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지 좀 오래된 책입니다. 그래도 충분히 읽을 만한 글입니다. 고민상담을 모아 놓은 글들인데 읽고 느낀점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내 안의 타인을 쫓아내라!"고 말이죠. 김어준씨는 이걸 정말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소유욕과 존재욕, 자신의 욕망과 부모의 욕망사이, 타인의 시선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들을 전부 끝까지 쫓아가면 '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돈이란 것 중요하죠. 그런데 그 돈을 모으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신을 이롭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자신보다 돈을 챙기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어부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가장 좋은 물고기는 자신과 자신의 아내가 먹고 남는 걸로 생활을 하는 서구의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놀랍니다. 돈을 더 벌 수 있는데 왜 그러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죠. 돈보다는 자기들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거죠. 이런 사고를 못한다는 것 자체가 병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부모나 주위의 기대에 따라 사회생활을 해 왔는데 그것이 과연 자신이 원했던 것인지 묻고 있습니다. 정말 나이가 들어 가장 허망해질 땐, 하나도 이룬 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했던 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라고 일갈합니다. 지금도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언지도 모르고 주위의 등떠밈에 이리저리 표류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말입니다.

 가족, 사회, 친구, 애인 등 여러가지 사항에서의 고민, 가지각색의 고민들이 나오고 있지만 나오는 해결책을 볼때마다 느끼는건 '자기자신'을 기준으로 판단하라는 겁니다. 이러다 후회를 할지 모른다고 하지만 결국 선택이 모여서 자신이 되는 것이니 말입니다. 사람들이 선택을 못 하는 진짜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에 따르는 비용을 지불하기 싫어서라고 김어준씨는 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 모르고 막막하다면 이 책을 보길 권합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에 자신을 버릴 것이 아니라 그런 자신 안의 타인을 걷어차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흔하게 듣는 말이 있습니다. 타인의 자신의 인생을 살아주지 않는다는 것 말입니다. 그 말 그대로입니다. 자신의 인생은 자신의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인생을 사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타인의 기대, 그것이 가족, 친구, 애인이라 할 지라도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인생을 살고 있다면 배부르고 따뜻한 집에 살고 있다 할 지라도 그건 불행일겁니다. 물론 자신에 대한 자존감 대신 그런 편안함이 좋다면 달리 할 말은 없지만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건투를 빕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를 평가할 때 여러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저는 크게 세 가지로 이야기의 재미를 봅니다. 서사가 재미있는 글, 캐릭터가 뛰어난 글, 설정이 뛰어난 글 이렇게 말이죠.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지만 이 분류는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글이라면 이 세가지 사항에서 고르게 조화가 되어야 하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라면 이 세가지 중 특출난 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점에서 백야님의 글은 특히 인물에 뛰어난 글이라 생각합니다.

 무협을 오랫동안 보아온 분들에겐 이 백야님의 글은 참 애증이 많기도 합니다. 극악한 연재주기부터 조기종결된 글 등 독자들을 참 무던하게도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뭐, 이것도 작가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잘 팔리고 글만 쓸 수 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작인 신주오대세가는 적절한 연재주기를 지키면서 완결이 되었단 것 입니다.

 하지만 이 신주오대세가도 좀 말이 많았습니다. 저야 신주오대세가로 이 분의 글을 처음 접했기 때문에(그래서 좀 후회가 됩니다. 예전에 이 분 글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말입니다. 이제는 이분의 예전 글을 구해 보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말이죠.)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려 온 분들에겐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반응도 많이 보았습니다.

 예전 글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 기대가 너무 높았고 그래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고 봅니다. 충분히 무난하고 즐거웠지만 이전의 백야글만 못하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무림포두를 보니 그런 반응은 기우일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지켜봐야 하고 너무 성급한 생각이 아닌가 하지만 읽어보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물의 내면이나 생동감이 살아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작중 히로인인 예예와 주인공 강만리의 나이차는 많이 납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의 밀고당김과 대화를 보면 참 감칠맛나게 표현을 했습니다. 강만리와 예예의 대화 중 일부를 올려봅니다.

"부모를 죽인 자라면 당장 죽도록 팰 것이고 돈을 빌려 줬다면 외려 쫓아다녀야 하고 돈을 빌렸다면 도망 다녀야 할 것이고 또 이런저런 악연이나 시비로 얽힌 상대라면 술 한잔으로 푸는 게 사내일 테죠. 그러니 알은척도 하기 싫다고 하면 오로지 한 경우뿐이지 않을까요? 한 여자를 두고 다투다가 결국 패한거."


 강만리가 알은척도 하기 싫은 녀석이라 하자 예예가 이렇게 대답을 한 것이죠. 이렇게 사소한 부분에서 톡톡튀는 대사를 날려주고 인물간의 내면 묘사에 있어선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나이 차가 많은 두 사람의 로맨스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도 어색함이 없다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사실 이야기의 서사는 마음에 드는 데 각 인물간의 내면 묘사나 로맨스의 어색함이 이야기의 생동감을 떨어뜨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작품에 나오는 여성 인물들이 아무 이유 없이 주인공을 좋아하는 걸로 나오는데 그런 점이 이야기의 생기를 죽여서 책을 덮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런 장르소설에서 연애 장면 묘사에 있어선 백야님은 정말 다른 작가들에게 교과서 같은 모습을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은 신주오대세가에서 실망한 올드팬들의 마음을 달래주었으면 하고 신주오대세가로 백야님의 팬이 된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끌어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