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은 - "저런 버르장머리없는 녀석들은 때려 줘야 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보는 사람이 있나 없나를 살폈다.
그리고 주먹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머리를 쥐어박으려는 순간 저쪽에서 아이 엄마가 다가왔다.,
"어머머, 꼬마가 참 귀엽네요."
마음에 없는 말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이랬던 그녀가 26세에 아기 보는 가정부로 취직을 했다.

정재경 - "빌어먹을. 시끄러워 못 살겠네. 옆방에 산부인과 들어왔지!"
아기의 시끄러운 울음소리 때문에 도저히 수술에 집중할 수가 없다.
솟구치는 짜증을 참을 수 없어 장갑과 가운을 벗어 던지고 옆 수술실로 갔다.
"쉬는 날도 없이 매일매일 태어나는군. 시끄럽게 하지 말고 도로 집어넣어!"
모두들 어이없어 입을 벌리고 쳐다보았다.
이랬던 그가 33세에 조카라는 이름의 아기들을 얻었다.

어느 날, 머리에 뿔이 난 아기천사 둘이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졌다.

맘 복잡한날엔 로맨스 소설만큼 좋은것도 없다. 간만에 대여점에서 빌려읽은 로맨스소설 처녀엄마, 총각아빠

스물 한두 살쯤 되어 보이며 160정도의 크지 않아 보이는 키에 양쪽으로 얌저하게 핀을 꽂아 내린 긴 생머리.

주변의 빛을 통과시킬 것 같은 투명하고 깨끗한 피부에 쌍커풀 진 커다란 눈과 오똑한 코, 붉고 작은 입술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야윈 듯한 몸매를 가진 여자는 허리가 잘록 들어가는 보라색의 짧은 재킷에 주름이 잡힌 카키색 체크무늬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한손에는 그녀처럼 작고 앙증맞은 가방을 들고는

두리번 두리번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고 귀여운데다 청순해 보이기까지 했다.

'요즘 애들은 귀여워'

대학생인 듯 한 그녀를 보며 재경은 짧은 순간의 눈요기에 만족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잘생겼다'

나은의 작은 입술에서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남자는 스쳐 지나도 다시 뒤돌아보게 될 정도로 강렬한 느낌을 풍기는 외모를 갖고 있었다.

굵은 세로선이 들어간 반짝이는 소재의 짙은 브라운 색 정장을 입고, 한쪽 다리를 꼬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은 남성복 잡지나 CF에서 금방 빠져나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킴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단정하게 빗어 넘긴 짧은 머리, 남자치고는 하얀 피부, 짙은 눈썹과 반듯한 콧날은 남자의 인상을 한층 더 강하게 보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도저히 유부남이라고 볼 수 없는 외모였다.

'저런 남자랑 결혼한 여자는 어떨까? 남편을 회사에 보내고 불안해서 어떻게 살 수 있지? 아니야. 끼리끼리 만난다고, 아내라는 여자도 어마어마하게 이쁘겠지?'

나은의 머릿속에서는 남자를 두고 짧은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로맨스 소설은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소재, 너무도 뻔한 내용을 어떻게 포장하느냐가 관건이다.

돈많고 능력있는( 이 책 남주인공은 의사), 거기에 나무랄데 없이 잘생긴 남자 주인공, 성격좋고 예쁘지만 찢어지게 가난한 여주인공.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사랑하게 되는지를 감칠맛나게 표현하느냐의 문제다. 거기에 작가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듯~

그런면에서 이 책은 상당히 재밌다 ~

마지막 에필로그에서의 세쌍둥이만 제외시키면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