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책이다.
단순히 재일조선인의 역사만 나열한 만화책이 아니라
작가의 고민이 오롯이 담긴 책이다.
작가의 큰할아버지는 재일조선인이다.
그런 계기가 되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저자는 책 몇 권 읽은 정보를 책에 넣었다고 하는데,
사실 그런 정보의 많고 적음보다
문제의식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재일조선인이 누군지, 우리가 왜 그들과 그 역사를 알아야 하나?
이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현실에서 출발하여 설득력 있게 전하고 있다.
책은 1,2,3장으로 구분되는데,
1장은 쉽게 말해 일반론,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재일조선인 역사,
2장은 저자와 연관된 재일조선인들의 삶, 재일제주인에 대한 것이고,
3장은 '경계인'에 대한 성찰과 문제의식이다.
책의 절반 이상을 담은 1장을 보면서는 '잘 정리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도표 등으로 딱 정리한 게 좀 나와주면 더 눈에 잘 띄었을 수는 있겠지만,
대강의 흐름은 분명 전달이 잘 된다.
2장을 보면, 재일조선인들의 삶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이는 책으로 전해지는 정보의 차원이 아니라,
저자가 경험한 삶의 차원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3장은 상당히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국가'란 무엇인지, 성찰하게 만든다.
재일한국인? 아니 재일조선인.
왜? 이 땅을 떠날 당시, 그들은 한국인이 아니라 조선인이었다.
그들에게 남한과 북한은, 하나의 나라였다.
그러나 남북은 모두 자기네 입맛에 맞게 이용할 뿐,
재일조선인은 어디서나 경계인으로 머물 뿐,
제대로 자리 잡기 어려웠다.
일본인도 아니고, 북한 사람도, 남한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이는 단지 재일조선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화교! 아 우리에게도 화교가 있었나?
가수 주현미, 배구선수 후인정 등을 통해 '아 맞다.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여기까지 문제의식을 밀고 간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바다.
앞으로 남과 북이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이들에 대한 입장도 새롭게-아름답게 잘 풀려가길 바란다.
완성된 완벽한 책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 대해, 국가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책이다.
제주의 4.3도 연관된다.
우리의 억울하고 원통한 삶들...
아 너무 많다.
이 책이 모쪼록 널리 퍼지고,
저자의 문제의식이 많이 공감되면 좋겠다.
그리하여 새로운 역사를 잘 써나가면 좋겠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역사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대중들에게 잘 전해지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잘 홍보해야겠다.
더불어 이 책 이후에 출간되는 '베트남' '제주'이야기도 기대된다.
출판사가 상당히 기획을 잘 했다. 응원한다.
앞으로도 꼭 챙겨볼 책들이다.
덤. 아쉬운 건 가끔 등장하는 그림에 분명한 의미가 담겨 있는데,
그걸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거다.
인물 혹은 장면에 뭔가 의도가 있는데,
그 인물이 누군지 모르거나,
그 장면의 의미를 흘려버리는 거다.
어쩔 수 없는 건데, 그런게 좀 아쉬웠다.
(김기춘의 등장은 참 재밌는데, 이걸 얼마나 사람들이 알아보려나 모르겠다. 또 내가 모르고 넘어가는 게 종종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