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선택할 때는 영화예고편에만 의존하지 않듯이 책을 선택할 때도 추천만을 가지고 고르거나 표지를 보고 구입해서는 안된다. 이 책 철학의 기술도 마찬가지였다. 철학입문서라길래 사회과학에 관심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던 시기라 무턱대고 구입해버렸다. 하지만 이게 웬걸 이 책은 철학입문서는 맞지만 철학사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고 철학 연습을 하기 위한 도서였다. 철학 논증, 타당성, 부당성, 비판, 규칙 등을 서술하고 있다. 

어릴 적 읽었던 반갑다 논리야의 대학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이 철학의 기술에서 중요하게 언급하는 부분은 철학적 사고와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구제척이고 실제적이며 효과적인 기술과 방법을 제시한다. 말 그대로 철학의 기술에서 기술은 practice인 동시에 技術인 것이다. 

철학서 입문으로 대학용 교재로 쓰이지만 교양서로써도 충분한 자격이 있는 책이다.

철학

애덤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의 핵심을 저자 러셀로버츠가 풀어낸 책이다. 애덤스미스는 우리에게 묻는다. 무엇을 따라갈 거냐고? 돈이나 명예 아니면 꿈? 예전에 보았던 영화 한 토막이 생각났다. 인디에어라는 영화에서 해고전문가 조지클루니는 피고용인 JK시몬스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그동안 꿈을 포기하는 대가로 얼마나 받았나? 이제 그 꿈을 찾아보라고. 돈이나 명예는 결코 우리를 만족 시킬 수 없다. 아니 우리만 계속 만족시키지 않는다. 고용이 불안하고 당장 먹고 살기 바쁜 시대에 우리가 잃고 살았던 건 무엇일까? 

지금 누리는 가족과 사람들, 관계를 너무 당연시 해온 건 아닌가 고민해 봐야 한다. 공정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그 모든 걸 아우르는 비판적인 모습도 필요하다. 

설령 불행하다 느낀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자기기만에 빠진 인간은 확증편향으로 심화될 뿐이다. 

2017년에는 오래 살기보다는 잘 살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아플 만큼 아팠다.

애덤스미스, 러셀로버츠, 도덕감정론

가라타니 고진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로쟈 덕분이었다. 기실 국내 가장 유명한 서평가일 것이다. 그가 뽑은 올해 꼭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서 가라타니 고진의 철학의 기원을 꼽은 것이다. 그래서 일단 샀다. 그리고 잠시 읽다가 곰곰히 생각해 봤다. 분명 번호가 적혔다는 것은 순서가 있다는 것이고 배경지식도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진 결과 가라타니 고진 독서맵을 보게 되었다. 윤리21을 가라타니 고진의 입문서로 삼으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절판된 책이었다. 이래저래 고민 끝에 일단 거꾸로라도 읽어가며 방정식을 풀 듯 맞춰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가장 먼저 탐구를 먼저 읽었다. 이것 역시 현재 품절도서다. 비트겐슈타인, 데카르트, 마르크스 등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자신의 철학으로 전개해 나가는 타자 탐구의 장이었다. 정말 마음에 들었다.

서론이 길었다. 가라타니 고진과의 두 번째 만남이었고 또 역시나 흥미로웠다. 마르크스와 칸트가 메인요리이자 그가 저변을 넓혀가는 대상이다. 교환양식을 통해 세계의 구조를 읽어내는 명쾌한 저술에 감탄하며 읽어 갔다.

간단히 줄이자면 자본주의 지속을 위해선 자발적 교환과 호수 교환을 하는 어소시에이션이 필요하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칸트의 도덕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세계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가라타니 고진의 퍼즐을 맞추고 있기에 다시 그의 저서를 읽어보고 재독이 필요할 듯하다. 지식의 저변을 넓히고 나아가 급변하는 세계 흐름 속 역사와 철학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자 하는 분들께 일독 권한다.

가라타니고진, 세계사의구조, 철학, 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