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소재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온다리쿠. 그녀가 만들어내는 스타일의 이야기들, 그 세계를 아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그녀의 신작들로 행복한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네크로폴리스 1,2, 금지된 낙원,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속을 헤엄치는 물고끼까지 !!! 금지된 낙원 '신의 정원Garden of God'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라는 글귀가 눈에 쏘옥 들어오며서 이 책이 정말 나를 그곳을 초대하는 초대장이 되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였다.
이야기는 첫장부터 카라스야마 쿄이치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근사한 사람인지에 대해 얘기한다. 같은 학년에서 뿐만이 아니라 대학 전체를 통틀어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고, 그를 보았을 때 이 남자는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겠구나 싶을 정도인 그 사람. 다른 시간과 공간속에 존재하는 느낌의 남자. 큰키에 기다린 목, 어깨에 닿을 정도로 기른 검고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 군살이 없는 탄탄한 체격속 단련된 근육, 살금살금, 가만가만 발소리를 죽인 걸음. 주의깊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느릿하게 걷는 모습이 인상적인 그 남자. 이 이야기의 핵심인물인 그 남자.
평범한 대학생 히라구치 사토시는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아티스트 카라스야마 쿄이치의 개인적인 초대를 받게 된다. 일가의 또 다른 아티스트이자 자신의 삼촌인, 설치 건축가 카라스야마 사이조의 개인 뮤지엄'을 구경하러 오라는 그 수상한 초대에 사뭇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이미 카라스야마의 카리스마에 매료당한 두 사람은 마음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불길함을 애써 누르며 그의 인도에 따라 엄격하게 통제된 '신의 정원'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야기를 다 읽고난 후의 느낌이라면 . .
성인판, 온다리쿠의 느낌으로 그려낸 애니메이션 '몬스터주식회사'를 본 기분이었다. 몇번을 봐도 너무너무 재밌게 볼 수 있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그 애니메이션 말이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아이들의 비명 소리를 원천으로 그들의 세계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몬스터들의 임무는 인간 세계로 잠입하여 아이들을 놀라게 하고, 그들의 비명소리를 모아오는 것이다. 푸른 털에 보라색 반점을 가진 몬스터 제임스는 가장 뛰어난 사원이다. 그가 벽장 안에 숨어 있다가 모습을 드러내면 아이들은 가장 크고, 힘차게 비명을 지른다로 시작되는 그 이야기.
맞아. 당신의 영화가 힌트가 되었어. 그래, 이 돌이 여기 떨어졌을 때, 주위에는 공포와 망상이 퍼졌을 거야. 본 적 없는 것에 대한 미신과 외경에, 사람들의 불안이 밀려들었을 거야. 그것이 이 녀석의 시작이야. 이 녀석은 그런 걸 에너지로 삼아야겠다고, 맨 처음 순간에 각인한 거야. 그리고 일단 생겨난 어둠의 에너지가 부풀어 감에 따라서 점점 커다란 어둠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게 되었지. [p.527]
그 끝이 어떠했던가 -
그들의 계획은 들통나고 몬스터 주식회사 사람들은 아이들의 비명소리보다 웃음소리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있음을 알게 되지 않나 -
저것에 반대 벡터의 에너지를 준다면 어떻게 될까? 아름다운 에너지, 정화되는 이미지를 주고, 그것을 마음껏 증폭시키고, 폭주시키면 어떻게 될까?
알고 있어, 당신들은 대가 없는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것. 아니,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리들은 알고 있어. 아니, 수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어.
대가없는 사랑, 어린 시절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부여받은 에너지를. 이것을 주사처럼 한번 맞으면, 그 다음에는 저절로 안에서 불어나지 않을까? [p.528]
닮은듯한 두 이야기 덕분인지, 온통 두려움과 공포로 치장된 이야기라 그런지 확 다가오지 않았던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온다리쿠 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은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녀의 신작 소식이 들린다면 이곳엔 또 어떤이야기가 담겨있을까 ? 상상하며 기분좋게 책장을 펼칠 듯 ~
두려움을 뛰어넘는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포란 어디에 있는 것일까 ? 세상은 여러 가지 공포에 가득 차 있지만 결국 공포는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
두려워하지 않으면 세상에 외경 (畏敬) 같은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남자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남자는 이 세상 누구보다 멀쩡한 것이다.
그렇다. 보잘것없는 존재인 인간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광기보다도 제정신이다. 광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평안이며 방어이기도 하다.
그것에 비해, 제정신으로 현실과 마주하는 것은 인간에게 얼마나 괴로운 일일까 ? 이 남자가 두려운 이유는 이 남자가 항상 누구보다도 제정신이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고 거하게 취했을 때, 술에 취하지 않은 멀쩡한 사람에게 가만히 관찰당하는 것만큼 창피한 것은 없다.
교이치의 시선에서는 그것에 가까운 것이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고 불안해지는 것이다. 내 모습은 이 남자에게 어떤 식으로 비치고 있는 것일까 ? 나는 평소처럼 있고 싶어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남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제정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남자의 내면에는 진짜 공포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 [p.268~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