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스이카. 타치야마 스이카다.

중학교 2학년이고 열네 살이다. 특별활동으로는 배구부를 선택했다. 타고난 재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하려고 노력중인 아이.

공부는 평균. 몇 월 전만 해도 공부하는 게 즐거웠는데 이제는 완전히 흥미를 잃었다. '성적따위 아무려면 어때. 수학이든, 영어든, 역사든 될 대로 되라지'

모두가 함께하는 이 곳.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2학년 3반. 모든 게 예전과 똑같은 이 곳.

이 아이에게 무슨일이 생긴걸까 ?

미안해 스이카는 제18회 팔레트 노벨상 특별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열네 살 어린 소녀가 썼다고 한다. 집단 따돌림이라는 무거운 주제로 . .

근데 그게 초등학교 6학년 때 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중학교 배구부에서도 똑같은 일을 겪었던 본인의 경험담이란다.

상처도, 아픔도, 절망도,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적었다 한다.

170여페이지의 짧은글이지만 마지막 페이지 옮긴이의 말까지 한자 한자 다 읽었다.

왕따 -

절대 나랑은 다른 애들이야, 이렇게 마음속으로 선을 그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 유별난 아이들이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절대'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버려질 수 있다. 눈빛이나 말투가 싫어졌다며, 웃음소리가 귀에 거슬린다며

어제까지 반갑게 인사했던 친구들이 복도에서 차갑게 고개를 돌려버릴 수 도 있다. 방과 후 함께 가기로 했던 분식집에 말없이 자기들끼리만 몰려갈 수도 있다.

그저 '넌 이제 아웃' 이라는 눈짓만으로 그렇게 덩그러니 외톨이가 될 수 있다.

'불쌍해. 그렇다고 자살까지 하다니 너무 바보같잖아

하긴 뭐 . . . 이유 없이 왕따 당했겠어 ? 당할 만하니까 당한 거겠지. 틀림없이 잘난 척하는 재수탱이였을 거야'

왜 그런 기사들을 보면서 '털어놓으면 되지. 멍청하게 혼자 죽고 그러지?'라고 생각했던 걸까. 그렇게 단순하게.

왕따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붙잡고 술술 털어놓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아무 짓도 안 했어. 그냥 보기만 했으니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는데 그게 얼마나 잔인한 짓이었는지.

괴롭히는 사람이나 그걸 보고 있는 사람이나 사실은 모두 똑같았던 것이다.' [p.61]

'우리는 다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공부가 제일 중요해, 좋은 학교에 가야 해, 좋은 직장을 잡아야 해, 하는 식으로 모두들 한 가지만 강요하잖아.

그런데 정말 소중한 것들은 그런 게 아니잖아. 그래서 우리는 자꾸만 혼란스러워지는 거야. 나는 말이야, 아이들의 마음을 닦아주고 싶어.

깨끗하게 윤이 나도록. 공부보다도 더 소중한 '마음'을 가르쳐주고 싶어. [p.82]

언제부터인가 똑바로 앞을 보고 걷게 됐다. 그 전에는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걸었었는데, 앞을 똑바로 볼 용기도 없었고, 위를 보면거 걸을 용기도 없었는데

지금은 때때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아, 정말 바다처럼 파랗구나'라든지 '굉장히 아름다워!' 감탄하기도 한다.

유리에는 그저 어깨를 툭 치면서 "힘 내!" 라는 한마디만 했을 뿐인데, 난 이렇게 강해졌다. 그말이 근사한 마법이라도 부리는 모양이다.

'힘 내'라는 말이야말로 마음이 외로운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약이 아닐까? [p.85]

"요즘엔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이 많은가봐. 왕따 놀이도 마찬가지야.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이잖아.

마치 붉은 신호등이 켜져있는데도 다른 사람이 건너니까 나도 건넌다는 식이야. 하지만 그런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

게다가 요즘은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일이 많아졌어. 그것 역시 못마땅해. 왜 올바른 일을 한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 ?

그러니까 말이야. 요즘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건 자신만의 생각이 아닐까. 그리고 남들에게 휩쓸리지 않는 강한 마음도" [p.92]

"스이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게 좋아. 한번뿐인 인생이잖아.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만 하지 않는다면 가급적 자신의 생각대로 하는 게 좋아.

마음이 가는 대로 하다보면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거든. 그러니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지 마. 했던 일에 자신감을 가져.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어가는거야. 스이카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야. 그렇지?" [p.93]

살다보면 누구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지금 당장 그런 사람이 곁에 없다고 해서 아무 짝에도 쓸모없고 누구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 시간이 지나면 또 따뜻한 마음을 만나게 되는 법이다.

반드시. 인간은 혼자가 아니니까.

참을 수 없어서 풀썩 주저앉고 싶을 때는 차라리 잠시 쉬는게 낫다. 마음도 몸도 지쳐있는데 억지로 참으면서 발을 질질 끌고 나아갈 필요는 없다.

충분히 쉰 다음 다시 걸어가는 거다. 그렇게 쉬다 걷다 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올바른 길이 나온다. 그리고 그 길 끝에 다다르면 자신을 기다리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를. [p.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