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닐 때 그리고 직장을 다닐 때 소위 ’뒷담화’의 대상이 되어본적이 있는가?

나 없을 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주변인들을 보면 우선 불쾌해지고 마음이 불안하고 언짢은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무슨 얘기를 했을까 궁금해진다.

"도대체 나는 저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였을까?"라는 독백을 남기면서 말이다.

자신을 돌아보면 현재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즐거워하고 현재 함께하는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심리가 있다. 그리고 타인의 험담을 하면서 유대관계가 더욱 강해진다는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래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외부에 보여지는 나의 모습을 가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세삼 깨닫게 된다.

이 책 <각인의 기술>은 ’5초 안에 상대를 사로잡기 위한’ 기술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으로 자신만의 브랜드, 즉 타인과 구별되고 기억될 수 있는 자신만의 모습을 만드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각인이론’은 1973년 틴베르겐과 함께 노벨생리 및 의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동물학자, 동물심리학자인 콘레드 로렌츠 박사가 발견한 심리학 용어다. ’각인’이란 알에서 깨어난 새끼오리들이 태어나서 처음 보는 대상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현상을 말한다. 어떤 결정적 시기에 특정한 애착대상에 대해 각인이 형성되고 각인된 대상에 대해 애책관계가 이뤄진다는 것이다.(4쪽) 

경쟁에서 이기려면 ’나’를 각인시켜라 : 각인의 기술은 왜 필요한가?

무한경쟁시대, 이제는 ’나’가 브랜드 그 자체고 ’나’를 통해 모든 부가가치가 발생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모든 경제적 요소에서 ’나’라는 경제주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시대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나’를 각인시켜야 한다는 말은 아마도 왜 각인의 기술이 필요한가에 대한 명제가 될 것이다. 잊혀지는 사람과 기억되는 사람 중에 우리는 어떤 모습을 택할 것인가? 아마도 기억되는 사람일 것이다. 5초안에 상대를 사로잡지 않으면 이미 잊혀지는 사람이다. 포털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클릭했을 때 3초안에 보여지지 않으면, 고객을 잃는다는 말이 있었다. 지금도 통용되지만 이처럼 각인, 기억은 짧은 순간에 결정된다.

5초안에 역사가 이뤄진다면 과연 장점과 단점을 구별할 수 있을까? 힘든 일이다. 자신이 모르는 단점도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각인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실력보다 중요한 건 실력을 포장하는 기술이다.  

이렇듯 치열한 경쟁으로 실력이 엇비슷해지는 상황에서라면 무엇보다 ’네이밍’과 ’디자인’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두 가지야말로 브랜드 파워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름과 용모, 몸짓, 내면에서 풍기는 품위 등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가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31쪽) 

무능한 사람보다 못한 건 잊혀지는 사람이다. 기억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지만 때론 이런 생각과 행동들이 아구가 맞듯 그렇게 꼭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처럼 이들에게는 ’자기 브랜드’가 있다. 그것이 단점이든 장점이든 말이다. 자기 브랜드를 갖고 있다는 자신의 말은 자신의 신념을 믿는다는 증거다. 즉 자기가 가야할 길을 알고 따라간다는 얘기다. 이렇게 신념을 따르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그 자신감은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긍정적인 에너지가 된다.(43쪽) 

내안의 숨은 매력을 깨워라 : 세일즈 포인트를 찾아 각인하는 법

자신만의 장점을 발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각인의 방법이다. 저자는 이런 방법적인 면에서 ’세일즈 포인트’를 매우 강조한다. 내세울 것이 없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고 부정적인 특징마저도 매력을 바꿀 수 있는 기술, 바로 세일즈 포인트.

자신을 어떻게 팔 것이며,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책에서 저자 스가무라 다카요는 평범함은 이제 단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평범함, 단점,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 등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도 세일즈 포인트가 되고 내 안의 숨은 매력이 될 수 있다.

