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의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제 막 열 살이 된 나무는 아파트 1층 높이까지 보입니다.
피아노 교습소에서 아이들이 피아노를 치는 소리가 창 밖으로 나와 새와 고양이도 함께 들었다.
어느덧 열네 살이 되자 2층 높이까지 자랐어요.
화가 아저씨가 그려주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설레고 기뻤죠.
경비 아저씨가 가지를 다듬을 때면 아파서 기운이 빠지기도 했지만, 신기하게 키는 더 쑥쑥 자라서
열일곱 살이 되자 3층까지 올라갔어요.
다섯 마리 강아지의 아빠인 콩이가족과 행복하게 보냈어요.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반쯤 가려진 커튼 사이로 어둠이 가득했는데
가족사진을 보며 홀로 앉아 있는 할머니 뒷모습을 보면서 슬펐습니다.
스물다섯 살이 되자 키가 아파트 꼭대기 층까지 자랐어요. 오직 긴 그림자만 나를 반겼어요.
혼자 있는 날이 점점 늘어나자 나는 어디까지 자랄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죠.
은행나무는 아파트 지붕위로 가지를 쭉 뻗었더니
나무들의 인사 소리가 바람을 타고 건너와 가지 끝에 머물렀어요.
책표지의 나무가 내 시선을 끌어들이네요.
은행나무의 성장을 통해 보는, 우리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요.
나무가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할머니의 쓸쓸한 뒷모습을 볼 때는 마음이 찡해지기도 했어요.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혼자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답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죠.
책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