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동시에 처절하고 아름답다, 마치 서커스처럼!

어느 한적한 요양원, 93세의 괴팍한 노인 제이콥은 누가 봐도 그저 주위 사람들에게 심술부리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까탈스런 늙은이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공원에 들어선 서커스단을 따라 그의 기억 속으로 열차 한 대가 들어서고 그때부터 고통스럽고도 행복했던 그의 과거가 숨 막히게 펼쳐지기 시작한다.
1931년 금주법이 시행되던 대공황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수의사가 되려는 꿈이 이루어지려는 찰나, 차사고로 부모를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된 제이콥. 더불어 은행파산으로 무일푼임을 알게 된 제이콥은 마지막 시험날, 답안지 작성을 포기하고 무작정 교실을 뛰쳐나간다.
걷고 또 걷다가 우연히 달리는 기차에 간신히 올라타는데… 그것은 바로 그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벤지니 형제 지상 최대의 서커스단>의 기차였다!
서커스단의 막일꾼이자 동물관리인으로 고용된 제이콥은 곡예사 말레나를 본 순간 첫눈에 반해버리지만, 그때부터 그의 삶은 두 배로 고달퍼진다. 그녀는 이미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동물감독 오거스트가 끔찍이도 사랑하는 부인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서커스단의 총감독 엉클 앨이 모든 재산을 통털어 산 거대한 코끼리 로지는 좀처럼 공연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레모네이드나 훔쳐먹다 걸리고 마는 골치덩어리 신세로 전락했다. 오거스트에게 끔찍한 학대를 당하는 로지. 우연한 기회에 제이콥은 로지의 비밀을 발견하고 덕분에 말레나와 로지는 환상의 쇼를 펼치게 된다. 모든 것이 정점을 향해 척척 움직이는 듯 했으나 오거스트의 질투와 그 잔인함으로 서커스단은 물론 제이콥, 로지, 말레나는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이 믿기지 않는 이야기에 독자는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며 , 과거 실제 서커스단의 사진도 소설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책도 재밌었지만 작가의 말이 참 재밌었어요.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어 책을 쓰게 되었는지 꽤나 자세하게 나와있거든요

서커스 소설을 쓰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 자료조사차 여행을 떠나고, 서커스, 동물원 구경도 하는 그런 . .

하마를 포름알데히드에 절여서 동물원에 전시했던 일, 몸무게 백팔심 킬로그램의 '뚱녀'의 시체를 코끼리 우리에 넣고 마을에서 퍼레이드를 했던 일도 실화이고, 코끼리가 몰래 말뚝을 뽑고 우리를 빠져나가 레모네이드를 훔쳐먹은일, 우리에서 도망쳐서 동네 채소밭을 망쳐놓은일, 사자와 접시닦이가 씽크대 밑에 함께 갇혔던 일, 서커스 단장이 살해당해 공연장 텐트 자락에 둘둘 말렸던 일도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소설보다 더 재밌더군요.

나이를 먹으면서 자꾸만 과거를 추억하는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흔 아니 아흔셋일지 모르는 제이콥의 이야기는 굉장했지만 그만큼 쓸쓸하기도 했어요.

지금도 나는 그들이 누군지 모른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시라. 내가 내 자식들을 못 알아볼 만큼 정신을 놓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내 자식들이 아니다. 그들은 내 자식들의 자식들, 아니면 내 자식들의 자식들의 자식들이다. 어쩌면 내 자식들의 자식들의 자식들의 자식들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아기였을 때 내가 어르고 달래주었던가? 그들이 아이였을 때 내가 무릎에 앉히고 놀아주었던가? 나는 아들 셋에 딸 둘을 두었다. 집안 가득 아이들이었다. 자식들도 다들 나 못지않았다. 다섯에 넷을 곱하고, 다시 다섯을 곱하면, 내가 못 알아보는 아이들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애들이 나를 번갈아 보러 오는 것도 문제다. 힘들게 몇 명을 기억해 놓아도, 한번 왔던 사람들은 팔구 개월 동안 다시는 안 올 수도 있다. 시간이 그렇게 지나면, 알았던 사람도 생각나지 않게 된다.

나의 노년은 조금은 더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