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되면 100- (나이) 만큼의 페이지는 읽어 보고 책을 퍙가 하라는데, 이 책은 30 페이지쯤 읽어 보고는 덮을 뻔 했었다. 느낌이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쓴 책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책이라는 것이 작가의 내면에서 물이 차 올라 넘쳐서 나오는 책이 있고, 책을 만들기 위해서 쓴 책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적이 있는데, 이 책의 30페이지까지는 넘쳐흘러서 쓴 책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앞 부분의 총론이 지나고 각론에 가니까 책이 재미 있어 졌다. 그 내용들은 지은이가 쓴 내용은 아니고, 개개인의 사생활을 하고 있는 객원 출연자들의 사생활의 내용이었다. 

영화감독, 변영주, 만화가 윤태호, 다큐감독 박수용등등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다양하고 재미 있고 치열하고 다양한 시각의 삶의 이야기가 재미 있었다. 이런 글에 비하면 내 삶의 이야기는 참 재미 없구나 하는 생각도 가끔 든다. 누가 그랬다. 지루한 일상이 행복이라고. 그런데 그런 지루한 일상을 영화로 만들거나 책으로 만들면 아무도 안 볼 것 같다. 재미가 있으려면 인디아나 존스 같이 올라가고 내려가고 다양한 변화가 있어야 보는 재미가 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영화가 현실이라면 재미 있을까 ? 벗어나고 싶을까 ? 지루한 일상을 사랑하면서 지루하게 살아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는 이 책에 있는 사생활의 천재들에 나오는 사생활들이 너무 재미 있고, 대단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사서 읽었고, 아마 책꽂이에 두고 가끔 읽어 볼 것 같다. 

아마 이 책에 있는 사람들 같이 사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상은 평범하고 지루하고 별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추천이지만, 자신의 일상이나 인생이 다이나믹하고 재미있고 놀이동산에 있는 것 같다는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 안될것이다. 책을 써야지

이 책을 읽으면 독서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줘야 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압박처럼 밀려 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료실에 들어 오는 엄마들에게 애들에게 책을 읽으라는 말을 계속 해주는데, 요즘 엄마들이 내가 이 책을 읽고 말을 하는 것인줄 모를 것이고,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안하던 말을 하나 할 것 같기도 하다. 기승전결에서 기승전이 빠지고 결만을 이야기 하니까, 말하는 나도 조금 이상하기는 한데, 그 만큼 이 책은 impressive 하다.

책이 매우 재미 있는데, 유일한 단점은 책이 너무 두껍다는 점. 전쟁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고, 어떤 전쟁에서 어떻게 이겼는지를 이런 저런 전지적인 관점에서 분석을 했다. 이 책을 보면 전쟁이라는 것이 예술가들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전투를 하는 것이 아니고 군인을 뽑아서 훈련을 하고 전쟁터에 보내고, 군인만을 보내는 것이 아니고 물자를 조성해서 전쟁터에 조달하고, 몇십만명의 군인을 일사분란하고 체계적으로 조직해서 적절한 전략을 가지고 적과 싸워서 이기는 것이 결과를 알고 보는 것은 당연한 것 같아도 막상 맨땅에 헤딩하면서 이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다.

여기에 보면, 물량도 중요하지만, 좋은 관료 조직도 필요하고, 누군가 선각자의 혜안도 필요하고, 최첨단의 무기도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 보다도 이런 것에 대한 대비와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 2차 세계 대전에서 독일이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 왜 졌는지, 그리고 이제는 물량 보다는 정보가 중요한 시기가 되면서 식민지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예전과 지금의 전쟁은 어떻게 바뀌었고 그 바뀐 모습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재미 있게 써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다. 그림도 별로 없고 거의 대부분의 택스트인데도 압박감이 심하지 않은 것은 나도 전쟁을 좋아하는 것이라서 그런가. ㅠㅠ

made in war라는 책의 제목이 멋있기는 한데, 
한국어 제목도 정말 잘 정한 듯 하다. 
전쟁이 만든 신세계.

군대라는 것이 평화시에는 필요 없어 보이지만 없을 수 없는데, 상대방이 강하다면 대책없이 많은 비용이 들어 가는 것이 문제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