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사장의 팟캐스트를 들었건 듣지 않았건 간에 그의 책은 낯설지 않게 읽을 수 있고 또 생각하게 만든다. 친절한 도표와 쉽고 간결한 문장은 누구나 기본적인 국가와 정책에 대한 큰 그림을 알려주는 데 더 없이 좋다.

지대넓얕을 읽은 독자라면 중복되는 내용에 다소 실망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의 큰 정부 작은 정부라는 큰 틀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교육, 세금, 정치, 직업 등 우리 일상 곳곳에 멀게만 느껴졌던 것들이 세세하게 침투하고 있었는지 확실한 개념을 심어준다. 

어차피 다 아는 이야기라고? 물론 그럴 수 있다. 게다가 군데군데 비어있는 약간 헐거운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야말로 대중입문서다. 특히 좌파 우파 빨갱이 타령하는 시대에 적어도 알아야 할 교양이 있다. 개념조차 정비하지 못한 인간들이 프로파간다의 노예로 마리오네트로 피켓을 들고 있다. 

우리는 시민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쁘고 외국어점수, 입사시험, 승진시험,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빠뜻하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우리는 먹고 살려고만 사는 세상에 던져진 게 아니라는 것을 반드시 자각하여야 할 것이다. 

채사장, 시민의교양

앤드루포터의 책은 이제 두 권 번역되었다. 하지만 첫 번째 소설집인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꽤나 놀라운 작품이었기에 기대하던 차에 장편소설이 우리에게 왔다.

앤드루포터의 특징이라면 일상의 빛과 어둠을 집요할 정도로 파고든다는 사실이다. 인물의 실리묘사와 그에 어우러지는 이야기구조. 이번 어떤날들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한 가족이 있다. 성인이 되어 출가하여 흩어진 아들과 딸. 그리고 남겨진 부부는 서로에게 소원하게 되고 결국 각자의 삶을 살기로 한다. 1인 가구의 확대와 이혼의 증가 등의 뉴스로 볼 때 이는 마주했거나 마주하게될 현실이다. 그토록 행복하자고 맹세하며 사랑했지만 끝끝내 등을 돌리며 살아가는 부부와 가족들. 우리가 놓치며 사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못하는 것일까? 

가족의 불균질과 갈라짐은 예기치 못한 데서 터지기도 하고 천천히 스며들듯 찾아오기도 한다. 대비할 순 없다. 다만 피하진 못할 뿐이다. 정서적으로 고립되거나 과거에 매몰된 가족과 구성원은 그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엘슨이 그리워하는 자녀들과의 친밀함, 대화, 식사. 이는 분명 흩어진 자녀들을 그리워하기보다 현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리라. 기쁜 날 함께 행복해 하며 불행한 일이 찾아오면 같이 슬퍼하고 그런 간극이 점차 멀어지고 만나는 것조차 부담을 느끼고 그 순간 멀어짐을 깨닫기도 하고.

호퍼의 그림을 보면 대부분 빛이 어디선가 비친다. 그 빛은 우리를 비추지만 우리의 시간을 비추고 있었다.

앤드루포터, 어떤날들

주커버그의 추천으로 유명해진 책이다. 그 당시에 저자 모이제스 나임은 주커버그 덕분에 일약 주목받는 저자가 되기도 했다.

권력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이자 목적이기도 하다. 역사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지 않은가. 온갖 권력 투쟁으로 사라져간 인물들과 시간을 보라.

하지만 저자는 권력은 이제 잡기는 쉬워졌어도 휘두르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설파한다. 한마디로 말해 양적증가 혁명으로 인해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반대급부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양적증가는 인구 규모, 생활수준, 지적수준, 시장제품 수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양적으로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에 의해 의식이 변화하고 관료제의 붕괴를 불러일으킨다. 

지금 우리 상황을 살펴보자. 올해의 한자로 군주민수가 선정되었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는 뜻으로 대통령 노릇의 가부는 전적으로 시민들에게 달려있음을 뜻한다. 각종 시민단체와 노동자연합, NGO, 빠른 정보공유, 사회참여 등은 예전 군사정권 때나 독재자 시절에나 통하던 통치로는 더이상 시민들에게 통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통제 수단의 무력화와 쇠퇴는 기득권층에게 점점 불리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정치개혁 민주주의의 재편과 번영. 

기존의 세력이 붕괴가 되기 시작하면 과도기가 따르기 마련이다. 저자의 몇가지 처방이 있기는 하나 실천적이기보다 이론적이라 생각이 든다. 이는 앞으로 좀더 토론으로 가야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권력, 주커버그, 모이제스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