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사람들이 정해놓은 규칙과 기준에 따라 돌아가고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정해놓은 학칙과 과목, 좋은 것이라고 정의내려져 버린 것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야 하는 세상 한가운데 서 있게 된 것이다. 그러니 자신만의 재능과 꿈과 소망은 비웃음거리가 되기 쉽고, 남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들 속으로 숨어 들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상에 살아갈수록 우리는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지 시간을 내어 깊이 들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IQ178인 사람이 IQ78의 바보란 소리를 들으며 살아갈 수 있고, 아름다운 여인이 외모콤플렉스에 빠져 살아갈 수 있다. 

’바보 빅터’를 읽으며 마음에 찔렸던 말이 있다. 

  "사람들이 포기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편하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이런 상황쯤은 이겨내야 해."


 쉽게 포기하고 쉽게 변명거리를 찾아내며 현실에 안주해버린 일이 너무나 많다. 마치 
 "너 말이야. 찔리지?"
라며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인간의 평균수명은 길어지고 인생의 이모작에 대하여 고민해야 할 때 이 책을 읽게 되어 참 다행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고 매사에 포기하고 자신감 없어 하며, 자신의 능력을 비하하고 묻어 버렸던 빅터와 로라. 그러한 그들의 말과 모습을 책으로만 읽는데도 화가 나고 짜증나고 답답했다. 만약 현실 속에서 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그런 모습만 보여 준다면 우린 모두 조금씩 시들어 가고 말 것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고, 그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발전시키며, 좋은 것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가고 싶다. 
 슬프고 힘들고 괴로운 것도, 즐겁고 행복하고 유쾌한 것도 모두 시간과 함께 지나갈 것이다. 어차피 지나갈 시간, 기왕이면 나와 다른 이들을 사랑하며 즐겁게 살고 싶다. 
 내가 내 자신이 되어서 말이다. 

 "Be Yourself"



바보빅터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라는 책이 나왔을 땐 큰 관심이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사회 각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건지도 물랐다. 그냥 '나중에 시간나면 도서관에서 빌려 봐야지......' 정도의 관심만 가졌었다. 그러다가 '이 책의 저자 인세는 전액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됩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그냥 사버렸다.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말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도 김제동씨를 따라 25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한 사람의 정보를 단시간에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맞는 말이다. 이 책속엔 내가 평소 관심을 가졌던 인물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새롭게 알게 된 인물도 있고, 이랬었던가 하는 인물도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되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보기도 했다. 역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사람때문에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래도 결국 사람이 희망이라는 말을 깨닫게 되었다. 

 김제동씨가 만난 25명(이외수, 정연주, 김용택, 고미자, 엄흥길, 박원순, 정재승, 홍명보, 고현정, 강우석, 이정희, 김C, 남경필, 안희정, 양준혁, 설경구, 조정래, 황정민, 정호승, 수영, 최일구, 유인촌, 문용식, 나영석, 신영보)중 깊은 인상을 남긴 분은 과학자 정재승, 소설가 조정래, 시인 정호승, 성공회대 석좌교수 신용복이다.

