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있을 법한 보통의 ‘헌책방’을 무대로 어디에도 있을 법한 ‘보통 사람들’과 어디에도 있을 법한 ‘책’과의 관계로부터 사건이 일어나는 미스터리 소설집

쓸쓸한 사냥꾼은 도쿄의 서민거주지역에 자리잡은 헌책방을 무대로, 언제나 책을 계기로 시작되는 다양한 사건과 그것을 해결하는 헌책방 주인과 '하나뿐인 불효막심한' 손자의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의 시각으로 유월은 이름뿐인달, 말없이 죽다, 무정한 세월, 거짓말쟁이 나팔, 일그러진 거울, 쓸쓸한 사냥꾼 이렇게 6개의 이야기 들어있는 연작 미스터리

각 단편마다 모두 가공의 작품을 포함한 책들이 등장하여 사건의 중요한 열쇠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 포인트 인 것 같아요.

다나베 서점 주인. 이름은 이와나가 고키치, 만 65세

'단 하나뿐인 불효막심한 손자 놈'의 이름은 미노루, 고등학교 일학년

작년에 먼저 세상을 떠난 오랜 친구의 부탁으로 그가 운영하던 다나베 서점을 물려받기 위해 도쿄의 서민 동네인 아라카와 둑 아래 있는 다나베초의 연립주택으로 혼자 이사옴.

아들을 하나 두었는데 그 아들의 외아들인 미노루는 바쁜 맞벌이부부인 부모와 함께 요코하마에 있는 집에서 살고 있지만 주말마다 서점일을 도와주러 온다.

토요일 오후에 와서 밤까지 일을 하다가 이와 씨와 연립주택에서 묵고 이튿날인 일요일도 저녁가지 일한 다음 '그럼 다음 주에 올게. 할아버지'하며 요코스카선을 타고 돌아가는 생활을 하고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굉장히 소중히 생각하는 존재. 그 손자와 티격태격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 무대가 헌책방이고 탐정 역시 헌책방 할아버지와 손자.

그러다보니 잔인한 살해방법이나 그걸 무섭게 표현해 내는 글도 없고, 기막힌 추리나 긴장감 넘치는 반전도 없지만 사건 하나하나에 우리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속에서 아픔, 슬픔을 얘기하는 사람들을 너끈히 안아줄 것만 같은 이와씨 에게서 할아버지의 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결코 웃어넘길 수 없는 무서운 사건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따뜻하다라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는것 같아요.

"책을 답례로 준다는 건 좋은 아이디어이긴 한데 책이란 함부로 남에게 선물하는 게 아니지.

뭔가를 준다고 하는 것은 강요하는 일이기도 하잖아 ? 관심 없는 물건이라면 받는 입장에선 오히려 부담이지.

대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남에게 권하기는 해도 선물은 하지 않는 것 같던데"

[유월은 이름뿐인 달 p.27]

"세상에 다툼이 없는 장례식 같은 건 절대 없을 거야. 늘 아옹다옹하지.

분향 순서를 가지고 따지고, 누가 유족 대표로 인사를 할 건지, 누구는 장례 승용차에 타고 누구는 소형버스에 타느냐, 그런 사소한 문제들로도 다퉈.

하지만 그런 정도의 다툼은 생각해보면 죽은이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일지도 몰라."

[말없이 죽다 p.71]

"진짜 인생이란 네가 좋아하는 인기 드라마들처럼 다 해피엔딩은 아니야"

[무정한 세월 p.127]

"네 어머니가 걱정하고 있어. 하지만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당분간 지켜보겠다고 하더구나.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얼 하는지 이 할아비는 몰라. 모르기 때문에 무턱대고 말릴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내 녀석이 약간 놀 줄도 알아야 나중에 큰 인물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소리도 할 수가 없고. 우리 자식만은 괜찮을 거라고 간단하게 넘어갈 수도 없어.

널 믿는다. 하지만 말이다. 할아비나 네 부모나 뭔가 좋지 않는 일이 일어날때는 우리가 네게 보내는 신뢰와는 상관없이 순식간에 일어난다는 걸 알고 있어.

그렇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일 앞에서 가족의 신뢰라는 건 별로 힘이 없지. 그만큼 이 세상이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곳이야.

그래서, 그걸 아는 이상 우리 애만은 괜찮을 거라고 할 수가 없는 거야. 그 대신 이런 이야기를 하마.

뭔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의논을 하거라. 그리고 무얼 하건 너 혼자가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해.

할아비는 너보다 먼저 죽을 테니 상관없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있으니까 "

[거짓말쟁이 나팔 p.159]

'우리는 모두 쓸쓸한 사냥꾼이다. 돌아갈 집도 없이, 거친 들판에 내던져진 외톨이다.

이따금 휘파람을 불어도 대답하는 것은 바람 소리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사람의 따스한 온기를 그리워한다 '

[쓸쓸한 사냥꾼 p.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