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소녀 순지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나도 그 무게에 눌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소녀가 얼른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두 남동생도 빨리 장성하여 믿음직한 청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러면 순지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을까?생각해 보지만 해답은 없다. 책에 씌여진 대로 꽃씨가 꽃으로 자라기엔 저마다 알맞은 시간이 필요하다. 

주인공 순지는 밥이 끓는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몸으로 밥이 끓는 냄새를 맡으며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아갔다. 살림이란, 아니 삶이란 지나간 손길 위에 또 하나의 손길을 얹는 것이며, 위태롭지 않은 것은 모두 일상적인 것이라는 말에 가슴 깊이 동감했다.  또한 아버지이기에 사랑할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순지의 마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얼마 동안은 일상에서의 일탈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지금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륙과 착륙을 정확히 해야 했던 비행기 조종사처럼 나도 일상에서의 일탈과 회귀를 정확히 하는 연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소망이 생겼다면 불안과 두려움을 안겨주는 뒷모습이 아닌 넉넉하고 포근한 앞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세상은 참 많은 짐을 지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 속에서 나도 내 몫의 짐을 잘 지고 가는지 다시 뒤돌아 봐야겠다.

 

밥이끓는시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으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1930년대 쓰여진 작품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우려하고 있음에 놀란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에 놀라며 두려움을 느낀다.

얼마전 중등부 선생님들과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발달한 과학중에 정말 신기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우리는 정말 순진하게 이것저것을 이야기했다.어떻게 큰 비행기가 날아다닐 수 있을까? 사람마다 핸드폰을 들고 다니면서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지 않니? 등등 서로 이것저것 말하곤 했었는데....

특히 마지막에 나눈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미 과학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해서 매우 발전해 있는데 보통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때문에 하나씩하나씩 내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소설속에는 부모없이 배아복제로 병속에서 인간이 태어난다.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져 있고, 자신의 계급에 만족하기 위해 수면 교육이 행해지고, ’소마’라는 진정제를 먹으면 걱정도 근심도 고독도 우울함도 사랑의 설렘도 사라진다. 주어진 양만큼 자신만의 유토피아속에 빠질 수 있다.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문학도 종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죽음과 탄생에 대한 애도나 경이로움도 없다.사람들은 촉감영화와 전자게임을 즐기며 죽음 직전까지 유지되는 젊음에 만족하며 늙어가는 것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행복이다. 불필요하거나 눈으로 보기 추한 것들은 무조건 없앤다. 세계는 몇 명의 총통들에 의해 통제되고 그 속에서 개인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회안정을 위해 ’모두의 모두가’ 존재할 뿐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과학으로 인간을 통제하고 조절한다해도 인간은 인간이다. 육체의 편안함 속에 만족할 수 없는 영혼을 가진 인간인것이다. 무엇인가 그 실체를 알 수 없지만 영혼의 허전함을 느끼는 인간인 것이다. 살면서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그리워하고 안타까워하고좋아하고 설레이고 흥분하고 짜릿함을 느끼는 것은 축복인 것이다. 고독해하고 우울해하고 외롭고 슬프고 괴로운 것도, 두려움과 불안해 할 수 있는 것 또한 내가 영혼을 가진 인간임을 확인하는 행복한 일이다. 이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는 발전하는 것이고 사랑할 수 있으며,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이 절대로 따라올 수도 없고, 따라와서도 안되는 영역인것이다.

여주인공 레니나는 힘들고 불쾌한 기분이 들거나 힘들때는 언제나 소마를 먹었다. 깊은 생각에 빠져있는 친구들에게 뭣하러 힘들게 고민하냐며 소마를 먹으라고 권유한다. 그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인것처럼.... 그래서 알았다. 인간이 감정을 소유한 것이 축복이고 감사해야 할 일이며, 그것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을...

물론 과학이 우리에게 준 혜택은 매우 많다. 무조건 옛날로 돌아가야한다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나는 두렵다.

가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작은 전자제품을 제대로 다루지 못할때, 가상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넓은 세상이, 당연하게 이야기하는 많은 과학의 진보가 때때로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일상생활 속에서 사람으로 인해 짜증나거나 우울해질 때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이 일때 감사해야겠다.잘 쓰지 못한 글을 읽게 되거나 잘 그리지 못한 그림을 보게 될 때도

감동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완성하기 위해 보낸 시간에 대해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아파트 화단에 피어있는 꽃들에게도 말을 건내고, 성경을 읽을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시간이 흐르고 나의 모습이 하나, 둘씩 나약해지며 나이 먹어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기 보다는 기뻐하고 즐거워해야겠다. 내가 생각하는 신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말이다

 

멋진신세계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읽었던 심리학..

.그 중심에 있었던 메세지는 바로 ’지혜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었다.

프레임은 뚜렷한 경계 없이 펼쳐진 대상들 중에서 특정 장면이나 특정 대상을 하나의 독립된 실체로 골라내는 기능을 한다. 세상은 변함이 없지만 세상을 보는 나의 변한 프레임에 따라 달라 보이게 된다. 내가 바라본 세상과 타인이 바라보는 세상이 다른 이유이다.

저자는 7장에서 지혜로운 사람의 10가지 프레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1.의미 중심의 프레임을 가져라.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미래나 현재의 일도 늘 상위 수준으로 프레임해야 한다. 일상적인 행위 하나하나를 마치 그것을 먼 미래에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의미 중심으로 프레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2.접근 프레임을 견지하라.

자기 방어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 밖의 세상을 향해 접근하라.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새로운 일을 접했을 때, 늘 접근의 프레임을 견지하라. 그것이 두려울 땐 기억하라. 접근함으로 인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안주함으로 인한 후회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진다.

3. ’지금 여기 프레임을 가져라.’

우리에게 필요한 프레임은 준비기로써 희생하는 현재가 아니라 ’현재 순간을 포착해서 마음껏 즐기는 행위’를 의미하는 ’Savoring’대상으로써의 현재다.

4. 비교 프레임을 버려라.

진정한 마음의 자유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데 있다.

5.긍정의 언어로 말하라.

한 사람의 언어는 그 사람의 프레임을 결정한다. 매일 사용하는 단어 속에 우리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까지 담겨 있는 것이다.

6.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라.

우리 스스로에게도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줘야 한다. 가슴을 벅차게 만들고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들었던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면 하나쯤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없다면 스스로 만들어라.

7. 주변의 물건들을 바꿔라.

주변 물건들을 적절히 선택하고 배치하는 것은 단순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넘어서는 지혜로운 마인드 디자인인 것이다.

8. 체험 프레임을 소비하라.

행복은 소유 자체를 위한 소비보다는 경험을 위한 소비를 했을 때 더 크게 다가온다. 편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위해 소비해야겠지만, 정녕 한 차원 높은 행복을 경험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소비해도록 하라. 누군가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을 단순한 인사치레나 의례적인 선물로 프레임히가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한 행복 비타민이라고 프레임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9. ’누구와’의 프레임을 가져라.

최고로 행복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혼자 있는 시간이 적었고,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자기 삶에 만족을 누리는 사람들, 이들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누군가’가 있었다.

10.위대한 반복 프레임을 연마하라

’습관은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도스토예프스키)

내가 바라보는 창이 앞표지의 사진처럼 깨끗하고 맑았으면 좋겠다.요즘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나 자신을 좀 더 낮추고, 타인의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그런 프레임을 갖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대했으면 정말 좋겠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프레임, 심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