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키우고 내 삶을 꾸려나가는게 정말 이만치까지 힘들줄 몰랐다. 내가 원해서 낳고 키우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힘들고 어려운 과정일 줄은 몰랐다. 아이를 낳아놓으면 신생아때는 먹고 잠만 자고 모빌 보며 놀다가 유아기가 되면 혼자서 장난감 가지고 놀면서 스스로 커가는 줄 알았다. 컨트롤 하기 힘든 것은 청소년기만 그런줄 알았는데 낳아 키워보니 세상에나... 육아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과정일 줄이야. 왜 내게 다들 이런 이야기는 안 해준 거야? 미리 알기라도 했으면 덜 충격적이잖아. 육아가 생각과 달리 정말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육아서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베이비 브레인... 아기의 두뇌? 감정이 이성과 따로 코드가 아니라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 아이의 두뇌와 육아가 상관관계가 높기는 하지. 엄마들이 이왕이면 똑똑한 아이로 키우려 하니깐.. 그런데 이 책은 행복한 아이로 크기 위해서 아이의 머릿속을 잘 들여다보라고 한다! 사실 감정이라면 가슴으로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뇌가 느끼는 것이니 틀린 말도 아니다.  단순히 IQ 높이기 위한 태교에 관한 책이 아니면서도 지능발달에 관한 조언도 해주는 저자의 이야기는 책장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꼼꼼하게 읽어보게 만들게 했다. 

 책은 크게 임신과 출산 후 부부관계의 변화, 똑똑한 아기와 행복한 아기, 도덕적인 두뇌와 도덕적인 아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중 나의 집중적인 관심사는 행복한 아기와 도덕적인 아기이다. 똑똑한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이 행복한 것이고 그 행복이 도덕적인 삶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정말 바람직 하지 않을까? 나의 생각에 부응이라도 해주듯 저자는 똑똑한 지능보다 노력하는 자세에 더 큰 관심을 쏟아야한다고 말한다.  그런 것도 알다니, 공부도 별루 안했는데 이렇게 성적이 좋다니 머리가 참 똑똑하구나라는 칭찬은 금물이다. 이런 칭찬은 아이가 커가면서 점차 복잡해지는 상황속에서 쉽게쉽게만 해결하려하다보면 오히려 포기를 한다고.. 열심히 노력했더니 이렇게 성적이 좋구나!라고 노력하는 자세, 그리고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집중하며 끝까지 완수해나가는 수행능력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

 책에는 너무 좋은 말들이 많이 있다. 단순한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보다 주제에 대한 일관적 설명뒤 비유를 들기에 과학적 설명에서는 약간 버벅거리며 읽기는 했지만, 사실 그 부분이 더 맘에 드는 것은 아마 내가 과학적 지식에 대한 권위를 동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너무 많은 핵심내용이 많다. 그것도 우리가 잘못 알고 사실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담은 내용들이... 예를 들어 태교한답시고 스트레스 받으며 태교하면 아이에 오히려 해를 끼친다는 사실은 이제 다들 알고 있다. 그러나 임신 초기에는 오히려 내부세포분열이나 성장이 더 활발하도록 과도한 태교는 지양해야 한다는 사실. 오히려 상식처럼 알고 있는 임신부의 초기에 엽산의 복용이나 적절한 체중 증가가 아기의 똑똑한 두뇌에 도움이 된다는 것. 

 참! 대부분의 육아서가 출산후 임산부 우울증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만 부부관계에 대해서는 조명을 비추지 않는데 비해 이 책은 아이의 탄생으로 인행 부부간 관계의 변화에 대해서도 매우 큰 페이지를 할애하고있다. 아이의 탄생은 부부간에 더 배려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 만약 엄마 혼자서 모든 육아와 살림을 하려면 여자는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게되고 이는 부부간 상호관계에 매우 안 좋다는 것이다. 육아는 모든 일이 3배정도 늘어나는 것이니 아빠가 많이 살림을 담당해야 하고 그런 바람직한 상호작용이 또한 아기의 행복한 성장에 좋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육아에 대한 이러니 저러니 하는 주변의 통일성 없는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다보면 오히려 더 헷갈리는 법! 차라리 여러 연구를 통한 검증된 통계(사실 통계라는 것도 어차피 사람의 잣대를 들이밀기는 하지만...)를 육아에 접목시키는 것이 좀더 효율적이니 바로 읽어볼 것!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중의 하나가 사랑이 아닐까 싶다. 아주아주 옛날이야기에도 사랑은 아름답게 묘사되어 또는 지독하게 묘사되어 오고 있고, 그 전에 문자가 없던 시절에도 인간의 삶 속에는 사랑이 주된 관심사로 자리잡고 있었음은 각종 회화와 구전되는 노래로도 알 수 있다. 고구려 제2대 유리왕의 "황조가"를 보면 한나라의 왕이라 치더라도 결국 사랑 앞에서는 범부일 뿐인 것이 그 사랑이라는 것이다. 그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한권의 책이 있는데 바로 '트리스탄과 이졸데'이다. 이 러브스토리는 또다른 무슨 매력이 있을지 로맨티스트인 내가 궁굼하지 않을 수 없다.

