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타니 고진의 대표 저서라 할 수 있는 탐구다. 가라타니 고진을 처음 접할 때 흔히 윤리21과 함께 많이 꼽히곤 한다. 얇지만 한 문장마다 서려 있는 깊이와 내공에 숨을 천천히 내쉬며 어렵사리 한 장 한 장 넘겼더랬다.

가라타니 고진은 비트겐슈타인을 시작으로 나와 타자, 세계와 종교, 관계와 내재성에 대해 술술 풀어나간다. 사실 그가 인용하는 수많은 철학사상가들 그리고 그들의 저서를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가라타니 고진을 통해 제법 깊이 있는 핵심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탐구는 오래도록 사랑받은 저서임에도 그간 국내서는 품절로 구하기 힘들었다. 다행히 최근 재발간했고, 2배가 넘는 가격에 낙담도 했지만 곁에 두고 읽을 수 있다니 나 스스로를 위로했다.

가라타니 고진은 국내에 많은 저서가 번역출간되어 있고 그만의 사상이 시간순대로 펼쳐진다. 한번 그를 따라 사회와 세계를 읽어보시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최고작일까? 그것은 각자 판단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겠지만 적어도 그가 완결시키지 못한 이 작품이 그의 대표작임에는 분명하다. 어쩌면 이때 작가로서 절정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박빚으로 인생의 밑바박까지 추락했다가 안나를 만나 안정된 삶을 꾸리던 때가 아니겠는가. 다만 그 나날은 얼마 오래가지 못하고 끝나버렸지만..

표독한 아버지 표도르와 그의 세 아들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그리고 그 사이를 틈입하는 치정과 재산갈등, 살인은 인간이 땅에 발딛고 살아가는 동안 빚어질 온갖 죄의 향연이리라. 여기에 셋 째 아들 알료샤와 조시마 장로는 종교를 통한 인간 구원과 혁명이라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

사실 이제와 이 소설에 첨언해봐야 전혀 도움이 되리라 보기 힘들다. 어떤 시각으로 보더라도 흥미롭고 깊이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니 그저 읽어보시라. 문학동네의 번역은 다분히 현대적이라 가독성면에서 훌륭하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다소 괴짜에 가까운 작가였을까? 국내서는 알려지지 않은 작가지만 미국문단계에서는 꽤나 명성이 높은 걸로 알고 있다. 짧은 생애와 자살 그리고 3편의 장편과 소설집 등을 남겼다. 얼마되지 않은 그의 작품은 난해하면서도 특히한 형식 덕분인지 사후에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쯤만 들으면 월리스가 어떤 작가이고 어떤 글을 썼는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마땅히 그를 대표하는 무한한 재미는 워낙 방대하고 번역하기 무척이나 까다로운 작품이다 보니 번역은 아직도 나와 있질 않다. 이것은 물이다 이후 그의 작품이 번역된 것이 이 산문집이 다이다.

하지만 시의적절하게도 이 산문집은 그의 작품으로 들어가기 앞서 서문으로서 또는 그를 파악하는 데 더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와 작품에 관한 평소 생각이라든지 평론과 같은 글 이외에도 일상을 다루는 그의 사유가 돋이는 대목이 눈이 띄기 ？？문이다.

모쪼록 그의 얼마되지 않은 작품들이 전권 번역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