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백지연 앵커의 에세이를 읽으며 뉴스에의 꿈을 키웠던 소녀들이 있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한 이력들 뒤에 숨은 방송에 비치지 않는 그들의 노력이야말로, 우아하게만 유영하는 것으로만 보이는 백조가, 수면에 떠 있기 위해 끝도 없는 발짓을 해야만 하는 것과 닮았다. 90년대의 여성 방송인의 최고 아이콘이 백지연 앵커였다면, 2000년대에는 김주하 앵커라고 말한다 해도 그리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는 여성방송인의 최전방에 서 있는 그의 도전과 성취 가득한 에세이이다.

 

 

     여성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선호 받는 직업군의 하나인 앵커, 아나운서. 때로는 유명인사며 상류층과의 결혼으로 이어지는 속성코스처럼 비춰질 때도 있어 삐딱하게 바라보게 되는 이슈의 중심에 서있기도 하지만, 무한경쟁 시대에 허명만이 아닌 매일매일 자신의 실력을 검증해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서바이벌의 장이기도 할 것이다. 카메라 앵글에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며 꽃처럼 앉아있는 존재감이면 그만이라는 의식은 그들에 대한 모독일 것이다.

 

 

     김주하 앵커를 수식하는 화려한 이력들이 늘어만 가는 지금도, 뉴스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종종거리며 시간과의 사투를 벌일 게 분명한 그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방송, 뉴스, 특종, 속보, 취재의 뒷이야기를 숨 가쁘게 따라 읽다보니, 성공한 전문직업인이 되기 위해서 혹독한 시간을 갈고닦아온 이만이 누릴 수 있는 소명의식에 청량한 자극을 받는다. ‘김주하입니다’라는 멘트 하나에 담겨 있는 땀과 도전과 수도 없는 해프닝을 한 꺼풀 들여다보았을 뿐이지만, 뉴스를 향한 그의 열정과 노력 앞에서, 지금보다 한층 성장하는 그의 저 너머의 시간까지도 기대하게 된다.

 

 

     앵커로서, 기자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여성 직업인의 눈부신 족적들은 지금도 하나의 역사의 선례가 되어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타고난 미모와 재능에 안주해서 선망의 대상이 되려는 이었다면, 공백을 딛고 더 무거운 자리에서 분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인간미와 책임의식에 인색하지 않으면서, 현장보도와 데스크의 간극에도 경계 없을 수 있으면서, 뉴스 안에 한층 인간미와 책임의식을 담아내려 하는 그를 오래도록 뉴스의 최전방에서 보고 싶다.

『굿모닝 나를 바꾸는 아침』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침일기를 쓰고 하루를 시작하라는 조언이었다. 쫓기는 시간 속의 여유롭지 못한 아침시간이 아닌, 하루의 설계를 건실히 세우는 작은 시간이야말로 하루를 제대로 살아가는 멋진 시간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만 하는 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침을 향기롭게 여는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 왜 필요한지, 절감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었던 책이었다.

 

 

     샤토 덴의 『굿나잇 나를 바꾸는 저녁』은 '저녁 시간 3분이 일생을 결정한다'는 모토 하에 일상의 좋은 습관으로 일생을 변혁할 수 있음을 다시금 설파하고 있다. 왜 저녁 시간인가? '남의 시간'을 사는 낮과는 달리, '나의 시간'인 저녁이야말로 내일을 바로 여는 창이 되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별다를 것 없는 조언들이긴 하지만, 가슴을 열고 귀 기울이면 평생을 바꾸게 될 좋은 습관을 얻을 수도 있다면, 겸허해 질 여지가 넘친다.

 

 

     귀가를 일찍 하는 사람이야말로, '나의 시간'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사람이 될 수 있다. 혹시 방문을 여는 순간, 도로 닫아버리고 싶을 만큼 어수선하다면, 그건 자신의 궁색함과 여유롭지 못한 심정의 반영이라고 한다. 과연 그런가 싶을 정도로 정곡을 찌른다. 정돈되어 있지 못한 방에서 휴식과 숙면을 취할 수도 없을뿐더러, 하루의 일과를 차분히 돌이켜볼 시간을 가질 여유를 누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책상을 깔끔히 정돈하고, 계획을 체크할 수 있는 수첩을 상비해 놓고, 하루를 닫는(곧 내일을 여는) 자신의 의식을 충분히 치른 다음, 자신의 꿈을 위해 건강한 암시를 걸며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어보는 것, 나쁘지 않지 않은가. 아니, 꼭 바꿔볼만한 가치가 넘치는 평생의 습관으로 남도록 지금부터라도 실천해야 할 사명감이 느껴진다.

