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에 대해 난 생각한다.
한 친구에 대해 난 생각한다.
어느날 나는 그와 함께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손님으로 만원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늦어지자
친구는 여종업원을 불러 호통을 쳤다.
무시를 당한 여종업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난 지금 그 친구의 무덤 앞에 서 있다.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었는데
그는 이제 땅 속에 누워 있다.
그런데 그 10분 때문에 그토록 화를 내다니.
이 글은 17세기의 시인 '막스 에르만'의 시로써 류시화 시인의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 실려 있는 것이다.
식당을 가면 흔히 접하게 되는 흔한 풍경들이 떠오른다.
내가 알고 있던 어느 사람도, 식당을 들어서면서 주문을 하고는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에 빨리 달라고 성화를 부렸던 것을 기억한다.
그 사람은 詩와는 달리 아직 살아 있지만.......
물론 나도 예전에는 가끔 그렇게 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가끔이지만.
왜 사람들은 그 10분을 기다리지 못하고 성화를 하는 걸까?
어느 학설에 의하면,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소수의 인원이 단체를 이루어 사냥이나 인근 부족과 사냥을 할 때 식사 시간이란 것을 특별히 지정할 수 없을 만큼 습격이나 사냥 등의 불특정한 시간으로 인해 여건이 허용하는대로 식사를 해야 했기에 우두머리 부터 식사를 하고나면 나머지 서열에 의해 식사가 진행 되었다.
결국 자기가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오면 빠르게 최선을 다해 먹어야 했던 그 습관이 우리의 무의식속에 잠재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빨리 먹지 않으면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없기에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식사를 재촉하게 된다.
아마 이것을 다윈의 진화론에 의존하여 이야기 한다면, 지극히 진화가 느린 사람들이 그렇게 재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직 미개하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문명인으로 또 진화한 인간으로써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는 몇 해 전부터, 식당에 가면 '맛있게 해주세요' 나 '좋은 요리를 부탁합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식당에 가게 되면 우리는 그들이 해 주는 음식을 먹게 된다.
현대의 우리들이 필연적으로 자주 접하게되는 식당의 음식은, 집에서 우리의 어머니나 아내 또는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이가 만들어 주는 정성이 가득한 음식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물론 자기자신이 먹는 음식처럼 정성을 다하는 식당도 있지만 대부분의 곳은 어쩔 수 없는 밥벌이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빨리 달마며 보채게 되면 정성이 아닌 '증오'가 음식에 녹아들게 된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보낼 수 있는 최선의 아름다운 말은 나의 건강을 좌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식당엘 갈 깨 책을 들고 간다.
그건 기다리는 시간을 좀 더 알차게 하기 위함도 있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여유있게 할 수 있도록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음식이 나오는 동안에 시간을 떼우기 위해 신문을 보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신문은 유쾨한 내용 보다는 짜증나는 기사가 더 많다.
식사 시간은 우리의 일상 중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시간이다.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식사에 사건과 사고로 얼룩진 신문을 펼친다는 건 식사시간을 유쾌하지 않게 할 따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시집이나 에세이집을 권한다. 특히 위나 대장 등의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약이 되는 음식을 독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식당에서 '빨리 빨리'를 외치거나 그들을 짜증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들은 내가 삶에서 가장 행복하게 즐기는 여러가지의 경우 중에서도 무척 중요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행복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기에.......
시,
친구,
삶,
사랑,
고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