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고 귀해, 아무나 붙잡고 펼쳐 보여주고픈 앨범이 있다. 작정하고 사진찍고 꾸미기 시작한 여행앨범이다.
그 전에도 여행을 갔고, 사진을 찍었지만 이렇게 열심히 몰두해 놀러다니고 사진찍었던 날이 있었던가 싶을정도로 푹 빠졌었다.
새해첫날 여수 향일암 수많은 사람들 틈속, 조금이라도 더 시야가 트인 좋은 자리를 찾아 암벽등반(?)하듯 올랐던 바위, 그 곳에서 봤던 해돋이, 군 복무중인 남동생 안내로 찾았던 야밤의 미시령,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르자 흰 눈이 가득해 별세상 같았던 설악산, 새우깡을 쫓아 달려들었던 낙산 해수욕장의 갈메기떼들, 쏴아 ~ 하는 소리에 대나무가 춤을 추고 바람이 지나가는 길이 보일 것만 같았던 담양 죽녹원, 남원 광한루, 춘향 테마파크, 이름모를 철새들이 가득했던 해남 고천암, 친구 소개로 찾은 문경새재, 충주댐, 중앙탑, 광양 섬진강 매화축제, 구례 산수유축제, 낙안읍성 민속마을, 쌉싸름한 녹차맛 아이스크림이 그리운 보성 녹차밭, 율포 해수욕장, 함평 나비축제, 돌머리 해수욕장, 을왕리 해수욕장,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대진항, 화진포 해수욕장 등등
여전히 가보고픈곳이 넘 많아 내가 가봐야 할 곳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나열하고보니 참 많이도 다녔구나 ~ 그래도 여전히 뭔가가 부족한 맘 한가득인건 어쩔수 없는 듯~
나를 뒤돌아보게 만들고, 낼 발자취를 다시 더듬어 보게 한 이 책 스무 살 여행.
톡톡튀는 스무살, 나는 무얼 했을까 ~
내 인생 첫 번째 여행 스무살 여행에서 그녀가 만나고 본 것은 ?
이국적인 풍경의 해외여행도 좋지만 내가 사는 곳, 우리나라 방방곳곳 소개기도 좋다.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이라 좋고, 여권없이 언제든지 떠날수 있어 좋고, 그리고 내가 다녀온곳이 있어 더 반가워 좋은 그런 ~
이 책은 버스여행, 섬여행, 자전거 여행, 기차여행, 걷기여행의 다섯가지 테마로 되어있다.
덜컹이는 차창 밖 풍경에 마음 설레는 버스여행
대관령 양떼목장, 영월, 안동 병산서원, 소래포구, 가천 다랭이마을, 담양, 어섬 경비행장, 순천만
푸른 바다 건너 낭만적인 내 사랑에 빠져보는 섬 여행
소매물도, 비금도, 욕지도, 청산도, 자월도
영혼에 푸른 날개 돋친 듯 자유롭게 달리는 자전거 여행
경주, 선유도, 남이섬, 석모도, 섬진강
불현듯 누군가 그리워질 때 떠나고 싶은 기차여행
차이나타운, 동해 추암, 최북단 신탄리역
온몸으로 흙냄새, 풀냄새, 꽃향기 맡으며 걷기 여행
달마산 도솔봉, 고창 청보리밭, 전나무 숲길 내소사, 마이산, 섬진강 벚꽃길
가보고 좋아 또 가보고 싶은 양떼목장이 첫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어 좋고, 여름 휴가 내가 젤로 떠나고싶은 섬여행이 있어 좋은 . .
여러모로 반갑고, 부럽고 질투나는 책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산 신발은 발을 아프게 했고 버스를 놓치고 길을 잃어 끝도 없이 걸어 다녔다.
통통했던 얼굴은 궁핍함이 흐르는 까만 얼굴로 변했고 사진기 셔터를 누르던 오른손은 햇볕에 더 그을렀다.
단체 여행객이 푸짐하게 풀어놓은 음식에 뱃속이 울고 며칠씩 비워둔 집의 안락함이 그리워 그냥 돌아가 버릴까 했던 때도 많았다.
그랬다. 크고 작은 상처를 감내하고 안락한 유혹을 다스리는 것이 여행의 반이었다.
하지만 자잘한 상처들이 양분이 되어 결국엔 영혼의 엉덩이가 들썩거려 다시 길을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었으니 참 재미있다.
들꽃과 나무의 이름이 궁금해지고 내가 밟는 땅과 만나는 이의 지난 사연이 궁금해진다.
여행이 여행을 꿈꾸게 만든다.
내가 여행을 떠나고, 사진을 찍어 앨범을 만들었 듯, 그녀는 책한권을 썼다.
그녀에게 뒤쳐지지 않을만큼의 추억거리가 있는듯하여 행복한 이 밤이다.
인생은 내게 주어진 단 한번의 기회
앞으로도 이 즐거움을 마음으로 기대하고 손으로 만들고 땀으로 흘려내길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