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산 사람들에게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장례라는 긴 의식을 통해 그런 자리를 마련한다. 사실 나도 내 자신과 그다지 원만한 사이는 아니다.
싸움과 냉전과 불만과 후회가 끊이지 않았다. 한때는 뻗어나가는 고민과 이상을 현실이 따라가지 못했고, 때로는 현실에 안주하느라 아무것도 꿈꾸지 않았다.
언제나 이게 아닌데, 좀 더 나은삶이 있을텐데 , 라고 중얼거리지만 하루하루 시간을 때워가기 바빴다.
그러고 나면 분노와 자괴감이 치밀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보잘것없는 삶마저 전복될까봐 두려웠다. 그러다보니 나와 화해할 틈이 없었다.
자기 자신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면 삶은 꽤나 평화로울 것이다.
서유미의 굴하게 한걸음 中에서
친구의 사고사, 직장 상사분의 모친상 등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많아졌다.
젊은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나이 지긋하신 분의 미리 예견했던 죽음도 슬프긴 매한가지.
통곡을 해가며 눈물 흘리는 분들을 뵈면 내가 살아 숨쉬고 있는것이 미안할정도.
결혼식장 가면 그 사람의 친구관계가 한눈에 보이는 것처럼 장례식장에 가면 그 사람의 삶이 눈에 다 보이는 것 같다.
잘 사는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잘 죽는것이 아닐까.
띠지에 아름다운 삶, 건강한 죽음을 완성하는 지혜와 조언, 살아있는 날, 살아있는 이들을 위한 합리적 죽음 대책 및 실천전략 이란 글귀가 시선을 확 잡는다. 방법을 안다고 뭐 달라지겠냐 싶겠지만 이 책을 읽고선 생각이 확 달라졌다. 확실히 달라질거라고 !!
죽음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어쩔수없는, 누구도 어찌하지 못하는 것.
죽을때 후회하지 않게 삶을 살고 (구하되 집착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 뜻을 얻었어도 담담하게, 뜻을 잃었어도 태연하게)
죽음 이후의 '자기'를 위한 준비 (도덕적인 생활, 신앙생활)
죽음 이후 남겨지는 사람들을 위한 준비 (오랜 시간을 준비해야할 것으론 경제적인 문제 즉 재산 (종신보험, 생명보험 등도 포함)
짧게 준비해도 될 것으론 의사표명이 필요한 문제들 - 시신처리, 장례 및 추모방법, 유산분배에 대한 자기의사를 밝힐 것)
그리고 죽어가는 과정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들에 대해 얘기합니다.
사례를 통해 하나하나 언급해가며 얘길 해줘 쉽게 읽을수 있었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수학여행 등의 특별한 행사날 유언장 써보는 그런 이벤트 많이 하잖아요. 그런 일회성이 아닌 좀 더 전문적인 죽음에 대한 준비자세,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들, 알고 있어야 할 것들에 얘기해줘서 유익한 것 같다.
죽음이란 큰 슬픔없이 행복한 날들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지만 사람일은 한치앞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 어떤 죽음이 닥쳐와도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할 나이인 것 같아 이 시점에 이런 책을 접한게 참 다행이다 싶더라구요.
한번쯤 읽어보라 권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