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맥(MAC)이라는 화장품을 아시나요? 최근 제가 읽은 기사 중 하나인데,MAC 회사의 회장인 존 뎀시가 우리나라 여성에게 물은 질문이 "한국 여성들은 정말 연구 대상이에요.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굉장히 높고, 실제로 많이 사기도 하죠. 다른 어떤 나라도 그 열풍을 따라오긴 힘듭니다. 그런데, 아침에 17단계에 걸쳐 화장품을 바른다는 게 사실인가요?"랍니다. 기자가 보통 3~4개 쓴다고 하니깐 믿는 눈치가 아니라네요... 이 기사는 우리나라에서 화장이 굉장히 보편화되어있고 화장품 소비가 도를 지나친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이에 오히려 생얼이라는 메이크업이 유행할 정도이다....

 개인적으로는 일하는 엄마로, 살림하는 안사람으로, 육아에 피곤하다보니 회사에 처음 복귀하고 나서는 화장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거의 화장을 하고 다니지 않았다. 아기 낳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화장할 시간에 아기 얼굴 한번 더 들여다 보았기에, 그런 핑계로 화장을 안하고 다녔지요. 그런데 그렇게 다니다보니 점점 기초화장조차 생략하고 그야말로 완전 생얼로 다니게 되더라고요. 생얼메이크업이 아닌 진짜로 생얼로 다니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생얼로 다닐만큼 매력적인 피부의 소유자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다시 BB크림이라도 바르고 다니자! 결심했고 이제는 BB크림은 바르고 다닙니다...

 제가 요런 상황을 겪다보니 '화장하는 뇌'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확 꽂혀버렸습니다. '히야~~ 이거 제목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지었구나'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거 있죠? 그래서 읽게 되었지요. 2가지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내가 전문적으로 화장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책 재미없지는 않을까? 그러면서도 제목이 워낙 그럴싸하니 그 안에 들은 내용이 도대체 무엇일지 너무 궁굼하고 화장이 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영향을 끼치는지 화장하는 여자로써 너무너무 궁굼해서 읽게된 책입니다.

 참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도 하게 되고(어째 이런 연구까지 할 수 있는지? 가네보화장품에서 지원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돈 안된다며 절대 있을 수 없는 연구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화장할 때 여성의 뇌인식의 변화결과가 참 신기했습니다. 또한 단순한 사실 나열의 책이 아니라 뇌과학과 인간의 삶의 철학적인 면까지 사고를 확장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웠습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법으로 실험을 한 결과 자신의 생얼과 화장한 얼굴, 그리고 타인의 생얼과 타인의 화장한 얼굴을 보여줬더니 자신의 얼굴과 타인의 얼굴을 인식할 때는 뇌 활성화 부분이 다르다는 예측가능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문제는 자신의 생얼과 자신의 화장한 얼굴을 볼때도 뇌 활성화 부분이 다르다라는 것이지요. 자신의 화장한 얼굴은 타인의 얼굴을 볼때와 유사한 뇌의 활성화를 보여주었다는 결과가 의미하는 것에 주목한 책 입니다. 즉, 화장은 남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이렇게 되면 화장은 고도의 지적활동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교육학을 쬐금 아는데(2003년 임용고사 2차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죠. 지금은 아예 교사의 길을 접고 다른데 취직한 상태), 메타인지라는게 있습니다. 이것은 자기자신을 인식하는 능력으로 좀 더 위의 상태에서 자기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타인을 바라보듯이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을 인식하는 것은 꽤 높은 지적활동이지요. 근데 화장이라는 행위가 메타인지를 수행한다는 것이지요. 화장을 통해 여성은 타인의 시선을 받아들이고, 그 시선속에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사회적 자아를 실현한다는 저자의 논리는 화장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기에 조금도 부족한 면이 없었습니다. 단, 여기서 우리가 주의할 점은 뇌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그렇다는 사실이고 그렇다고 과도한 화장이 옳다든지 바람직하다던지라는 가치판단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도 아름다움은 껍질 한장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본질은 보이지 않는데 사람들은 얼굴에서 그 사람의 본질을 매치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문학작품속에서도 그런 예가 많이 있지요. 켄타우로스(반은 인간 반은 말)는 좀 거북스러운 외모의 소유자이지만 마음은 매우 착하고 뛰어난 덕성의 소유자로 묘사됩니다. 외모와 지성이 항상 비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사람의 외모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지요. 여기서 바로 화장이 그 간극을 좁혀주는 기능을 수행하지 않나 싶습니다.