 원수간의 사랑. 만약 처음에 그 상대가 원수라는 것을 안다면 사랑에 빠질까? 서로가 상대가 원수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때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빠지고나서, 서로의 마음을 알고나서, 서로가 원수의 자식이거나 뭐 원수사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렇지 않던가? 트리스탄과 이졸데도 그런 류의 러브스토리인데,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바로 사랑의 마약으로 인해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사랑을 하게되는 운명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 사랑의 마약으로 이어진 사랑이 과연 진정한 사랑일까? 그치만 그 사랑의 마약은 마법을 풀게 할 방법도 없어서 그들은 엇갈린 운명의 사랑을 하게 된다.

 자신의 언니의 남편(모로)을 죽인 트리스탄. 그 트리스탄인 줄 모르고 이졸데는 치료를 해주고 그로 인해 낫게 된 이졸데. 그들은 처음에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심지어 트리스탄은 이졸데를 자신의 삼촌에게 부인으로 데려가기 위해 각종 결투를 해서 이겨서 마치 전리품처럼 데려간다. 그래서 이졸데는 목숨을 구해주고 또 복수의 칼날을 겨누고 용서를 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이렇게 업신여기는 트리스탄에게 복수의 마음을 품는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가게되는 트리스탄의 나라. 그 나라로 가는 뱃길중에 마크왕과 이졸데가 서로 나눠마셔야 하는 사람의 미약을 그 둘이 얼떨결에 나눠마시게 되고 지독한 사랑을 하고 결국 한날 한시에 그들은 죽음을 맞이한다. 원수같은 사이에서, 심지어 트리스탄은 이졸데에게 그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데, 사랑의 미약으로 그들은 사랑하게 되는데 그것까지 그들의 운명인 것인가?

 불꽃 같은 사랑을 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의 축복속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귀여운 아들과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으로 끝나지 않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러브스토리. 삼촌의 부인이 될 사람, 결국은 삼촌의 부인이 되는 이졸데를 사랑함으로써 뒤이어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일지라도 이렇게 어긋난 관계 속에서 아름다운 사랑이 가능할까? 그들의 관계는 결국 주변사람의 밀고와 함정으로 마크왕에게 들통이 나고 트리스탄은 절벽 아래 강물로 몸을 던지고 이졸데는 화형에 처하게 된다. 다행히 화형장을 지나치는 뭉둥병 나환자들에게 넘겨지는 이졸데?이었지만 결국 트리스탄에게 구조를 당한다. 대부분 이렇게 되면 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머나먼 곳으로 도망갔다 뭐 이렇게 여기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던데... 이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더라. 

 이 이야기가 내게 더 와 닿았던 것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멀리 도망가서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식으로 끝나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그렇게 도망가서 숨어살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잘 알지만, 매일 계속되는 힘든 삶과 언제 발각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이어지는 삶은 트리스탄에게 이졸데에 대한 미안함을 생기게 한다. 이렇게 비참하게 당장 먹을 것도 없어서 굶기를 일상으로 옷하나도 제대로 못 입고 동굴 같은 곳에서 사는 것이 과연 그녀에게 행복을 주는 것인지 의심하고 다시 마크왕에게 이졸데를 보내는 트리스탄.  삶의 연속되는 여러 어려움을 잘 풀어나간 고전이라 이렇게 2000년이 흐른 뒤에도 다시 각광을 받고 있구나 알 수 있었다.
 
 
 

요새 엄마가 아프시다. 원래 지병이었던 무릎 관절이 좋지않아 여행을 앞두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으셨다. 엄마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은 아니지만, 엄마가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어하길래 내가 경비부담을 하고 회사에 휴가를 내서 집에서 아이를 돌볼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친정엄마는 여행을 3일 앞두고 몸이 아프시다. 가장 가깝고 친한 존재라서 그런가 이런 상황이 짜증이 나기만 한다. 거기다 엄마는 병원 진찰을 받기위해서 아이를 시댁에 맡기라고 종용하신다. 괜시리 시댁 눈치까지 봐야하는 상황이 되니 엄마가 아프지만 엄마가 밉다. 꼭 이럴때 아프냐 말이냐? 아픈게 뭐 때를 두고 찾아오는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쁜 딸은 엄마가 밉다.

