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난 건 소설 황진이를 통해서다.
여타의 소설과 다른게 고문이 잔득 들어 있는 그 소설이 황진이를 가장 객관적이고
사실스럽게 묘사하고 있었지만 국문학을 전공한 나도 사실 읽기에
부담스러운 소설이었다.
그래도 읽어 갈 수록 대단한 작가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방각본 살인사건>에서 난 김탁환이라는 작가에게 반해버렸다.
나비가 사뿐사뿐 날아다니듯..소설이 아닌 시의 문장처럼 하나 하나가
전부 날아다니는 나비같았다.
18세기 정조와 서얼출신들의 집합이라 해도 관언이 아닌 백탑파 다시 말해 실학파
그리고 소설이 성행해 초판이 방각이 되고 방각이 되어 사람들 사이에 막을 수 없이
번져나가던..그 때 그 이야기를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역사속 한페이지로만 알고 있던 실학파 학자들..박제가, 유득공, 연암 박지원 등
그들의 생활을, 고뇌를, 포부를 이렇게 라도 엿볼 수있어서 좋았다.
허구이지만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노력하고 연구했나는
나중에 책 뒷면의 참고문헌을 보니 알겠더라.
그래 이정도를 되야 역사소설이라 할만하지..
추리소설이라서 더 흥미 있겠지만 추리소설을 위해 18세기를 택한 것이 아니고
역사소설을 쓰기 위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빌려왔다는 생각이 들더군.
화자는 의금부 도사 이명방이나 사건을 해결하는 사람은 김진이라는
열아홉의 화광이다.
화광..꽃에 미쳤다는 이 사람은 서얼출신이라서 자기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더 완벽한 인간이 되었다고 했다. 조금 부족한 점이 있으면 사람들이 서얼출신이라서
그렇다고 돌팔매질을 해댔으니까
(그래서 그 설움을 앙갚음 할까봐 조정에 들이는 것을
꺼리는 양반들도 많았을꺼라 심정적으로 이해는 되더라..ㅋㅋ)
그런 의미로 이 김진의 직관력과 해박한 지식은 참으로 놀라웠다..우와 우와
셜록홈즈도 안부러운 명탐정이었다는..
18세기 정조의 처세..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구던 젊은 신진 학자들..
그리고 옛 것을 지키려는 온건한 양반들..
그들의 의견과 이견이 충돌되면서도 어우러지는 그 때의 상황을
하나의 사건을 통해 절묘하게 그려낸 작가가..대단하게만 보였던 <방각본 살인사건>
두번째 사건 이야기인 <열녀문의 비밀>도 빨리 만나야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