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에게 보내는 편지’에 대한 간략한 줄거리를 들었을 때 내가 받은 느낌은 ‘상투적‘임

그렇고 그런 내용들의 ‘식상함’ 뻔한 이야기들의 나열이겠지 하는 부정적인 느낌 이었다

특히 내가 싫어하는 종류의  싸구려 감성에 호소하는 최루성  내용이 아닐까 하는

우려까지 

평소 책에 대한 편식이 심한 나쁜 습관을 바꿔 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정작 책 내용에는 별 기대감 없이 ‘샘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장 읽으면서 책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조금씩 바뀌어가고 어느새

깊은 연민과 감동으로 울먹거려지고 있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손자에게 잔잔히 마치 흐르는 강물을 묘사하여 읽어 주듯이

세상과 평범하지 않은 인생에 대하여  들려주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휠체어에 의지한

할아버지의 편지

이 책에서 높이 사고 싶은 점은 자칫하면 신파로 흐르기 쉬운 내용을

적절히  절제하고 한 발 물러서서  들여다보고  묘사한 작가의 뛰어난 글쓰기 능력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굳게 닫고 있던 내 마음이 슬며시 흔들리고 나 자신이 샘이 되어

고틀립 할아버지가 알려주는 편견을 극복하는 방법을 조금씩 깨우치게 되었다

‘과거에 매인 사람은 미래를 향해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단다’

‘샘 내가 삶을 평화롭게 받아들이는 건 그래서이다

내게 맡겨진 세상의 일부를 보살피고 있기 때문이지

더 크게 더 좋게 만들려 하지도 않고 바꾸려 하지도 않고 말이다

나는 그것을 돌보고 있을 따름이다‘

‘몸에 난 상처를 치유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이미 네 몸속에 잇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네 몸속에 있는 산소 혈액 영양소가 상처를 낫게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네가 상처를 입는 그 순간부터 치유도 함게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 [빅 피쉬]의 원작 [큰 물고기]로 ‘우리 시대 가장 상상력이 풍부하고 독창적인 작가’로 미국 문단에서 평가 받고 있다는  다니엘 월러스

영화와 책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기대감을 충분히 갖게 하는 문구였다

[오 그레이트 로젠펠트]는 한마디로 말한다면 굉장히 재미있는 동화 같은 소설이다

어리숙하며 상항에 대한 판단, 리더쉽등은  전혀 갖추지 못한 족장 로젠펠트와 그를 펜의 힘으로 더할 나위 없는 위대한 영웅으로 묘사하여 후세에 남기는 서기 조지

이에 반항하여 새로운 족장을 꿈꾸는 전사 애킨스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핵심 인물들이다

그들 사이의 갈등 원인으로 아름다움 그 자체인 여인 샐리가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우리의 주인공들은 모두 샐리를 사랑하고 그녀를 차지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는 이웃의 괴물처럼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윌슨 일당까지 샐리를 노린다

부자도 없고 땅도 없는 인원도 겨우 33과 이분의일 명 밖에 안되는 초라한 부족에게서

이웃의 약탈자가 노릴 것은 ‘더없이 아름다운 사람‘ 샐리 뿐이다

윌슨과 애킨스는 막상막하의 힘으로 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하다가 벼랑으로 굴러 떨어져 죽고  로젠펠트와 샐리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일어난 방식 그대로 이야기를 적는 것보다 본인의 기술을 발휘하여 일어난 일에 영광의 빛을 씌우는 것이 진정한 서기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조지에 의해 로젠펠트는 무능하고 회의만 좋아하는 천치 꼴통 족장에서 웅대하고 용기와 기백이 넘치는 위대한 족장으로 탈바꿈하여 우리들에게 전해지게 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평범한 사람의 머리로는 그분의 그 웅대함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인생이라는 게 우리가 살아봐서 알지만, 꼭 재미있는 이야기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너무 길거나 지리멸렬하게

축축 늘어지고, 진정한 주제라는 것도 없고, 동기도 없단 말씀입니다.

고통과 고난을 빼놓고는 말이에요. 그것도 낡게 마련이구요.

나는 당신이 일어난 일 그대로, 일어난 방식 그대로 이야기를

적는 사람은 좋아하시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서기라면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서기는 일어난 일에

영광의 빛을 씌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