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크로스더 유니버스(부제:138억년 우주를 가로질러 당신에게로) 2019
김지현 서강대 물리학과 안성천문대장 현암별학교장
김동훈 연세대 기계공학과 천제 사진을 찍고 있다.
책을 보면서 표지에 감동을 받기는 처음인데, 표지 디자인을 상당히 잘 했다. 띠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느낌이 많이 다른데, 띠지가 있으면, 지구의 대기권 위에 우주인이 떠 있는 느낌이고, 띠지가 없으면 책 표지는 완전한 검은색이다. 검은색 우주에 우주인이 떠 있는 아주 막막하고 외로운 느낌이 전달된다.
요즘같이 언택트 시대에 콘택트 영화가 생각났다. 조디 포스터 아빠가 조디 포스터에게, 이 넓은 우주에 인간만이 생명체라면 얼마나 많은 공간의 낭비인지 설명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생각해 보면, 우주의 99% 이상은 빈 공간이고, 지구 등의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정말 미미한데, 빈 공간이 의미가 더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넓은 빈 공간을 놔두고, 지구의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운석은 정말 굉장한 일이고, 빈 공간이 그렇게 많은데, 작은 공간인 지구의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운석에 의해 멸망한 공룡은 정말 운이 없었던 것일 수 있겠다.
우주의 나이를 138억 년이라고 하고, 태양계는 50억 년쯤 된다. 사람은 보통 100 년을 산다고 하는데, 사람의 상상력이 끝이 없다고 하지만, 138억 년 우주에 대한 것은 상상이 가능한 영역일까?
138억 년 전부터 팽창이 시작된 우주는 지금도 팽창을 하고 있다. 만일 사람이 팽창하고 있는 우주의 끝에서 커튼과 같은 팽창의 장막 바깥에 어떤 공간이 있는지 볼 수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 공간은 무엇으로 되어 있을까.
이 책을 보면,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런저런 일들이 다들 한심해 보이고, 우주에서 보면, 정말 점도 아닐 것 같은 집과 오피스만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으로 40년 넘게 우주를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호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봤다. 어제와 오늘 내가 하는 고민은 진짜 중요한 문제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대단해 보인다. 만유인력으로 모든 물건을 지구로 잡아당기고 있다. 그런데 이 대단해 보이는 지구도 태양에 비하면 정말 별 볼 일 없는 것이다. 태양계에는 태양 하나의 무게가 태양계 전체의 99.86%이다. 그래서 지구 위의 물건을 지구가 잡아당기고 있듯이, 태양계의 모든 물건을 태양이 잡고 있다. 지구가 동네에서 힘 좀 쓰는 것 같지만, 중간 보스라고 하기도 좀 미미한 수준이다.
이 책은 이렇게 되어 있다.
1부 세계 곳곳을 돌며 차근차근 밟아 나간 탐구의 과정 소개
2부 우주의 시작과 함께 등장한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가 서로 어울리는 풍경을 바라본다.
1부. 별을 찾아 떠나는 탐험. 맑은 하늘을 찾아서, 별을 관찰하기 위해서 여러 곳을 다녔다.
1. 호주의 쿠나바라브란(Coonabarabran). 도착시 기상이 안 좋아서 맑은 하늘을 찾아서 북쪽으로 이동했다.
황도광. 46억 년 전 태양 주위의 물질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먼지. 황도(하늘에서 태양이 지나는 길)에 있어 빛을 산란시킨다. 은하수가 그림자를 만드는 곳. 황도광이 있거나 은하수 그림자가 보이는 곳은 깨끗한 하늘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Australia telescope compact array 전파 천문대. 3km의 레일 위에 지름 22m의 전파 망원경.
2.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주 해발 2200m 천문대. 아파치 포인트 천문대
3. 하와이의 빅 아일랜드. 세계적인 천문대가 있다.
4. 몽골의 홉스굴호수(khovsgol)
도시 가까운 곳은 light dome 현상이 나타난다. 도시 불빛으로 뿌옇게 반원형의 층이 만들어진다. 별 보기 쉽지 않다.
