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타락천사...우선 제목이 마음에 쏙 든다. 왜냐하면 내가 타락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한테 잘 대해주다가도 이유없이 화가 나는 순간도 있고, 왠지 괴롭혀주고 싶을 때도 있으면,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이 내 마음에 안들면 나만의 복수를 해주기 때문이다. 소심해서 대놓고 하지는 못 하고, 뒤로 살짝 나만의 복수를 하는 것이다. ㅎㅎ 그런 복수를 하고 나면 속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그렇다고 나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다. 설마 애 엄마인데 못된 짓만 골라할라고... 그냥 어느 일정부분이 좀 타락했다는 거에요!

 주인공 키리엘은 타락한 천사이다. 섬기는 대왕 천사를 쫓아 반역을 햇다가 지옥으로 보내져 일하고 있는 쫄병 천사인 것이다. 악마라고 불러야 하나? (문득 악마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굼해졌다.) 그는 육체의 즐거움을 알아보기 위해 또, 자기가 자신의 위치에서 이탈해서 다른 곳에 머무르는 경우 하나님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을까 싶어서 일탈을 한다. 

 그는 숀이라는 청소년의 몸을 빌린다. 숀이 사고를 당하게 되어서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기 일보직전, 그의 몸에 뛰어들어 숀의 영혼을 내쫓고 자신이 그의 몸을 점유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 그의 눈에 보이는 세상의 풍경과 새로운 감촉들...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인식조차 못 하는 경험을 그는 하나하나 새롭게 체험해나가고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잠에 들게 되는 순간도 너무너무 신기하기만 한다.

 숀의 몸을 빌린 그는 그가 세상에 온 흔적을 남기고 싶어한다. 못된 사악으로 뭉쳐진 동급생을 일깨워주려는 시도도 하고, 동생 제이슨에게 호의를 베풀고, 자신을 짝사랑하던 여자아이와 키스도 해본다. 그는 신체를 통한 경험이 즐겁고 신나기만 하다. 그러나 그것도 고작 이틀... 삼일째 되는 날, 그는 자신의 뜻대로 대장이 자신을 만나러 와 주지도 않고, 또 인간사의 세상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조금씩 조금씩 싫증이 나기도 한다. 그 순간 천사가 찾아와 그를 숀의 육체에서 빼내어 간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히 즐기고 향유하는 모든 것에 대해 한번씩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우리는 케첩 맛을 당연하게 느끼지만, 사실 맛을 못 느끼고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임신이 되지 않아 매달 초조해 했다가, 임신이 되고 입덧을 하자 이번에는 입덧에 불만을, 또 출산후에는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나! 그러나 인생은 항상 준비되지 않은 새로운 사건을 우리에게 제공함을 잊지는 않았는지... 

 키리엘!
 너는 타락천사라기 보다는 잠시 휴가를 갖으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것이지.
 두려움과 고통과 즐거움과 행복과 쾌락을 느꼈던 천상여행, 어땠니?



타락천사

 나의 집에서는 두번정도 애완견을 키웠었다. 막내 남동생을 위한 토끼와 햄스터도 키웠다. 애완견 키우기는 의외로 막중한 책임이 따랐었고, 결국 애완견들은 두번의 시행착오를 끝으로 다시는 우리집에서 볼 수 없었다. 개를 길들인다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을 알 무렵, 막내 남동생이 미니토끼 타령을 햇다. 그래서 우리 집에 오게 된 미니토끼...그러나 그 토끼는 남동생의 사랑을 듬뿍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집으로 온지 일주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날 밖에 있었던 나에게 남동생은 전화를 걸어 울었다. 집에 와 있을때에는 이미 토끼를 화단에 고이 묻어준 뒤였다. 남동생의 일기장에는 천국에 가서 행복하게 살으라는 글이 주저리주저리 적혀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집에서 살다간 애완동물은 햄스터다. 정말 오래 살았다. 거의 2년 가까이 살았으나 어느날 깨어보니 죽어있었다.

 이렇게 나는 애완동물을 좋아는 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이 부족해서 제대로 키워본 적이 없었다. 애완동물뿐만이 아니라 식물도 마찬가지다. 마음은 앞서는데, 행동과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아 참 많은 동식물을 안타깝게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나는 아직도 베란다 정원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베란다정원을 가꾼 뒤에는 귀여운 애완동물들도 키울 것이기에 이 책의 제목과 광고문구를 보고는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인공 올빼미 웨슬리와 그를 19년동안 키운 주인공 아줌마의 이야기는 나를 사로잡고도 남는 이야기이지 않은가?
 
