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여러 사람과 관계한다. 그 관계를 통해 나를 평가를 받고, 그 평가에 따른 이미지가 나로 기억 된다. 어느 인물이든 마찬가지지만, 칼빈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평이 있다. 한쪽은 그를 위대한 종교개혁가로, 다른 쪽은 그를 살인마로 평한다. 물론 칼빈의 업적이 열이라면 열 모두 잘하지는 못했지만, 살인마라는 평은 그를 미워하고 반대하는 자들에 의해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과장 되었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칼빈은 종교개혁사에서 누구보다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전체 교회사에서 손가락 안에 들 만큼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제네바를 하나님의 도성으로 세우는 데 일조 했고, 많은 사람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먹이고, 후학들을 하나님의 군사로 양성 했다. 그는 로마 가톨릭에 맞서 바른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그런 그의 업적은 기독교 강요로 압축할 수 있다. 기독교 강요가 그의 업적의 전부는 아니다. 일부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는 그의 사상과 업적이 오롯이 담겨 있기에 그의 삶의 요체라고 봐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30주제로 풀어 쓴 기독교 강요'
 
   기독교 강요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다. 기독교 강요의 여러 번역본이 출간 되었고, 그와 관련된 책도 여러 권 나왔다. 이 책은 그중 하나로, 방대한 분량의 기독교 강요를 한 권으로 압축하고 있다. 방대한 분량의 기독교 강요를 질리지 않게 적당한 분량으로 요약하고 있어서 읽다가 지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기독교 강요의 요점을 잘 짚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담긴 해설은 기독교 강요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돕는다. 그 핵심을 흐리지 않는 범위에서 해설하고 있다. 굳이 단점을 꼽으라면, 이 책만 읽고 정작 기독교 강요는 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기독교 강요를 다 읽은 것으로 착각하고 만족할 수도 있다. 이 책은 단지 그 맛만 조금 보여줄 뿐이다.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기독교 강요로 달려가게 될 것이다. 기독교 강요로 달려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독교 강요를 제대로 읽는다면, 자연스럽게 성경으로 가게 될 것이다. 기독교 강요는 결국 성경을 요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책은 스터디 교재로 사용 될 만큼 내용이 탁월하다. 기독교 강요를 잘 보조하고 있다. 기독교 강요를 읽기 전에 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혹은 기독교 강요를 읽은 후 그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읽으면 좋은 책이다.
 
   기독교 강요는 기독교의 핵심 사상을 잘 정리한 교리서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칼빈의 기독교 강요에는 성경을 사랑한 그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얼마나 사랑 했는지 그 안에 잘 담겨 있다. 기독교 강요는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을 사랑한 칼빈의 신앙 고백이요, 그의 사랑의 찬미이다. 수백 년이 지나도록 사랑 받는 기독교 강요를 칼빈이 쓸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칼빈처럼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해 주셨기 때문이다. 칼빈은 그 스스로 하나님을 사랑하려고 해서 사랑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사랑해 주셨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응으로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해 주셨기 때문에 그분의 자녀라면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다. 하나님의 자녀라면 그분을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분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나타날까? 여러 모양으로 나타나지만, 가장 두드러진 모양은 그분의 말씀을 가까이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하나님으로 빛나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사람으로 기억 되어야 한다. 우리 각자가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지도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할 때 하나님을 얼마나 사랑 했는지를 떠올리도록 해야 한다.
 
   "그는 하나님을 정말 사랑 했노라."
 
   사람들이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을 보게 해야 한다. 하나님이 드러나야 한다. 그러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고,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이유이며, 그리스도인으로 산 기쁨과 자랑이 될 것이다. 

   이 세상은 타락 했다. 첫 사람의 범죄 떄문이다(창 3:6). 첫 사람 아담과 하와의 죄는 그들의 후손, 모든 인간에게 전가 되었다. 이로 인해 모든 인간은 선을 행할 마음이 전혀 없고, 행할 능력도 없게 되었다. 인간은 악을 행하는 성향만을 가지고 있어 이 세상에는 죄가 만연하게 되었다. 사람의 죄, 타락은 다른 창조물에도 영향을 미쳐 이 세상 전부가 타락하게 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인간에게 악을 행하는 성향만 있다면 불신자들 간에 나누는 선행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이웃을 돕고, 서로 나누는 온정은 선한 것이 아닌가? 이 세상이 타락 했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문화를 향유하면 안 되는가? 세상과의 접촉을 차단해야 하는가? 그리스도인들은 타락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가?

   '문화와 일반 은총'

   이 책은 그리스도인들이 마주하고 있는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개혁주의 일각에서 제기된 일반은총이라는 주제를 살펴보고 있다. 일반은총은 하나님은 불신자들과 타락한 이 세상에 선을 베푸시는지, 그리스도인들은 타락한 이 세상의 산물인 문화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등의 주제를 담고 있다.

