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그래왔던 것들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반감도 갖지 않고 살아가기 일쑤이다.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때로는 변하지 않는 진리이냥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주인공 ’사라’가 살던 1950년대 미국에서는 ’짐 크로우 ’라는 흑인 차별법에 의해 흑인들이 버스 뒷자석에 앉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앞자석이 비어 있어도, 몹시 피곤하고 지친 하루를 보냈을지라도 백인이 아니면 그곳에 앉을 수가 없었다. 왜냐 하면 그것은 법으로 언제부터인가 쭉 그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라에겐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앞자리나 뒷자리나 별 차이도 없었다. 자신과 같은 흑인들이 왜 그곳에 앉으면 안되는지 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버스 앞자리에 앉아 보았다. 그리고 버서 안에서는 일대 소동이 벌어진다. 운전기사는 운전을 멈추었고, 백인 승객들은 소리를 지르며, 법을 어겼다는 이유를 들어 신고했다. 경찰관은 사라를 데리고 경찰서로 갔다. 법을 어긴 사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사라의 이야기는 곧 신문을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고 흑인들과 백인들이 옳지 않은 법에 대해 저항하게 만들었다.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등교를 하며, 당연한 것들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각성시켰다. 

 이 이야기는 ’로사 팍스’라는 흑인 여성에서 시작된 ’몽고메리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 그녀는 1955년 어느 날 백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계속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이때부터 ’몽고메리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이 시작되었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 운동을 이끌었다. 이 승차 거부 운동은 일 년 남짓 계속되었고, 결국 버스에서의 흑백차별은 폐지 되었다. 

 ’로사 팍스’는 서문에서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을 지켜 나가야 할 때가 인생에서 한 번은 꼭 온다.’고 말한다. 요즘 광화문에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값 인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길은 막히고, 그들을 저지하려는 공권력의 투입은 시대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한다. 이 땅의 대학생들을 졸업하자마자 빚쟁이로 만들어 버리는 고가의 등록금은 도대체 어떻게 책정되는 것일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시위와 무조건적 저지가 아닐 것이다. 대학생들과 이 땅의 대학들이 아직은 이 나라의 희망이고 힘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저들을 마음편히 캠퍼스와 강의실로 돌려 보내야 할텐데 방법을 알 수가 없다.



사라, 버스를타다

 아빠는 실직을 하시고, 엄마에게 더 이상 일감이 들어오지 않자 리디아는 엄마얼굴에다 커다란 코와 콧수염이 있는 외삼촌집에 보내진다. 외삼촌 집에 살게된 리디아는 잘 웃지 않는 외삼촌을 위해 긴 시도 지어주고 비밀 장소에 외삼촌만을 위한 정원을 가꾸어 준다. 
 드디어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 계절이 찾아오고, 리디아가 가꾼 정원에도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 차게 된다. 그리고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빵가게 문을 닫은 외삼촌을 비밀장소로 초대하게 되었다. 에드 아저씨와 엠마 아줌마와 함께 옥상에서 외삼촌을 기다리고 있던 리디아는 외삼촌으로부터 꽃으로 뒤덮인 케이크를 선물 받는다. 아빠가 취직했다는 편지와 함께......

 울긋불긋한 꽃들과 열매, 초록색 풀빛들이 이 그림책에 가득하다. 리디아에게 닥친 현실은 양손에 짐가방을 들고 홀로 서 있던 기차역처럼 우울하고 어두웠지만, 리디아를 절망에 빠뜨리지 못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으로 와 살게 되었지만, 강하고 아름다운 생명력을 가진 나무처럼 주변 사람들을 조금씩 조금씩 웃게 만들어 나간다. 리디아가 가지고 있던 아름다움은 자신을 찾아온 슬픔을 견디게 만들어준다. 
 꽃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러나 그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해주고,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준다. 꽃을 가꾸는 사람도 강한 힘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생명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주위 사람들과 그 소중함을 나눌 줄 안다. 그리고 주변에 웃음소리가 들리게 만들 줄도 안다. 그래서 리디아의 존재는 참 소중하다. 꽃의 존재도 소중하다. 

  리디아가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리디아의 정원은 계속 가꾸어질 것이다. 아름다움은 곧 전염될 테니까.....



리디아의정원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작가 최인호씨가 되어 ’산중일기’ 마흔다섯 번째 이야기를 넘어 마흔여섯 번째 글을 쓰는 느낌이 든다. 아니면 일기 숙제를 검사하는 선생님이 되어 재미있고 정겨운 삶 속에 나의 삶을 살짝 보태는 느낌이라고 할까?

학창시절부터 잘 알고 있던 소설가 최인호씨가 그의 수필집 ’꽃밭’을 읽게 된 이후 새롭게 다가왔다. 대단하고 잘 나가는 소설가에서 자신의 삶에 애정과 동정을 갖고 자신의 속내를 수줍게 털어 놓는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 것이다.

난 오늘도 늦게 일어나 습관대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한 다음, 간단한 화장을 마치고 조촐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성경책을 읽고 QT를 하고 기도를 한 다음 노트북을 켰다. 늘 하던대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수업 준비를 한 다음 허둥지둥 집을 나섰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겠다고 마음먹고 자지만 이미 잠드는 시간이 자정을 훨씬 넘었었기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깨달은 것은 생각의 교만은 몸의 반응으로 무너진다는 것이다.

약속은 펑크나고 학생들은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순간 짜증이 났지만 그 마음을 접었다. 모든 계획이 그대로 꼭 지켜지는 것은 아닌것 같다. 그래도 교사인만큼 무책임에 대한 댓가를 치루게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다짐은 벌써 먹은지 오래인데 글은 써지지 않고 내리 남의 글만 읽힌다. 이러다 가을도 오고 겨울도 오고 2012년도 오겠지... 요즘 자꾸 나에게 다가오는 단어는 일상의 소중함이다.

’산중일기’의 1부 주제도 ’일상에 관하여’이다. 일부러 그런 책만 골라보는 것도 아닌데 아침에 책장에서 뽑아 들고 나간 책들속엔 하나같이 일상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온전히 버려지는 시간이란 없다. 아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 그 시간을 우리가 어떻게 보내고 있든 다만 우리 스스로 그 시간을 체념한 채 버리고 있을 뿐이다."

작가의 말처럼 주어진 시간은 버려지는 법이 없다. 그 시간에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곧 내 삶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도록 나를 격려해 주고 싶다. 

최인호, 산중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