 

 

     푹 쉬고, 푹 잘 수 있는 밤을 충분히 보낸 다음 맞이하는 상쾌한 아침을 만들어가는 것은 나 자신이다. 아침의식 못지않은, 나만의 저녁의식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일상의 승부수를 찾아내 보도록 해야겠다.

 부유하고 남편과 훌륭한 커리어를 가졌으나 썩 행복하지는 않은, 아니 극심한 불행의 나락에서 허덕이던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욕실 바닥을 눈물 콧물로 적시는 와중에 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런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신의 가호 이상으로 절실한 이혼과 언제나 끝이 좋지 못한 연애에서 헤어 나오는 것과 이탈리아어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작가 리즈 길버트가, 이혼과 실연으로 피폐해질 때로 피폐해진 심신을 다독이며 행복을 찾는 여정을 소개하는, 여행 안내서이자 자기계발서이면서 진솔한 자기고백을 담은 에세이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를 거치면서 불행에 찌든 여성이 신과 사랑으로 충만한 여성으로 거듭나는 것을, 108개의 진솔한 고백을 따라 읽으며 확인할 수 있다.

 

 

     그녀의 첫 번째 여정은 이탈리아. 왜 이탈리아인가? 왜 이탈리아어인가? 일일이 이성으로 설명이 가능하고, 이유가 그럴듯하지 않아 더 사랑스럽다. 미국인의 청교도적 기질을 타고나 로마의 섹시함과 나른한 행복론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는 것을 푸념하면서도, 인생을 즐기는데 자유분방하고 적극적인 이탈리아에 빠져든다. 유혹의 페로몬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눈이 즐거운 남자들, 12kg의 몸무게로 되돌아온 미식의 향연들, 이름마저 '스파게티'인 재미나고 진실 된 친구들 덕에 리즈는 자신의 불행 안에서 안주하지 않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여정은 인도. 영적 스승인 구루를 찾아 명상을 통해 신과 만나기 위해 몸담은 아쉬람(힌두교의 가르침을 전하는 공동체)에서 리즈는 기도를 한다. 기독교적 전통에서 자라났지만,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유일하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면이 결코 파격적이지만은 않다. 위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거침없는 고백들과 내적 성찰들이 좌충우돌하는 끝에 신에 다다르는 과정까지, 그제야 평온한 영혼을 가지게 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픈 마음이다.

 

 

     마지막 여정,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리즈는 무엇을 찾았는가? 세계에서 가장 조직적인 복합가족을 이루며 사는 발리의 사람들은 폐쇄적이긴 하지만 유쾌한 이웃들이 된다. 인도의 아쉬람에서 배운 요가와 발리의 주술사 끄뜻이 가르치는 명상을 더해 리즈는 신과 더더욱 가까워진다. 불과 2년 만에 불운의 별 아래서 절망에 허덕이며 늙어가던 여인이,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보상받으며 더 행복해지는 비결을 찾아내며 빛이 나는 것은 왜 이리 가슴 뛰는 감흥을 주는지. 이탈리아와 인도에 걸쳐서 지켜 온 리즈의 금욕생활은 브라질인 연인 펠리페와의 격정으로 깨지고 말았지만, 리즈야말로 사랑받을 만한 아름다운 여인이 아닌가?

 

 

     미국의 독자들과 한국의 독자들이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세 가지 여정, 먹고(이탈리아), 기도하고(인도), 사랑하며(인도네시아) 행복을 찾아낸 여행에세이에서 받은 인상이 놀랍도록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불행에 잠식당하지 않으려는 강단 있는 행동들, 어떠한 상황에 부딪혀도 빛을 발하는 유머감각, 편견과 오만에 물들어 있지 않은 열린 사고의 전환들, 행복해 지려면 행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수긍할만한 조언들.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로 찾아낸 '안테바신(경계에 사는 자)'처럼 세계를 여행하며 그 경계를 자유롭게 부유하는 그녀의 '역마살'에 박수를 보내고픈 이들, 지금도 생겨나고 있는 중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