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다 이라의 시간의 정원은 일러스트가 굉장히 아름다운 책이다. 액자에 넣어둬도 손색없을 정도.

글자수도 몇 안되는, 80여페이지의 굉장히 얇은 책이다. 얼마전에 읽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왕국도 얇다 했는데 이건 더 얇은것 같은 ~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아이들에게' 란 문구가 있어서 그런지 더 동화틱하게 느껴지는. .

 

장소는 쓰르라미 유치원.

너무 내성적이라 선생님과 아사히 빼고는 아무와 말을 않는 미즈키 때문에 둘이서만 여느때처럼 둘이서만 지내는 이곳에  전입생 히카리가 등장한다.

깨끗이 닦은 유리창처럼 맑은 눈과 목소리, 곧게 뻗은 팔다리에 가늘고 긴 목의 소녀는 누가 보더라도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정도.

금방 히카리에게 마음을 빼앗긴 소년들. 소프트볼을 가지고 놀다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면서부터 줄곧 셋이 지내게 되고, 정삼각형처럼 흔들림없이 안정되어 유치원에 들어와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없다 느낄 정도로 사이좋게 지냈던 그 시기.

원내캠프가 시작되고 놀이실 한가운데 이불을 깔고 12명의 아이들과 지내게 된 그 밤.

화장실에 가고프단 히카리를 따라 일어난 아사히는 밖에 나가 모험을 하기로 하고 나갔다 정원에서 새벽정원의 요정을 만나게 되고 요정을 통해 미래를 보게 된다. 히카리와 아사히 두사람의 사랑때문에 열여덟 미즈키가 유치원에 난입, 세명의 아이들을 찌르고 자신도 자살하고 마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 흰 드레스를 입은 요정의 도움으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 세번의 기회를 얻게 되는데 과연 히카리와 아사히는 그 사건을 막을수 있을까 . .

 

성인 독자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는 그. 어린아이들의 주인공이라고해서 단순히 귀엽고 희망적인 내용만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당혹스럽기도 하고 과연 아이들의 교육에 좋을까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어른이 된 내가 보기엔 있어선 안되는 그런 이야기도 아니기에 아주 조금은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어른인 나는 괜찮은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런지 ~)

사랑때문에, 실연의 상처 때문의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까지 살해하고 마는 흉악한 사건들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일이 많아졌다.

이쁘게 사랑하는 것 만큼이나 아니다 싶을때 그 마음을 접고, 상대방에게 공들인 시간만큼의 시간을 투자해 이해시키는 일도 중요해졌음을 알 수 있다.

사랑. 사람의 마음이 시키는 일이기에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해도 살인 그것은 아니지 않는가.

 

참 간단한 내용인데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이 이야기가 주는 무게도 천차만별. 쉽게 생각하면 쉽고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운 것.

그것 역시 사랑과 일맥상통 하는 것 같다.

시간의 정원속 그 마음이라면 이 아이들 앞날에 어떤 시련이 닥쳐와도 끄덕없을 듯 ~

에쿠니 가오리 소설은 종합선물셋트 같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괴로움과 즐거움, 불안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한 배열로 담겨진 종합선물셋트

 

야마기시와 헤어져 갑작스레 결혼해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는 도우코와 그녀의 남편 미즈누마, 꽃가게를 하고 있는 에미코와 그녀의 남편 시노하라.

잡지 편집자인 레이코와 남편 츠치야, 츠치야의 애인으로 모델일을 하고 있는 에리와 레이코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쿠라코.

도우코와 사랑에 빠지는 곤도와 그의 아내 아야, 언니의 옛 연인 야마기시를 잊지 못하는 도우코의 여동생 소우코, 그런 그녀와 결혼하는 후지오카.

야마기시의 아내 미치코, 소우코의 직장선배 마리에 등등 많은 인물들이 나오면서 복잡하게 얽히는데 그 모든것은 불변의 법칙처럼 '사랑' 이란 감정으로 얽히게 된다.

 

내 눈엔 모두 불쌍한 사람들, 안타까운 사람들 투성이였다. 그 중에서 젤 이해가 안가는 캐릭은 츠치야 ;;;

키가 크고, 유행하는 옷도 멋지게 차려입고, 늘 깔끔하게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고, 능력도 있으면서 뒤치다꺼리하기를 좋아하고, 자신에게만 충실한 레이코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자꾸면 다른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이 남자 말이다. 

여자가 좋다는 그. 레이코의 여성스러움, 에리의 편안함, 사쿠라코의 똑똑함은 좋아하지만 성가신 일은 딱 질색인 그.

듣기엔 거북하지만, 연애는 인생의 중요한 한 요소라 생각하는 이 사람이 정작 친절하고 눈치도 빠르고 결혼을 했어도 아줌마 냄새를 피우지 않는 최고의 여자인 아내 레이코. 생각했던 대로 이상적인 사람이지만 조금도 욕망이 일지 않는다니 . . 누굴 탓하리오

(이런 사람만 만나지 않게 해주세요 ~ 하고 빌었다는 ;;;;)

 

미치코의 말처럼 다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는 함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작아도 마당이 있는 집, 햇볕이 잘 드는 집, 아버지가 있는 집을 원했던 에리는 아이를 지키기위해 사랑하는 남자 츠치야를 떠나고 되고

사랑하진 않았지만 시노하라가 떠난 후 시작된 후회 비슷한 감정에 휩싸이는 에미코. 이렇게 될 것이다 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알고 있는거랑 그게  현실이 되는거랑은 아주 틀리다는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냥 그대로 지낼수도 있었는데 . . 생각하게 되는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

그나마 나은게 검둥이와의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는 도우코 이려나 ~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별다른 경계도 없이 넘어간다고 해야하나, 바뀐다고 해야하나 ~ 그래서 정신없을지 모르겠으나 (주인공이 많으니 어쩔수 없는지도) 읽다보면 너무도 쉽게 몰입하게 된다.