 정재승씨를 통해 과학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과학도 인문학과 다르지 않은 또 하나의 분석 도구이자 틀이란 생각과 앞으로의 과학기술이 인간적 가치를 높이는 기술,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것에 대해 기여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미 과학이 이루어 놓은 세상 한 가운데 살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역사체험은 끝없이 흘러가는 물줄기 같은 것이라 없어지지 않는다는 조정래 선생님의 말도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우리 민족이 저력을 가진 민족으로 앞으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발전 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정호승 시인이 당부했던 말,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리면 안돼요.",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는 증오도 필요하다.'도 가슴에 남았다. 
  비인간적이고 패륜적인 톱니바퀴 속에서 빠져 나가고 싶지만, 용기도 방법도 모르겠다는 김제동씨의 질문에 신영복 교수님은 이렇게 말했다. 
 " 사회 곳곳에 숲을 만들자는 거예요. 작은 숲을 만들어 우선 견디고, 다시 숲을 만들고... 여럿   이 함께 가면 뒤에 길은 생겨나거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한 명이 혼자서 백 걸음 가는 것보다, 백 사람이 함께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우리 사회를 좀 더 살기 좋게 만들어 줄것이라 믿는다. 사회는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곳이니 말이다. (그 밖에도 모든 인터뷰어들의 이야기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한 사람 안에 하나의 우주가 담겨 있다. 아무리 악랄한 인간이라도 그 속에 들어가보면 그들만의 철학이 있고, 사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과 보완이 필요하다. 소통을 끊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버리면 독재가 되고, 고집과 오만이 되기 쉽다. 그러나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면 증오와 편견도 에너지가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각자의 이야기보따리를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하나하나 풀어보는 문화가 이 책을 읽은 우리들로부터 퍼져 나갔으면 좋겠다. 그래 각자의 자리에서 인터뷰 놀이를 해보자. 듣는 이가 있으면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니 그러한 시간을 통해 사람들은 지친 삶을 위로받고, 자기도 모르게 치유받아 또다시 힘차게 일상의 삶을 살아내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외로움을 천형처럼 안고 사는 인간이지만 타인의 말을 들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조금씩조금씩 외로움을 이겨나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 대단한 힘이자 수확이라 생각한다.



김제동이만나러갑니다

 오르세미술관이 한국에 왔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르세미술관에 있던 작품들이 온 것이다. 전시회 이름은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이다. 화가들은 어떤 꿈을 꾸었을까? 저들의 그림이 지구 반대편 동양의 작은 나라까지 날아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적시고 위로해주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을까?  나에게도 오르세미술관은 남다르다. 처음 배낭여행을 갔던 프랑스에서 루브르를 포기하고 갔던 곳이었으며, 그곳에서 사진으로만 봤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파란 빛깔에 매료되어 마냥 서 있었던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우연히 읽게 되었다. 고흐의 그림에 메릴린 챈들러의 시와 노경실씨의 짧은 글이 함께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도 그 옆에 나만의 느낌을 살짝 얹어 놓아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고흐를 만나고 그를 이해해 보고, 그의 그림속에서 나만의 상상의 날개를 펴보는 것도 괜찮은 기분이다. 

 고흐의 그림이 이렇게 많았던가? 

 - 회색 펠트 모자를 쓴 자화상
 - 반 고흐의 침실
 - 아를의 공원 입구
 - 우체부 룰랭의 초상
 - 씨 뿌리는 사람
 - 바위들
 - 트라부 부인의 초상
 - 반 고흐의 의자
 - 아이리스
 - 농부와 집이 있는 풍경
 - 노란 하늘과 태양이 있는 올리브 숲
 - 사이프러스
 - 생 레미의 산
 - 생 레미의 포플러
 - 별이 빛나는 밤
 - 밤의 테라스
 - 연인이 있는 관목 풍경
 - 오두막집
 - 일하러 가는 아침
 - 낮잠
 - 밀짚모자를 쓴 자화상
 - 까마귀가 나는 밀밭

 나는 뚜렷하면서 강렬한 색채 속에 파란 하늘의 불덩이같은 별들이 떠있는 ’별이 빛나는 밤’을 좋아한다. 또  가난하지만 노동의 신성함과 쉼을 아는 농부내외의  낮잠 자는 모습인 ’낮잠’도 참 좋아한다. (물론 고흐의 그림을 전부 좋아하지만) 오베르 쉬즈 우아르에 갔었을 때 느꼈던 애잔함과 작은 빵집에서 풍겨났던 빵굽는 냄새가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평안하게 했다. 고흐는 정신병에 시달려 괴로웠겠지만 그가 남긴 그림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저마다 어루만진다. 미안하지만 그래서 그 화가가 좋고 고맙다.



고흐를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