 나는 전적으로 화자의 의견에 동감한다. 예전에는 동식물에게는 감정과 이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동물들도 단순한 도구는 다룰 줄 알며, 심지어 영장류에게는 간단한 의사소통 기능을 가르쳐서 자신의 의사표현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실험과 관찰을 통해 밝혀졌다. 따라서 웨슬리가  화자에게 애정표현을 하고, 심지어 짝짓기까지 했다는 것은 종을 넘어서 유대관계와 끈끈한 애정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작자의 직업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동식물 학자는 우아한 직업이 아니라, 각종 어렵고 더러운 환경에서도 동물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이겨나가는 고달픈 삶의 여정을 보내야 하는 직업이었던 것이다. 나는 오늘 아침에 화단에 나갔다가 지렁이 한마리를 발견하고도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는데......(지렁이는 결코 내가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이다.)

 웨슬리에게 먹이로 쥐를 주는 작업조차 그녀에게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웨슬리에게 삶의 생명력을 부여하기 위해 그녀는 가끔은 쥐를 잡기도 햇고, 그 쥐를 죽여야만 하기도 했고, 애인들 앞에서 죽은 쥐를 웨슬리의 먹이로 주는 사실을 공표하다가 많은 어려움에 부닥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결혼도 못 했다. 동식물 학자의 삶이 결코 쉽지 않은 생활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렇게도 사랑한 웨슬리를 떠나보내는 병든 스테이시의 마음이 얼마나 슬프고 애달픈지 그 글을 읽으며 공감할 수 있었다. 스테이시 자신도 뇌종양으로 엄청 힘든 시간을 보냈고, 또 자살할 마음도 먹었지만 그녀에게 계속된 삶의 연장선을 부여한 것은 그녀가 돌봐준다고 생각한 웨슬리였다. 웨슬리는 결국 죽었지만, 스테이시를 살렸고, 스테이시가 웨슬리를 추모한 이런 책을 발간할 수 있게 만들었다. 

 가끔 사람들은 함부로 애완동물을 다룬다는 기사를 읽고 나도 마음이 많이 아플 때가 있다. 버려지는 애견들도 자기들이 버려졌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인들은 기르기 귀찮다는 사실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더욱더 나의 다음번 애완동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웨슬리~~ 너는 너를 기억해주고 사랑해줬던 스테이시가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날들을 보냈단다.

  작년 중국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열릴 당시 티베트의 독립과 관련된 여러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나는 그 사건에 무관심했다. 당장 우리나라일, 내가 처한 일에 가려서 남의 나라 일은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오히려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가 금메달을 따냈고, 승승장구하던 우리나라 여자 양궁이 금메달을 놓쳤다는 것에 더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소개글을 읽는 순간, 내마음이 찡했다. 동요되었다고나 할까? 뒷표지에 쓰여있는 책소개문을 읽는데 전혀 동화책 같지가 않았고, 실화처럼 내게 와 닿았다. 무엇때문에 나의 마음이 동요되었냐고요? 내 삶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남의 나랑 일이 마치 내 일 같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일제치하 35년동안 무수히 많은 독립투사들이 독립을 위해 희생을 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일궈진 대한민국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다. 맘에 들지 않는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는 정치를 비판하면서 말이다.
 그 내용을 읽으니깐 티벳의 지금의 독립을 위한 투쟁의 역사가 얼마나 어렵고 소중하고 힘든 일인지 알 수가 있었다. 

 동화책의 내용은 한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다큐멘타리 촬영을 위해 히말라야를 넘는 과정으로 시작되고 있다. 아주 작은 소년, 소녀들이 중국의 무자비한 탄압을 피해, 달라이 라마의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를 향해 목숨을 건 히말라탸 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단지 등산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도가니이다. 산을 넘어가는 도중 작은 아이가 돌풍에 휩쓸려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고, 마지막 성공을 눈앞에 두고 중국공안의 총탄세례에 스님이 돌아가시기도 한다. 삶이란 그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어떻게 끝이 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더니, 그렇게 성공을 목전에 두고 실패하기도 한다.

 중국의 티벳 탄압은 당연한 이치이다. 티벳이 독립하면 자기네 나라 입장에서 좋을게 하나도 없으니깐... 마치 그 과정이 우리나라 일제치하를 보는 것과 같다. 중국 공안의 무서운 고문 묘사는 동화책이라고 하지만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우리 모두는 결코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이지만, 단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나도 억압받고 무시받는 사람들을 위해 조그만한 도움이라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하는 책이었다. 

 마지막에 망명에 성공한 한 사람의 인터뷰 내용이 나온다. 달라이 라마를 만나서 기쁘냐고? 그사람은 슬프다고 대답했다. 달라이 라마가 망명했을때, 분명히 젊었는데, 지금 만나보니깐 많이 늙었다고...그렇다. 그만큼 티벳의 독립에 대한 염원은 길고 긴 과정을 겪어 온 것이다. 우리가 독립했던 것처럼, 티벳도 반드시 좋은 날을 볼 그날이 오리라 믿는다. 



티벳, 티베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