[에로스를 등에 태운 켄타우로스]

이제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적절한 사회활동과 메타인지 능력의 수행을 위해 여성들이여~ 당당하게 화장할까요?^^

 제목은 좀 그랬다. 너무 디지털식이라서 감각적 이미지를 좋아하는 나에게 어필하는 면이 없었다. 그렇지만 책과 관련된 책을 워낙 좋아해서 그 내용이 궁굼했다. 책표지는 제목과 달리 감성적인게 딱 좋았기에 크게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내용 디자인도 알맞은게 읽어보고 싶은 구미가 부풀어오를쯤 책이 집으로 왔다.

 이런 류의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분명 어느정도 평소에 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틀림없다. 나는 작년에 백권정도의 책읽기를 목표로 삼았는데 80% 정도 달성한 것 같다. 일년에 백권? 이거 별거 아닌거 같은데 막상 실천해보면 근 3~4일에 책 한권씩 읽어나가는게 쉽지 않음을 금방 알 수 있다. 특히 가벼운 연애소설이나 단편소설, 에세이라면 몰라도 다윈의 '종의 기원' 이런 책이 중간에 읽혀지게 되면 목표달성은 요원해진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마쓰오카 세이고는 한술 더 뜨는 대단한 양반이다. 하루에 한권씩 책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한다. 2000년부터 그것을 자신의 사이트에 올리고 있고 1000권을 목표로 했었는데 벌써 돌파했고 중독이 되어 그 일을 아직도 계속 하고 있다고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며 다양한 방면으로 엄청난 독서를 하고 있는 마쓰오카 세이고! 이런 인물을 몰랐더라면 내 지식의 한계의 질적 팽창에 좀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링크에 링크를 거는 식의 독서를 하는 그는 천체물리학에서 민속학에 이르는 대각선의 독서량을 자랑한다. 나도 이과출신으로 이과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문학책을 읽으면서도 상대성이론을 다루는 책이 나오면 버벅거린다. 그도 그렇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해법을 하나 제시한다. 진도가 나가지 않고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만나면 포기하지 말고 잘 읽히는 류의 책을 같이 읽으면서 읽고자 하는 책을 읽어나가라고 한다. 사실 제가 작년 여름에 '종의 기원'을 시도했다가 나자빠졌거든요...ㅎㅎ 정말 내게는 새로운 해법을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이것을 그는 독서를 계속할 수 있게 하는 책의 리듬을 타라고 조언한다.

 또한 책을 읽는 행위에 너무 신성한 이유를 대지 말라는 것.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여 매일같이 독서하는 행위를 습관화하라는 것이다. 마치 매일매일 옷을 입듯이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 책을 읽는 것이다. 그는 책읽기도 일종의 패션이라고 했따. 일상의 곳곳에서 자연스러운 포즈로 책을 읽어야지 꼭 책상에 앉아서 반듯한 자세로 읽을 필요는 없다. 사실 나는 주로 누워서 책을 읽는데, 이게 안 좋은 점은 눈이 나빠진다는 점이다. 왼쪽으로 많이 누워서 책을 읽었더니 왼쪽눈의 난시가 심하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제목에 나와있다. 책읽기의 폭을 넓히고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는 한가지 주제에 대해 3권정도의 책을 묶어서 함께 읽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독서의 취향도 발견하게 되고 남과 다른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문어발식 독서를 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키북인데, 이 키북은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최대공약수, 최소공배수가 된다..  개인적으로 물리학자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문구를 인용하며 설명하면 나자빠진다. 이해하건 말건 디지털과 아나로그가 만남 그 느낌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줄 요약: 모든 책은 2권씩 읽어보라고 했지? 이 책 다시한번 읽고 리뷰쓰리라!

처음에 제목과 책표지를 보고서는 연애소설인줄 알았다.

그런데 에필로그를 읽으니 저절로 마음이 동하는 책이다.

새끼를 잃은 어미의 구구절절한 이야기... 그 아픔을 뒤로하고 이렇게 책 한권을 펴낸 김효선씨가 정말 대단하다.

책으로 펴낸다는 것은 그 아픈 과거의 일을 다시금 되새김질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니깐....

 

갑자기 이순신장군님의 난중일기가 생각났다.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때 배운 난중일기의 한 단락이었다. 정유년 10월이다.

이순신 장군이 사랑하는 막내아들 면이 전사한 뒤 쓴 그의 일기에는 자식을 잃고 난 아비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오는게 아닌가?