 

 루이지의 엄마는 암에 걸리셨다.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도려냈는데 다시 재발하여 엄마가 병원에서 혼자 입원해계신다. 그런데 긴 병수발에 효자가 없다고 하지 않던가? 루이지는 엄마의 병이 버겁기만 하고 짓눌려지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해서 남자친구와 여행을 간다. 한때는 아름다워 거리에 나서면 교통체증을 일으켰던 아름다운 여인 알리스는 이제 죽음에 겁을 내는 평범한 암환자로 병상에서 혼자 암과 싸우고 있는데, 그렇게 엄마에게 거짓말을 하고 떠난 여행에서 루이즈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깨닫는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한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나가려하는데 한 사람은 이 세상을 방문하겠다고 하니 엄마에게 자신의 임신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다. 엄마가 아픈데 자신은 이것저것 마구 먹고 또 먹고 싶고, 기분전환으로 쇼핑도 마구 하고 싶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면 웃고 싶기도 한다. 엄마가 아픈데, 엄마가 아파서 누워계시는데 자신의 몸안에 자라는 또 한생명으로 그녀는 임신이 되어 행복감을 느끼기보다 이런 상황이 견딜 수 없어 담배만 피워댄다.

 

 이 책은 삼부작 시리즈인거 같다. [만남]에서는 평범한 관계를 원하는 작은 소녀의 이야기로, [심각하지 않아]에서는 남편을 젊은 여자에게 뺏기고 어렵게어렵게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여인으로, 그리고 [나쁜딸 루이즈]에서는 엄마를 떠나보내며 자신의 딸 앙젤을 만나는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전작을 전혀 몰라도 이 한권의 책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다. 나같은 경우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번역자의 말을 보며 이 책이 시리즈형태라는 것을 알았으니깐 말이다. 사실 책 읽는 중간에 시리즈임을 알려주는 힌트들이 있기는 했다. 나쁜 딸 루이즈의 엄마는 평범한 엄마가 아니다. 평범한 가정에서의 엄마라면 딸을 위해 약간의 희생과 수고로움을 감당할텐데 알리스는 미모값을 해서인지 루이즈에게 감당할 수 없는 자유를 주기만 한다. 일종의 무관심이라고 볼수 있을까?

 

 책의 평점은 별 네개이다. 책이 나빠서라기보다 지독한 자기중심적 루이즈의 독백이 너무너무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가 나서 감정이입된 나의 루이즈에 대한 평가점수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녀의 자기중심적 나레이션은 정말 너무너무 읽기가 싫더라. 그래서 비교적 적은 페이즈의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너무 적나라한 감정의 풀어내림은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였다. 특히 그 스트레스로 임신중에도 담배를 끊지 않고 피우고 술도 마구 마시고 우울하다고 약을 먹는 장면에서는 그녀가 정말 임신한 여성이 맞나 싶었다. 대박은 모유수유를 3일만 하고 끝내버렸을 때 루이즈 니가 정말 엄마냐?라고 속으로 욕해댔다. 사실 나라고 루이즈보다 좀 더 나은 좋은 딸도 아니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자신의 엄마에게 뭔가를 바래고 원하고 다 그런 면이 있을 것같다. 그래도 알리스의 자유분방한 성격은 내가 그녀의 딸이라도 받아들이기 힘들것 같기는 하다.

 

 

 엄마 알리스와 루이즈가 그래도 마지막에는 잘 화해했으면 좋으련만 내가 원하는 그런 격정적인 화해의 모습은 없었다. 아마 감정의 골이 깊어서 그러리라. 그렇지만 루이즈는 엄마가 죽고 나서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오히려 허탈히 반응하며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그러다 어느날 루이즈는 자신의 딸 앙젤에게서 떠나간 엄마의 모습을 보게된다. 앙젤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잔디밭에 들어갈 때, 넘어져서도 울지 않고 일어설 때의 앙젤의 모습에서 엄마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엄마가 죽는 것은 상상할 수 없어서 외면만 하던 자신에게 엄마는 딸 아이의 곳곳에 자신의 모습을 남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엄마는 떠나지 않고 항상 자기와 함께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