5. 몽골의 알타이 사막
6. 북극. 개기일식 관찰. 3대 천문현상- 대유성우, 오로라, 개기일식
7. 노르웨이 북쪽의 스발바르제도
8. 스웨덴 북부지역 키루나
이런 곳에 별을 보기 좋은 곳이라고. 작가는 참 많이도 가봤는데, 예전에는 이런 곳을 한번 가 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책을 보고 나니까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늙어서 그런 건지. 작가는 가서 별 보는 재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 나 같은 일반인이 가면 별이 일반인이 보기 좋게 나열된 것도 아닐 것이고, 밤에 위치를 찾아서 의미를 배우면서 봐야 할 것 같은데, 금방 지루해질 것 같다.
대륙괴(craton) - 지각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30억 년 전의 지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서호주에 몇 곳 있다.
서호주 북쪽의 칼바리 사막 퇴적층 - 4억 2천만 년 전 몸이 큰 동물이 최초로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왔다.
칼바리 사막 북쪽 해멀린풀(Hamelin pool) - 35억 년 전부터 존재하는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드는 돌.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구에서 처음으로 산소를 만들어 낸다. 35억 년부터 산소르 바다에서 만들고, 25억 년쯤에는 포화된 산소가 바다 밖으로 나오고, 4억 2천만 년쯤에는 바다 동물이 육지로 올라오고.
21억 년 전에 단세포 진핵세포 생명체 출현. 호기성 세균과 시아노박테리아를 삼키고 공생하기로 진화. 호기성 세균은 미토콘드리아로, 시아노박테리아는 엽록체로 진화.
15억 년 전에 다세포 생물의 출현
누군가에게는 이런 지형지물이 그냥 돌덩이 일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겠다. 그리고, 그 큰 의미의 순간이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때 만일 생명체가 귀찮아서 물에서 육지로 올라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을지 모르겠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는, 수억 년 동안 우리 조상님들이 유아기와 아동기를 거쳐서 생식이 가능한 나이가 될 때까지, 질병이나 전쟁 등의 재난으로 목숨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가 가능한 것이다. 정말로 수억 년간 억세게 운이 좋았기 때문에 존재가 가능한 것이다.
2부 아름다운 우주의 풍경 - 밤 하늘에 보이는 은하수를 지우면 더 먼 곳을 볼 수 있다.
138억 년 우주의 시간. 초기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은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해낸 사람과 증명한(?) 사람들이 대단하다.
자연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인간의 익숙한 생각과 감각이다.
우주 나이 10억 년에 은하가 형성, 우리 은하는 우주 나이 90억 년에 생겼다.
우주는 지금도 팽창 중이다. 1000억 후의 후손이 있다면 외로울 것이다. 주변의 별이 너무 멀리 있어서 보이는 별이 거의 없을 것이다.
별의 밝기 나누기. 기원전 190년의 히파르코스의 등급을 약간 고쳐 사용하고 있다. 대단하다.
북극성이 있는 작은 곰자리는 2등급부터 5등급까지의 별이 있다. 일곱 별이 모두 보인다면 별자리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별은 온도에 따라서 색이 다르다. 뜨거운 별은 파란색(12000). 낮은 별은 붉은색(3500), 태양은 노란색(6000). 북극성. 북두칠성의 국자를 다섯 배. 카시오페이아 양 끝 별관 삼각형을 만들어 찾는다.
가끔 정신이 안드로메다에 간 사람도 있다. 안드로메다는 250만 년 전의 모습을 지금 보여주고 있다. 빛의 속도로 다녀오는데 500 만년 걸린다. 정신이 안드로메다에 갔다면 다시 오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별을 볼 때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
낮에는 빨간색이 잘 보이고 저녁에는 파란색이 잘 보인다. 눈의 민감도가 다르다. (푸르키네 효과)
티코브라헤. 덴마크 왕의 후원으로 천문대에서 25년간 별을 관찰. 망원경 없이 눈으로 관찰. 천문대라고 하지만, 그냥 별이 좀 잘 보이는 곳에 있는 집이 천문대이다. 그런데 눈으로 본 내용을 정밀하게 기록했다.
