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보다 소중한 것. 제목이 참 근사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이 한창인 이 때, 이 책 만큼 확 다가오는 제목도 없을 듯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 나에겐 아직 어려워 쉬 읽기 힘든 그의 책, 그의 얘기들
몇년사이 일본작가, 일본소설을 참 많이도 찾아 읽었는데도 하루키의 소설은 상실의 시대 이 후 두번째 만남이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감동적인 이야기라 !! 과연 어떤 이야기들 일까 ? 싶은 맘에 얼른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본인 스스로 올림픽 취재기도 아니고, 에세이도 여행기도 아니라 말한다.
그 모든 장르를 포용하면서도 이제까지 그 어떤 작가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 것이라 얘길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렇다 말해주고 싶다.
단기간에 이토록 많은 글을 쓴 건 작가가 된 이래 20여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며 즐거운 작업이었다 말하는 그.
그러기에 더더욱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에세이로 분류된 이 책. 다른책보다 쉬 읽혀질 것 같아 선택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운동이라면 지독히도 싫어하는 내가 장거리 달리기 즉 마라톤을 달리는 기분이었달까.
어려워서가 아니라 이 책속 주인공들, 그 사람들 맘 하나하나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서 힘들었다 말할 수밖에.
마라톤 매니아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올림픽을 취재해 보지 않겠냐'는 잡지사의 의뢰를 받고 취재 기자 자격으로 시드니행 비행기에 오른다.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으로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작가가 쓴 올림픽 관전기라면 평범하지만은 않을 터.
아나운서가 아닌 작가가 올림픽을 생중계하는 느낌이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싶은 ~ 그런 아름다운, 밑줄 쫙 그어놓고 싶은 표현들이 곳곳에 숨겨있다.
메달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메달은 따고 싶다. 당연하다.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메달 따윈 필요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몸담은 세계는 메달을 따야 본전인 세계다. 만약 메달 없이 돌아간다면 그 누구도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결과를 내야만 비로소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나에게는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메달을 따야만 한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만 이해할 수 있기에. [P.16]
여기저기 쏟아져나오는 메달 소식만큼이나 반가운 소식도 없다. 바로 이거야 !! 외치고 싶은 명장면들도 한가득. 기분좋은 일이다.
평소에 스포츠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챙겨보지 않는데도 이번 올림픽은 유난히 티비앞에 앉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마린보이 박태환, 윙크로 여심을 녹인 배드민턴의 이용대 등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사람들 덕분일까.
노력의 결과물 인 메달. 색깔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축하의 박수를 던지고 픈 이때, 메달을 따야 본전인 이 세계.
메달을 딴 사람들이 하고자한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읽는 기분으로 읽은 이 책은 스포츠에 관심없는 나를 티비 앞으로, 올림픽 앞으로 이끈다.
그래서일까 벌써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