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오늘은 즐거운 하루였지만 앞으로 즐거운 일이 더 많을 거야.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그리고 아무도 못 하는 일을 하는 거야"
"사쿠는 어른이 되는 게 무섭지 않나 보구나."
"무섭지 않아. 그전에 학교 시험이 잔뜩 있는 건 조금 지겹지만,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넓은 세상을 보러 가고 싶어."
"사쿠는 강하구나. 나는 틀렸어. 하루 또 하루 몸이 어른으로 바뀌어가는 게 무서워. 시간이 나를 먼 곳으로 데려가버릴 것만 같아서 . . ."
"그럼 스나오는 계속 번데기로 있고 싶은 거야 ? 알에서 깨어나면 하루살이처럼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대단해, 사쿠. 바로 그거야. 난 어른이 되면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을 것만 같아. 이대로 계속 초등학생이었으면 좋겠어.
중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무섭고, 고등학교나 대학교는 . . . 어른이 되는 것을 멈추고 싶어."
"그렇지 않아. 스나오는 하루살이가 아니야. 어른이 되면 예쁜 나비로 다시 태어날 거야. 그리고 하늘을 나는 거야. 어디를 향해서든"
.
.
"어른이 되면 지금보다 더 스나오를 지켜줄 수 있어. 나는 계속 운동을 할 생각이니까, 체력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해져서 스나오를 지켜주겠다는, 그런 꿈"
"정말?"
"응, 나는 스나오를 지켜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 나는 그런 꿈을 꿔."
8월 첫째 주 수요일, 열번째 생일을 맞이한 사쿠. 수영장에서의 가슴 두근거리는, 즐거운 첫 데이트를 보내고 스나오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 집에 가는 길에 벤치에 앉아 잠이 든다.
굉장히 오래 잠들어 있었던 것 같은데 5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후 자신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것은 7년이란 시간이 흘러버렸다.
자신도 모르게 7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주인공 사쿠와 먼저 어른의 문턱에 들어선 그의 연인 스나오를 통해 안타깝지만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이야기한다.
누구보다 어른이 되고싶었던 사쿠지만 먼저 성장한 친구, 연인, 동생을 보며 뒤늦은 성장통을 겪고,
누구보다 어른이 되는게 무서웠던 스나오는 . . 별다른 외로움을 겪지 않고 그렇게 무서워하던 중, 고등학교에 들어갔던 것은 '너를 지키기 위해 꿈을 꿀께' 라고 말해준 사쿠가
어디선가 지켜봐주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여기서 본 건 사랑이 아닌 믿음이다.
믿고 기다린 엄마 그리고 그녀
돌아올 거라는 믿음, 이겨낼 거라는 믿음 . . 믿음
"사쿠 군은 반드시 성장할 거야. 하지만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 너는 그것을 기다릴 수 있겠니 ?"
"네. 기다리겠습니다."
"어렸을 때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려면 상처도 많이 입으니까 마음 단단히 지켜야한다."
스나오. 그 아이가 읽는 책은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 어스시의 마법사,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등이었다
그 책들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 듯했다
어느 책이나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 가고 싶다는 소망이 담은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았다
끝없는 세계로 나가 거기서 뭔가를 붙잡고 성장해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오는 이야기들.
해질녘 혼자 하늘을 바라보는 소년의 쓸쓸한 듯 그리운 듯 한 모습이 굉장히 근사한 표지의 이 책.
사쿠가 아닌 스나오가 7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면 어땠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