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의론자가 아닌데다가 평소 사주나 팔자, 불교의 윤회설 이런 것에 관심이 많다.
또 흔히 말하는 부모는 전생에 자식의 빚쟁이었다는 것도 괜히 나온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제목에서 느껴지는 진지함, 딱딱함과는 달리 페이지를 열자
영 spirit (책에서는 영spirit과 영혼soul을 구별했다), 영과의 대화, 사후세계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져 재미나게 읽었다.

 

저자가 스스로 겪은 일, 내담자와의 상담 사례는 게다가 내가 겪었던 두 경험과도 비슷했는데

이 책을 통해 어느 정도 설명이 되었다.

첫번째 경험, 나는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며 특이한 체험을 했다.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어느날 아버지가 병실 문을 보시며 또렷한 목소리로 "나는 아직 못간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그때 대낮임에도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는 아버지가 삶에 대한 집착이 커서 또는 두려움 때문에 저승사자가 데리러 왔음에도 완강히 거부하는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다시끔 그 때 일이 떠올랐다.
아마도 먼저 돌아가신 할아버지나 다른 친척분이 영으로 찾아오지 않았을까 싶다.

 

두 번째 경험은 유산 그리고 아기에 대한 것이다.
2년전에 겪었던 유산은 인생에서 겪고 싶지 않은 아픈 경험이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꽤 커서 왜 하필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원망하기도 했다.
책을 읽고 후 유산은 아기가 지상세계에서 되돌아오기로 결정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내게 예정되어 있었던 일이라고 기억 속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을 조금 더 빨리 읽었더라면 그 당시 조금 덜 힘들고 그 시기를 넘길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내게 온 아기 천사는 2년전에 왔던 아기가 나를 다시 선택하여 찾아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아기를 안고 있을 때 아기가 나를 보지 않고 가끔씩 천장이나 다른 곳을 응시할때가 있는데 정말 내가 보지 못하는 영혼을 보고 있는 건 아닌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과거 이집트인들은 이승보다는 저승을 중요시 했으며 지금 살아있는 것은 그저 자기의 영원한

삶의 일부라고 생각했단다.
이 책의 주장과도 비슷하다.
삶이란 결코 멈추는 일이 없는 여정이며, 그것은 죽음 이후에도 계속된다.
물질세계를 떠나는 것은 사실은 영적이고 영원한 삶 속으로 다시 태어나는 출발점이며, 이 재탄생을 통해서 우리는 계속 사랑하고 배우고 성장해간다.
이 책을 읽는다면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의미가 있음을 깨닫고 좀 더 충실한 삶을 살도록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성공하려면 인맥,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고 어떻게 인간관계를 관리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목적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조직 생활을 한다면 마냥 내 마음가는 대로만 사람을 대할 수는 없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인맥은 누구이며 그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유지할 것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때까지는 상사와의 관계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고과를 평가하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직장생활 스트레스의 주 요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상사 외에도 키맨, 조력자, 동료, 후배를 중요한 사람으로 꼽는다.
키맨과 조력자는 처음 들어보는 명칭인데 이 사람들을 정의하고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 키맨 key-man
정보의 중심에 서서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 당신의 퍼포먼스를 평가할 관객

 

. 조력자 Aider
평소에는 정보원, 유사시에는 안전망

 

. 상사 Boss
아무리 당신을 괴롭혀도 운명공동체

 

. 동료 Companion
우정으로 뭉치되 경쟁으로 밀어내야 하는 관계

 

. 후배 Back-up man
10년 후를 위한 장기투자 대상

 

키맨과 조력자는 한 단계 거리가 있는 사람이고 상사, 동료, 후배는 늘 얼굴 맞대며 업무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이인데, 그 누구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과의 관계는 꼭 일반적인 직장생활에서 뿐 아니라 스포츠, 고전, 미소 냉전시대의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사회생활이란 대부분 조직생활이며,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5명과 모두 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간간부에게 적합하지만 신입사원 역시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이 5명과 관계를 맺게 될 것이므로.

 

그리스인 조르바(예전 번역서 중에는 희랍인 조르바도 있다)는 필독서 리스트에 항상 오르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결국 절반도 넘기지 못하고 책장을 덮고 말았다. 그 당시에는 조르바라는 인물이 할아버지뻘이 되도록 나이는 먹었는데 철이 들지 않은 아이와 같다고 생각이 들어 크게 감흥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그리스 여행을 다녀 온 후 저서를 발간한 시골의사 박경철의 저자 특강을 들으러 가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해 알게 되었다.
박경철 역시 대학시절 이 책을 읽고 그리스 여행에 대한 꿈을 품었다고 했다.
그의 무덤을 찾아가 절을 했다는 이야기에 책에 대한 궁금함이 생겨났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일상을 접고 그리스로 떠나게 되었는지,
머나먼 이국땅에서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 무덤 앞에서 절을 하는지 알고 싶은 마음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이 책을 읽을 때가 된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조르바가 두목이라고 부르는 화자인 '나'는 실제 나와 같은 나이였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어떤 답을 구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펴서 책에서 위안과 해답을 구하려고 하는 일명 글쟁이.

'나'는 우연히 자신과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조르바를 만나게 된다.
조르바는 '나'보다 나이가 2배 가까이 많다.
무엇보다 조르바와 '나'의 다른 점은 조르바는 가리는 것 없이 부끄러움 없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는 것이다.
여자와의 쾌락을 즐기며 기분이 좋으면 산투르를 연주하거나 춤을 춘다.
이렇게 완전히 서로 다른 남녀가 끌리듯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두 사람은 6개월 동안 함께 생활하게 된다.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나'는 그저 상상만 했던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조르바를 보며 대리 만족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조르바는 가진 것 없고 배운 것도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
불교로 치자면 파계승과 같은 조르바.

 

짧다면 짧은 시간을 함께 하고 '나'와 조르바는 헤어진 후 서로 그리워하지만 다시 만나지 못했다.
'나'는 조르바와의 추억을 글로 썼고, 조르바는 죽으면서 산투르를 유품으로 남겼다.
지성으로 대표되는 '나'와 감성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조르바'는 결국 양립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