 

난중일기중 정유년 10월 14일...

저녁에 어떤 사람이 천안에 와서 집안 편지를 전했다. 봉한 것을 뜯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떨리고 정신이 아찔하고 어지러웠다. 대충 겉봉을 뜯고 있을때 열(둘째 아들)의 편지를 열어보니 겉에 통곡 두글자가 씌어있어 면이 전사했음을 알았다. 어느새 간담이 떨어져 목놓아 통곡, 통곡하였다. 하늘이 어찌 이다지도 인자하지 못하는고!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가 마땅하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사니, 이런 어그러진 이치가 어디 있는가! 천지가 캄캄하고 해조차 빛이 변했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는냐? 남달리 영특하여 하늘이 이 세상에 머물러 두지 않은 것이냐? 내 지은 죄가 네 몸에 미친 것이냐? 내 이제 세상에 살아 있어본들 앞으로 누구에게 의지할꼬! 울부짖을 따름이다. 하룻밤 지내기가 일년 같구나.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자식을 잃은 슬픔과 부모를 잃은 슬픔중에 무엇이 더 클것 같으냐?라고 물으시길래 난 정말 뭐가 더 슬플지 고민했다. 우리반 친구들 모두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자 선생님이 난중일기 중에 이순신장군이 어머니를 잃고 슬퍼하는 대목을 짚이시며 "이순신 장군을 보면 자식을 잃고나서 쓴 일기의 표현이 훨씬 격렬하다. 미루어보건대 자식을 잃은 슬픔이 훨씬 커."라고 하셨다. 지금와서 내가 자식을 낳고 키워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보면 어머니의 평안을 걱정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이 나오는 데, 미루어보아 효자임이 틀림없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은 이루말 할 수 없이 아프고 아프고 또 슬픈 것이다.

 

언제나 타의 모범이 되고 엄마와 아빠를 기쁘게 해주던 딸이 자꾸 감기에 걸리고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를 힘들어하길래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더니 백혈병이란다. 혈액암이다. 그래서 그렇게 딸래미가 힘들어했던 것이다. 별일 아닌 줄 알고 지나왔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 자책한다. 그러나 자책만 하고 있으면 뭣하나? 딸을 살리기 위한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큰딸은 학교을 중단하고 당장 병원에 입원하였으며 김효선씨도 진행하던 드라마던지 강의를 중단하고 같이 병마를 이겨나가기 시작한다. 드라마에서 보던 백혈병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이나 환상이 처절히 깨지는 현실들... 각종 항암치료와 자가이식.. 그리고 퇴원하고 5개월만에 재발.. 골수 이식을 해줄 사람이 대한민국에 3명이나 있었지만 모두 거절하여 영원한 나락으로 빠져들었던 순간... 옆의 환자들이 자꾸 안보이게 되는 나날들. 골수 이식을 부탁하기 위해 골수센터를 찾아갔으나 부질없는 짓이고, 결국 미국골수센터에서 1년이 넘는 시간만에 간신히 골수를 이식받게 된다. 그러나 타자이식도 성공률이 높지 않다. 결국 딸래미는 골수이식후에도 다시 재발하고 결국 김효선씨 부부의 곁을 떠나갔다.

 

백혈병 투병생활도 물론 힘들지만, 더 힘든 것이 또하나 있으니 주변의 잘못된 이해와 병원비.. 입원하고 한달만에 500만원이 넘게 의료비가 청구되었단다. 심지어 무슨 광선을 쏘면 하루에 400만원이 든단다. 거기다 골수 이식 한번하는데 드는 비용은 1억이란다. 자기네도 골수 이식하는데 1억이나 들어서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수술인 줄 알았는데, 골수를 채취해와 몸속에 넣는 간단한 작업이었단다. 아마 골수를 이송하는 여러 절차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나보다.

 

사람이 한평생 살면서 늘 행복하고 즐겁고 유쾌할 수 만은 없다. 슬프고 애닯고 고통스러운 경우도 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지, 왜 나는 평범하지 못하고 불행한지 자괴감에 빠져 우울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이승에서 볼 수 없는 경우 상실감과 좌절감을 나는 아직 알 수 없다. 경험해 보지 못 한 자는 절대 그만큼의 슬픔을 짐작도 할 수 없다. 더구나 한평생 열심히 공부하고 생활하던 딸래미가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며 탄식하는데 그 어미의 마음 또한 어떻게 위로해 줄 수가 있을까? 어떤 위로의 말도 딸래미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공중에서 흩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