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가 자극적이면서도 내심 뼛속 호기심을 부채질 하는 책,
오현종의 ’거룩한 속물들’.
속물이 다 거기서 거기지 무슨 거.룩.하기까지 한 걸까?
뭔가 주변의 속물들과는 한 차원 레벨 업된 고품격 속물이 주인공이라도?
이런저런 생각의 꼬리를 연잇게 한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건,
순진하게 살다가 뒤통수 맞는 인생이다’라는 부제에 이끌려 낙찰되었다.
어느 유치한 유행가 가사마냥 이거 딱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지 않은가.
이 책, 거룩한 속물들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세 명의 여대생을 주인공으로 그녀들의 평범한 일상을 따라가며
이 시대를 사는 이십대들이 껴앉고 있는 고민을 들춰준다.
속물이야기에 웬, 사회복지학이라며 눈치 빠른 누군가는 뛰어난 통찰력을 자랑하겠지만,
말 그대로 성적대로 대학가는 사회에 전공따위엔 큰 의미가 없다.
친구 사이인 지은, 기린, 명은 같은 대학을 다니며 같은 공부에, 같은 점심을 공유하지만
선긋기를 좋아하는 사회에서 자라난 그녀들답게 ’돈’이라는 잣대로 등급은 각기 다르다.
돈이 많은 명은 고상한 속물.
돈이 없는 기린은 구질한 속물.
그리고 이도저도 아닌 지은은 그냥 원래 속물. 이렇게 말이다.
한데 몰려 다니는 속물이라도 차원은 다른 것이다.
이 책은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하기에
그 시절쯤 누구나 겪을 법한 고민거리로 채워져 있다.
돈이 많건 적건 늘 발발하는 집안문제, 진로고민, 연애걱정 등등..
하지만 현실에 충실한, 아니 본능에 솔직한 그들에게 직업이란,
남들의 부러움을 살 수 있는 곳이면 족한 것이고
연애란,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스펙을 가진 남친이면 참을 만한 것이었다.
비록 첫 소개팅에서 어느 브랜드의 아파트에 사냐고 노골적으로 물어보는
남자면 어떠하리냔 말이다.
사실, TV만 켜면 막장이다 못해 안드로메다까지 간 드라마와
폐륜적인 사건사고가 터치는 세상이라 그런지
이 책에서 등장하는 속물 그녀들의 모습은 씁쓸함을 던져주기는 하지만
나름 귀엽게 봐줄 수 있을 것도 같다.
아직 어설픈 속물이기에 자칭 성인군자들로부터 손가락질 세례를 받을 지도 모르지만,
제대로 바람직한 속물로 거듭난다면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리고
뻗어나갈 될성 푸른 존재이기도 하니깐.
누가 장담하겟냔 말이다. 그녀들이 등급조정으로 성공이란 타이틀을 거머줬을 때
단 한 순간도 부러워하지 않을 것을 말이다.
아직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속물’이기를 거부해야 하나.
누군가 당신을 속물로 지칭한다면 기어코 당혹함의 손사래를 치며
찌릿한 불쾌감의 눈총을 발사할 것인가.
그저 현실에 충실하며 남보다 더 잘 적응해 갈 뿐인데 말이다.
당장 먹고 살아가야 할 눈앞의 현실을 외면치 못해서
가슴 한켠의 꿈은 접어두고 사는 당신이라면, 어치파 계산기 두드린 거 아닌가 싶다.
레벨이야 다르겠지만, 사회에 발딛고 살아가는 한 어차피 속물임을 벗어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이왕이라면, 제 계산된 목표에 충실히 제 힘으로 당당하게 추구해 가는게
그나마 거룩한 타이틀을 거머질 수 있는 속물이 아닐까 싶기도..
솔까말, 어차피 돈 없이는 살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거룩한속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