불륜, 그것도 사랑이라고 해야하려나 아리송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그 모든것을 그냥 고개 끄덕끄덕이게,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써내려가는 작가이니 ㅎㅎ오히려 주인공들에 몰입하게 되면 이해하는 마음을 넘기까지 ~ 그치만 . . 아직 나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일상의 연속.

하지만 이 책 속 특별한 일이 생길때 파티를 열고, 점심시간에 따로 만나 맛있는 것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아내들의 모임'이라던지 검둥이와 산책을 즐기는 도우코의 모습등등은 넘 보기 좋더라. 나중에 이렇게 살아야지 하는 나름의 모습도 상상이 되고 ~

 

평균적으로 두루두루, 대충, 그런 걸 하니까 연애를 못하는 거라는 그녀의 말도 일리있지만

연애란 어차피 예사로운 게 아니니까. 정상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그 정도만큼 연애의 참맛을 누릴수 있다고 해서 궤도를 벗어나고픈 생각은 없다.

내 연애는, 내 사랑은 평범했으면 좋겠고 올곧았으면 좋겠다.

 

진심이었다. 요즘 들어 마리에는, 누군가와 같이 산다면 너무 늦지 않는 편이 좋다고 절감하고 있다.

여성 잡지에서도 줄곧 떠드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적령기란 말을 난센스라 여기는 모양있다고 생각한다.

젊고 자신의 정열을 믿을 수 있고 무언가가 뒤틀려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 생활의 자잘한 부분까지 스스로 해결하는 데 길들기 전의 나이.

타인과 자신 사이에 놓인 어둠이 무엇인지 모색하기가 귀찮아지면 이미 때는 늦는다. [p.176]

 

맛있다 소문난 유명 식당의 사장님들이 티비, 잡지 등등의 매체에 나와 그 비법을 얘기하면 한결같다. 음식은 정성이고 손맛이죠 ~ 

똑같은 레시피로 양념을 해도 맛있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맛없는 음식도 있고, 나는 맛있는데 맛없다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사람의 입맛은 천차만별.

전자현미경으로 재료의 성분을 분석하고 최상의 온도, 다른 재료와의 조화를 꾀하는 '분자요리' 라는 것도 나왔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타쿠미 츠카사의 금단의 팬더에도 분자요리에 대한 얘기가 나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 하나에도 이렇게 많고 많은 조리방법이 있는데 사랑,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겠는가 ~

어떤게 최선의, 최고의 방법인가는 알고 있지만 이거다 말할 '정답'이 없다는게 우리네의 삶이니말이다.

이 책 완벽한 결혼을 위한 레시피에서는 그 정답을 가르쳐줄까? 라는 호기심으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자기계발서 형식을 갖춘 단순한 내용의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어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뭔가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의외의 즐거움이 있어 좋았던 책이다.

아기자기함을 조금만 더 해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만들면 좋을 것도 같단 생각이 번쩍 ~

자유로운 사고방식의 엄마.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나(트레스)에게 사랑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신 분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작은 마을의 학교 선생임 이었던 외할아버지. 훌륭한 가정주부이자 요리사였던 외할머니와 지내며 큰 사랑을 받은 트레스는 그분들을 보면서 서로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남자를 찾으리란 야망을 갖게 된다. 반세기에 걸쳐 지속할 수 있는 정열적인 로맨스를 찾으리라고.

급작스럽게 건물관리인 이었던 댄과 결혼을 하게 된 트레스. 내짝이 아닌 엉뚱한 남자와 결혼하는건 아닐까 불안해하는 시점에서 엄마가 가방 안에서 꺼내준 것은 해묵은 분홍색과 회색의 공책 한 무더기. 그것은 십대후반부터 적힌 외할머니의 인생 이야기였다 !! 그 노트에 적힌 이야기들로 인해 책을 읽어내려가는 속도는 빨라졌다.

그러면서 내 머릿속에도 완벽한 결혼을 위한 조건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도 늘어났다.

 

댄을 충분히 사랑하는지 생각하면서, 예전의 남자친구들과 비교해 보고, 다른 남자들에게 끌리고, 이 남자와 남은 평생을 보내리고 한 결정에 대해 걱정하고 숙고하고 고민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동안에도 게속 진행되었던 결혼생활. 마지못해서, 의무감으로 라는 단어들이 뇌리에 떠오를지 모르지만 나는 이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사랑할 때까지는 헌실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헌신하기 전까지는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남녀의 사랑을 맛깔스러운 요리에 비유해 적은 글이 넘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난해하지도 않으면서 맘에 드는 글귀가 눈에 쏙쏙 들어와 간만에 참 재미나게 읽은 책이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이런저런 비슷한 부분이 많아 닮은꼴 소설같은 이 소설은 김주영의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이다. 꼭 결혼전과 결혼후의 이야기 인 듯 한 두 소설.

 

세상에는 '이런 음식은 절대로 못 먹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 중의 일부는 정말 그런 음식을 단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먹어보지도 않고 먹지 못하는 건 어떻게 아는 것일까.

음식은 상상하는 것과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사랑이나 인생도 비슷할지 모른다.

만나보지도 않고 아니라고 말하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해보지 않고 못 한다고 말하는 것은 반칙이다.

 

무엇이 최우선이든 다른사람보다는 내 눈에 딱 맞는 그런 사람이면 되지 않을까요 ?

비싸고 이름있는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그 무엇인가가 나를 빛나게 해주고 오랫동안 편안하고 따스하게 감싸주는 내가 입고 다니는 옷같은 그런 연애, 그런 결혼생활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