹다가 가게 주인이 쥐가 나타난 줄 알고 상가 물건을 전부 샅샅히 수색할때, 의사선생님의 가방에 숨어있는데 의사선생님이 가방을 차안에 두고 간 것을 도둑놈이 훔쳐가다가 운하에 던져 버릴때, 운하 옆 예쁜 집에 들어가서 노처녀들 몰래 의사선생님한테 전화를 걸때 너무너무 긴장된다. 누구한테 붙잡혀서 모욕을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을 하며 읽지만 다행히도 착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은 갖은 고생과 역경을 딛고 보통사람으로 돌아온다. 아주 흥미진진한 경험을 한 그들. 그러나 위플랄라는 그들을 원상태로 복귀시키고 사라진다.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책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재미있어서 책장 넘기는 속도가 장난이 아닐테니깐... 아주 오랫만에 신나는 이야기를 읽었다. 반지의 제왕같은 스케일은 아니지만 작고 소소한 주변의 이야기에 가미된 난쟁이 이야기는 꼭 있을 법한 일 같다. 문득 나도 주변에 뭔가 움직이지는 않을지, 무엇인가가 나를 바라보며 살금살금 기어가고는 있지 않을지 기대되어진다. 잊혀졌던 내 어린날의 상상의 세계가 다시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위플랄라

 일반인에게 경제학은 어려운 영역이다. 무슨 그리 어려운 용어가 많은지... 지금도 고등학교 시절 배운 경제경영 용어는 낯설기만 하다. 나에게 기억남는 용어는 한계효용의 법칙, 기회비용 등 그런 단어가 떠오르는데 쉽지 않은 용어였다. 그러나 작금의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재테크에 올인하는 시대가 아닌가? 너무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하지만 자본주의라는 호랑이 등에 탄 이상 나혼자만 뒤떨어질수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경제용어에 대해 어느정도 익숙할 필요는 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책. 경제 지식의 힘!

 책이 처음 도착했을 때 표지가 왜케 촌시러운지... 주황색 겉표지는 날 좀 실망시켰다. 그러나 책안을 펼치는 순간 컬러풀한 도해와 그림이 우리의 이해를 이끌어낸다. 약 400페이지 분량의 두꺼운 내용으로 우리를 압도한다. 책에 쓰인 종이는 매우 두꺼워서 좋은 품질의 종이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종이를 넘기는데 2장 넘기는 건 아닌지 신경이 쓰였을 정도였다. 저자가 꽤 공들여 지은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선 현장에서 뛴 경제기사가 쓴 책이라 매우 효용적이다. 예를 들어 "노키아의 성장이 핀란드 경제를 괴롭힌다"라는 소제목이 있다. 저자는 왜 그런지 설명을 한다. 노키아가 성장할 때 휴대폰이 그 성장을 주도하게 되는 경우, 휴대폰을 대량생산하면 가격이 떨어지는데 그러면 예전에는 휴대폰 1대 팔아서 1배럴의 기름을 샀다면, 대량생산 이후는 휴대폰 2대를 팔아야 1배럴의 기름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휴대폰1대를 팔아서는 0.5배럴의 기름밖에 살 수 없으니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처럼 세계적 기업이 성장하면 오히려 국가의 성장을 저해하는 현상을 궁핍화 성장이론이라고 설명한다. 예시와 용어를 아주 적절히 소개하는 것이다.
 
 책 구성은 크게 1장. 반드시 알아야 할 최신 경제 지식. 2장 돈을 부르는 재테크 경제 지식. 3장 비지니스 실마리를 푸는 똑똑한 경제 지식. 4장 일상을 움직이는 살아 있는 경제 지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구성별로 다 재미있고 실질적으로 전개되어 있다. 경제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저자가 실제 삶의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예시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절대 지루하지 않다. 작년 키코가 한창 이슈이지 않았는가? 나는 왜 키코가 그렇게 큰 문제였고, 왜 중소기업들이 키코에 가입했는지 잘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키코가 어쩌다가 도박상품이 되었는지, 정부가 왜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절대 강추다. 절대 어렵지 않다. 물론 이 책 한권으로 모든 경제 지식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구석구석에 경제학의 이론이 숨어있고 우리의 의사소통, 경제활동 속에 경제지식의 힘이 녹아들어 있음을 확실히 전달한다. 올바른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저자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경제지식을 갖춘 아줌마로써 제대로 된 소비경제를 한번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