그 자료로 케플러는 행성 운동을 수학으로 규명. 케플러는 천문대에서 일했지만 천연두의 후유증으로 시력이 나빴다. 시력이 나빠도 천문대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귀가 안 들리는데, 음악을 전공한 것과 같은 건가.
케플러는 공전궤도가 타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태양에 가까워지면 빨리 움직이고, 멀면 천천히 움직인다. 태양과 행성 사이의 거리와 공전 주기의 법칙. 일반적인 생각은 관찰하고 기록한 결과와 달랐다. 케플러는 일반적인 생각보다는 티코 브라헤의 관측을 믿었다.
경주의 첨성대를 보고 신라의 천문 관측소라고 하면 실망하는 사람이 많을지 모르지만, 유럽의 최고의 천문대도 망원경이 하나도 없는 그냥 집이었다. 첨성대도 별을 보는 장소였겠지만, 아마 그때까지의 모든 천문 지식을 모아 놓은 상징적인 물건 일 수도 있다. 연세대 마크의 독수리를 보면서, 고대 마크의 호랑이를 보면서, 대학의 이미지를 상상하듯이, 첨성대도 일종의 브랜드 이미지 일 수 있다.
망원경은 네덜란드에서 발명. 안경점에서. 군대에서 사용. 별 관측에 처음 사용한 사람은 갈릴레이. 망원경을 개선해서 굴절 망원경을 만든 사람은 케플러(나름 능력은 있는 사람이네). 반사 망원경을 만든 사람은 뉴턴(뉴턴은 주식 투자를 빼고 나면 다 잘했던 것 같다.)
NASA에서 운영하는 '오늘의 천체사진(APOD)'에는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사진 중 가장 의미 있는 사진을 골라 소개한다. 첸치 사진을 보고 싶으면 여기에 접속해서 보면 된다.
태양계.
10만 광년 크기의 우리 은하 중심에서 2만 7000광년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과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가 형성이 되어 있다는 것이 아니다. 태양을 중심으로 있지만, 태양도 우리 은하의 변방이다.
1977년 보이저 1호, 2호 발사. 보이저 1호는 가장 먼 곳을 가고 있다. 2025년에는 전지 수명이 다해서 통신이 끊어질 예정. 고장 나지 않으면 7만 년 후에야 다른 별의 근처에 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멀리 있어도 통신이 가능하다는 게 신기하다.
같은 별도 위도가 다른 곳에서 관찰하면 보이는 위치가 다르다.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이다. 엄청난 관찰력이 필요하겠는데. 서울과 부산에서 북극성을 보면 2도 차이가 난다. 엄청난 옵세가 아니고서야 알 수 있을까?
세차운동. 팽이의 축이 원을 그리면서 돈다. 지구의 자전축이 도는데 2만 5800년. 5000년 전 피라미드 건설 시 북극성은 용자리 투반. 지금은 작은 곰자리. 1만 2000년 후에는 직녀별이 북극성, 이집트 피라미드가 어느 별자리를 중심으로 건설되었는지 보면, 언제쯤 만들어졌는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지금이나 옛날이다.
별의 색이 변하는 변광성으로 우주의 크기를 알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의 이름은 리피트(1868-1921). 여성이고, 청각장애인이고, 정식으로 천문학 교육을 받은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천체 사진 분석을 잘해서 하버드대 사진 분석 책임자로 일했다. 이 사람을 하버드대학교 천문대에서 일을 하게 발탁을 한 사람은 내부적인 반대가 없었을까? 한국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으로 정식 교육도 받지 않은 사람이 대학교의 책임 있는 위치에서 있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은 1900년대 초에 이런 사람을 발탁했던 안목을 가진 사람이 새삼 궁금해진다.
코스모스 이후로 즐겁게 읽은 천체 이야기. 이런 책을 읽고 다면 지구 위에서 지지고 볶고 있는 게 한심해 보이지만, 다시금 소시민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 표지에 이렇게 쓰여있다.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여행해야 하는 이유는 그곳이 우리 모두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새삼 물리학과 천문학을 하는 분들에게 존경심이 생긴다.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을 하다니. 논리를 만들고 설명하고 이해하고 상주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진짜 서로는 이해하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