   일반은총은 네덜란드 개혁주의자들 사이에서 주로 논의 되었다. 대표적으로 바빙크(Herman Bavinck, 1854-1921)와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는 그것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스킬더(Klass Schilder, 1890-1952)와 반 틸(Cornelius Van Til, 1895-1987)은 소극적인 입장을, 훅스마(Herman Hoeksema, 1886-1965)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이 책은 각각의 견해를 구체적으로 살피지는 않는다. - 일반은총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보려면 '일반 은총과 문화적 산물'(송인규 저, 부흥과 개혁사, 2012.)과 지평서원에서 곧 출간 될 '그리스도와 문화'(K. 스킬더 저, 2015.)를 참고하면 된다. - 대신 일반은총을 이해하고 살펴보는데 필요한 기본 지식들을 제공한다. 가령 '일반은총'과 '은혜'라는 용어의 사용 문제, 일반은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택설'과 '후택설', '일반은총'을 실제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춘다. 분량이 많지 않아 일반은총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그와 관련된 주요 문제를 명료하게 다루고 있기에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일반은총은 하나님의 선이 어디까지 미치는지가 핵심 문제이긴 하지만, 동시에 그리스도인들과 세상 간의 소통 방법, 그 접촉점을 찾는 문제이기도 하다. 국내 개혁주의 진영에서는 일반은총에 그리 주목하고 있지 않다. 그 관심도와는 별개로, 그리고 개혁주의의를 넘어 일반은총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을 어떻게 대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지표를 제공하기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전적인 부패로 이 세상은 타락 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은 아미시(Amish)와 같이 이 세상과의 접촉을 차단해야 하는가? 아니면 세상, 문화를 적극적으로 변혁시켜야 하는가? 그도 아니면 하나님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데에 집중해야 하는가?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기 전까지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야 한다. 그것들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우리는 천국을 죽어서 가는 곳으로만 생각한다. 특히 아무 근심과 걱정이 없으며 건강한 모습으로 영원히 사는 유토피아로 여긴다. 물론 천국은 그런 곳이다. 천국에서는 행복만 있다. 그러나 천국은 단지 인간적인 행복만 있는 곳이 아니다. 무병장수로 인해 행복한 곳이 아니다. 그곳은 하나님이 계신 곳이다. 하나님과 함께 하기에 행복한 곳이다. 하나님을 영원히 찬양하고 그분과 나누는 교제로 인해, 그분의 영광을 영원토록 맛볼 수 있기에 행복한 곳이다.
   알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천국은 죽어서만 가는 곳이 아니다. 천국은 바로 이 곳, 이 땅도 천국이다. 어떻게? 주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기에 이 땅도 천국이다. 물론 이 땅은 그분께서 재림하신 후 심판 뒤에 완성 될 새 하늘과 새 땅과 같지는 않다. 그에 비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이 땅 어디에 있든지 주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므로 우리는 현재 천국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천국을 침노하라'
 
   본서는 천국을 열망하는 삶을 독려한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우리는 천국을 막연하게 기다리는 곳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이 책은 천국을 적극적으로 얻으라고 말한다. 급기야 침노, 빼앗으라고 몰아 붙인다. 천국을 얻기 위해 노력하라고 강하게 호소한다. 언뜻 그 호소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이 책은 천국을 열망하게 한다. 신자가 천국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신자의 마땅한 의무를 가르쳐 준다. 총 세 가지 방법으로 그것을 제시한다. 먼저 천국을 구하려면 죄를 죽이고 신앙의 의무를 충실히 할 것을 당부한다. 신앙의 의무에 충실하기 위해 신자의 가장 기본 의무인 말씀을 읽고 기도하고 묵상하며 주일 성수 등을 성실히 할 것을 종용한다. 그리고 이 세상, 사탄과 맞설 것을 외친다.
   이 책은 천국을 기대하지 않고, 때가 되면 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오늘 우리의 무기력함과 안일함에 강한 자극을 준다. 자신을 돌아보고 천국을 열망하도록 자극을 준다. 단지 자극만 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천국을 바라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편집이 잘 되어 있어 읽는데 지루하지 않다. 술술 잘 읽힌다. 그러나 내용은 묵직하다.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묵직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낙담 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스도인의 합당한 삶을 살지 않는 오늘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 아니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은 천국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려고 하지 않는다. 천국을 그저 죽어서 가는 곳, 이 세상에서 겪은 슬픔과 고통을 위로 받는 상급을 받는 곳으로 여긴다. 하나님을 바라는 마음으로 천국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위를 위해 천국을 기다린다. 그러면 안 된다. 천국은 그런 곳이 아니다. 천국은 적극 구해야 한다. 그것은 침노해야 한다. 빼앗아야 한다. 바로 이 땅에서 말이다.
   천국은 죽어서만 가는 곳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땅이 바로 천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이 땅 가운데서 천국의 삶을 삶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천국의 삶을 사는 것이가? 간단히 말하면, 그리스도인의 합당한 삶을 살 때에 바로 천국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러한 삶을 살 때에 바로 이 땅이 천국인 것이다. 왜? 비록 육체적인 고통과 어려움은 여전하겠지만,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은혜를 맛보기 때문이다. 그 은혜로 그리스도인은 천국의 기쁨과 행복을 여기서 누리게 될 것이다. 그때에 이곳이 천국임을 고백하며 장차 가게 될 천국을 더욱 기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