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자마자 사진 한번 휙 훑어보고

오~ 요사진 맘에 드는걸, 담에 비슷하게 따라찍어봐야지 등등의 생각을 한 후

다시 차분히 사진과 글을 함께 보고,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답니다.

 

이 책은 책머리글부터가 사랑스럽다는 ~

파리지앵이란 말을 어쩜 이리도 따뜻하고 정감있게 표현했는지~

제가 파리 어느 작은 공원에, 카페에 슈퍼에서 이 사람들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더라니까요 ㅎ

갠적으로 이런 느낌의 책들을 사랑해요.

보고있지 않아도 보고 있는 것 같고, 듣고 있지 않아도 듣고 있는것 같은 느낌들 ~

 

파리지앵(parisien)이란 나름대로의 방식을 가지고 파리에 정응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메트로에서 누군가 무례하게 밀쳐도 그러려니 생각하는 사람들.

손수레를 끌고 슈퍼마켓에 가서 항상 똑같은 상표를 고르다가 건수를 잡아서 타인과 집요하게 말을 섞는 혼자 사는 노인들,

예외적으로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었다 하더라도 그 다음날 흐린 날씨를 만나면

이렇게 불공평한 일이 다 있냐는 말투로 날씨를 타박할 줄 아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고기를 써는 정육점 주인, 친절한 서비스보다는 손님들의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일로

사명감을 느끼는 듯한 자존심 강한 점원들,

개를 산책 시키면서 은근슬쩍 길거리에 똥을 뉘다가 모범시민 열 명에게 걸려도 당당하게 맞장을 뜰 수 있는 뻔뻔한 개주인,

멋지게 차려입고서도 허벅지를 드러내는 데 주저함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거리를 누비는 여자들,

학교가 끝나는 오후4시반이면 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파리를 구석구석에서 초조하게 뛰고 있는 엄마들과

한손엔 아이를 들쳐안고 한손엔 서류가방을 들고 탁아소를 나오는 젊은 엄마들,

마티스의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 줄을 서고 팔레 루아얄의 노상 카페에 앉아서

지난밤 관람한 연극을 이야기하면서 아프리카 타진요리를 먹는 우아하게 은퇴한 노인들이 바로 파리지앵이다.

 

이게 바로 이 책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죠.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다면 어떻게 살아도 좋아. 모든 것을 잃어도 좋다.

자기가 있는 곳에 언제나 있다면. 괴테 (Goethe)

 

오늘밤엔 어떤 거대한 손이 나를 파리 어느 골목으로 순간이동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하고

빌고 자야겠어요.

예전의 나라면 멋지고, 유명한 곳, 폼나고 뽀대나는 곳만 골라다니며 나 여기 다녀왔노라고 으시대고 싶어 파리를 선택했을지 몰라도

지금의 난 진정 아무부담없이 편한 모습으로의 ’파리지앵’으로 살이갈 수 있을것만 같으니까요.

 

눈을 감고 꿈을 꿉니다.

 

생의 극한에 직면했던 사람들이 들려주는 생존,

그리고 매순간 우리가 버릴 수 없는 삶의 희망 일분 후의 삶

 

이 책은 죽음의 위기를 극복하고 생의 진정한 순간들을 겪은 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 집이다.

그러나 등반가 이현조 씨는 자신의 생존 체험을 술회한 후 이 책이 완성될 무렵 에베레스트에서 삶을 다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빈다

이렇게 적혀있답니다. 일러두기를 읽을때부터 뭔가가 찡 -

 

대학생 실습 기관사가 꿈에 부풀어 탄 유조선이 폭발했고, 새 집을 짓고 기뻐하던 중년의 가장은 태풍에 강물로 떠내려갔다.

도시라고 안전하진 않았다. 평소처럼 회식자리 한잔에 취해버린 회사원은 걸음 한발을 잘못 디뎌 맨홀 아래 지하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더 위험천만한 경우도 있었다. 아내와 중국여행을 다녀오다 비행기가 추락한 사람도있었고, 얼음이 깨지는 바람에 강에 빠져 심폐소생술이 아니었다면 영영 깨어나지 못할 뻔한 소년도 있었다. 누군가는 바위도 깰만큼 강한 2만2900볼트에 온몸이 감전됐다. ‘죽음은 한 순간’이라는 말이 꼭 맞았다. 불과 1분 전까지 그 누구도 자신들이 겪을 생사의 갈림길을 상상하지 못했을 테니까.　

 

여자라서 그런지 오전 11시 23분 내용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아내와 중국여행을 다녀오다 비행기가 추락한 그 시간

추락 직후 집계는 166명이 탔고 138명이 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사람 더 167명이 탔다.

아내는 우리들의 아기를 임신중이었다. 이 부분에서 심장이 쿵 ㅠ

아내가 얼마 안 가 사산할 지 모른다고 두려워했지만 병원에서 초음파를 쏘아보고 나서 아기는 괜찮다고 진단 내릴때는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아기가 잘못 태어나면 어떨까 걱정 . .

아내는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고, 옆구리가 크게 찢어졌지만 약을 먹을수도, 엑스레이를 찍어볼 수도 없었다. 아기때문이었다.

이부분에서 또 쿵 ㅠ

부러진 다리에는 부목을 대놓은게 유일한 치료 수단이었고 옆구리는 찌어진채로 놓아둘 수밖에 없었다. 속에서 장기가 곪아가고 있을지 몰랐지만 모든 걸 출산후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내한테는 오로지 진통제 하나만이 허락됐다 이 부분에도 또 쿵 ㅠ

아내는 잘리고 부러진 채로 통증을 참아내다가 결국 비명을 지르곤 했다. 아내는 나중에는 나한테 "죽여달라"말했다.

이부분에선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구요

 

긴 고통끝에 무사히 딸을 낳았지만 임신중일때 그 모든 통증이 뱃속의 아이한테 간 것인지 크면서 많이 아팠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지만 다섯살이 되자 잠깐 감기만 걸릴뿐 건강해졌단 소리엔 저절로 감사합니다 란 말이 나오더라구요

그 아이가 11시 23분에 태어났다고 하니 . . 정말 어떻게 이런일이 !!!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다.'

정호승 시인께서 쓰신 책에 있는 많은 좋은 말씀들중 하나죠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겠구나 , 새삼 반성하고, 감사하는 시간을 갖어봅니다.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게 됐어요~

드라마를 볼때도 그렇게 눈물이 나더니 책을 읽으면서도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두번의 눈물을 흘린 후라 그런지 생명의 허들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은 안흘렸지만

그때의 그 장면들이 생생히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답니다.

아야도 대단하지만 어머니도 참 대단하단걸 새삼 느끼네요.

어머니 이기에 가능한걸까요 ?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곳곳에 묻어나 있어요. 특히 '팬티를 입고 싶어' 이부분

몸을 닦을때도 병실 안에서 문을 잠그고 안심을 시킨 다음에 시작하고

몸을 닦아줄때도 타올로 몸을 가려주고 위치를 바꿔주면서 닦죠

오줌통이 방해가 돼 팬티를 벗겨내야 했을때 아야의 굴욕감을 없애주기위해

예쁜 꽃무늬 모양의 팬티를 사와 앞으로 여는 팬티로 수선해주는 모습 등등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이 고스란히 묻어나옵니다

이런 일상적인 부분의 글들이 더 소중하게 다가와 맘이 뭉클해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