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09년 여름휴가동안 정말 재미있게 스릴있게 읽은 단연 돋보이는 책이다. 휴가라고 해봤자 주말 이틀동안이지만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금산으로 놀러갔다오는 틈틈히, 아기를 보면서 재워놓고 옆에서 아기를 토닥거려주면서 읽었다. 결말부분에서는 아기가 깼는데도 책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남편보고 "나 몇 장만 더 읽으면 되니깐, 아기 좀 봐줘."하며 읽었다. 일본 소설이 왜 한국에서 인기가 그토록 많은지 이 한권의 책이 다 얘기해 주었다. 나의 지난 주말을 아깝게 해주지 않은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절대 비현실적이지 않고 리얼하다. 처음부터 한신대지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서 이야기의 전개가 매끄러웠다. 처음부터 빨려들어갔다. 검은집의 저자라고 하더니 검은집마저 읽고 싶어하는 저자의 스토리 전개였다.
엠파시라는 능력을 가진 여성이 있었다. 엠파시라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인데, 아직 심리학계에서도 그 실체에 대해서 명확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이다. 이 소설의 여주인공은 엠파시 능력을 갖고 있는데, 원하지도 않게 자꾸 다른 사람의 마음이 들려와서 자살까지 하게 된다. 그 어떤 누구도 자신이 처지에 대해 공감해주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기에 가족에게조차 말하지 않았지만, 어느날 그녀는 멀리 떨어진 다른 여성이 자살하려고 마음 먹은 내용이 귓가에 들리면서 자기도 그 여성의 행동처럼 자살하게 된다. 그리고 일찍 발견되어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약을 처방받게 되고, 그 약을 복용하면 상대방의 마음이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매일 그 약을 먹다가 하루는 못 먹었는데 가족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내용. 그녀는 가출을 하게 되고 어찌어찌해서 심리치료 비슷한 일을 하게된다. 그러던 와중 한신대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그녀는 도쿄에서 그곳으로 날아가 사람들의 심리치료를 돕는다. 그러다가 만난 다중인격소녀. 그 소녀(치히로)는 무려 13개나 되는 다중인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인격통합을 위해 노력하던 그녀는 문득 이 소녀의 13번째 인격과 마주하게 되고 13번째 인격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13번째 인격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는 도중 그 소녀의 주변에서는 자꾸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특별한 외상이 없이 심장마비로 죽는다. 그럼, 그 13번째 인격은 도대체 무슨 존재인가? 설마 이야기가 환타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계속계속 읽어내려갔다. 400쪽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전혀 지루함없이 열심히 읽었다. 13번째 인격의 이름은 이소라. 이소라에 대해 파헤치던중 저번 지진때 죽은 다중인격소녀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한 여성 연구원을 알게 되고, 그 여성연구원이 유체이탈 실험중 지진이 일어났고, 돌아갈 육체가 없어진 이소라는 다중인격소녀의 육체로 가볍게 침투한 것이다.
이소라에 대해 불안해진 유카리. 유카리는 그 대학건물에 찾아가고 거기서 멋지고 잘생긴 연구원 마나베를 만난다. 그리고 밝혀진 대지진속 이소라의 죽음. 곧이어 이소라의 복수가 이 남자 연구원에게 들이닥칠 것을 직감하는 유카리와 마나베... 낮에는 이소라를 찾아 헤매지만 밤에는 오히려 이소라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몰 무렵 드디어 건물 꼭대기에서 이소라를 만났고, 이소라는 마나베와 유카리를 서서히 죽이려고 한다.
정말 나는 그렇게 결론이 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치만 결론도 너무나 자연스럽고 기발하고 가슴이 아팠다. 유체이탈과 다중인격, 엠파시라는 소재를 갖고 이렇게 소설을 만들어낸 기시 유스케가 대단하다. 도대체 이 저자는 이 소설을 쓰기위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을까?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기시 유스케의 이소라에 대한 묘사와 마나베의 죽음 등이 자꾸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번 여름, 꼭 읽어야 할 심리소설!
13번째인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