그 방법으로는 이거다 싶으면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첫인상의 법칙’을 항상 고려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옷과 잘 어울리는 옷은 다르기 때문.캐릭터를 만드는 최초의 작업은 당신만의 매력, 즉 세일즈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다. (96쪽)

잘나가는 사람들의 자기연출법 : 상대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각인의 비밀

나의 캐릭터를 어떻게 연출해야 할까? 우리가 흔히 하는 고민이다. 나를 어떻게 가꾸지? 

모호함을 없애고 명확하게 표현하라

한눈에 알아볼 특징을 만들어라

말과 행동을 일관성 있게 강조하라

지겨울 정도로 장점을 반복, 강조하라

의외의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심어라

말과 행동을 일관성 있게 강조하라

 타인의 눈으로 본 자신을 인식하면서 일정한 톤을 유지하도록 집중해야 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싶은지, 그들이 어떻게 느끼에 하고 싶은지를 잘 생각해보자.(129쪽) 

이미지를 강화하는 입소문 전략 : ’나’라는 상품을 파는 마케터가 되는 법

입소문으로 좋은 평판을 퍼뜨려라. 백악관 80세 할머니 기자로 유명한 헬렌 토머스 기자는 설령 발언권을 얻지 못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자신만의 독설로 대통령까지 당황스럽게 만드는 기술이 있다. 이 것이 바로 자기를 포장하는 방법이다. 타인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방법.

우리는 흔히들 누군가가 자신에게 "아~ 그사람. 그 사람은 ㅇㅇ 분야에서는 최고야!"라고 말했을 때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구나"라며 위안을 삼기 마련이다.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전에 한결같은 모습을 갖는것이 각인되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생활 그자체가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또 "누구 누구는 ㅇㅇ분야에서 최고야!"라는 말은 이미 각인되었다는 말이다. 

최근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던 외화드라마 ’CSI 과학수사대’를 보면서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는 과학적 기법들에 큰 매력을 느낀적이 있다. 혹시 방송을 위해 좀 과장된 내용은 없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실제 과학수사에 필요하고 사용되는 내용들로 꾸며졌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지 않는 이상 범죄현장에서 증거를 찾기란 참 힘들다. 그래서 해결되지 않는 사건들이 많은 것도 수사의 한계를 따지기 이전에 과학수사를 통한 증거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 책 <조선 최대의 과학수사 X파일>은 우리나라에서도 범죄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과학수사기법이 사용됐다는 내용을 근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래서 인지 대명률, 무원록 등 실제 수사하고 형을 집행할 때 사용했던 법률부터 고증된 자료를 근거로 내용을 구성해 사실감을 더하고 있다.

지금처럼 화학약품이나 첨단기계를 사용해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아내는 시대와 비교했을 때 손색이 없는 과학적 기법들이 조선시대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드라마 별순검이나 다모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또 별순검과 다모 외에 태종6년 1406년 제생원에서 탄생한 의녀제도를 거론하면서 당시 여경찰 역할을 의녀가 담당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의녀들의 활동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왕은 연산군이다. 의녀들은 연산군 이후에는 전문적인 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이기에 앞서 기녀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었다.(51쪽)

자료의 고증이었지만 조선시대 왕과 신하들은 법전과 수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고 한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왕과 신하들이 고을에서 터진 사건 하나 하나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었겠냐는 의문도 가질법 한데 예상과는 달랐다. 이들은 상소된 사건에 대해 수십차례 재수사를 명하고,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나 확실히 범인을 밝히기 힘든 사건은 집행하지 않고 진범이 밝혀질때까지 형 집행을 미룰 정도로 해박하고 전문적인 법 집행을 했다는 증거를 예시했다.

특히 문관과 무관 등의 양반, 중인, 천민 등 신분제도가 유지됐던 조선시대 당시 신분제를 흔드는 범죄는 엄격히 다뤘다. 아마도 왕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체제유지 관념이 그대로 노출된 듯 싶다.  

조선시대의 왕과 신하들이 법전과 수사에 대해 매우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신분제도를 흔드는 범죄는 그에 대한 형률이 법전에 세밀하게 정해져 있었을 만큼 엄격히 다스림으로써 신분제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었다.(68쪽)

이런 배경하에서 본격적인 과학수사에 대한 기록들이 쏟아진다. 특히 혈흔을 찾아내고 유전자 감식을 통해 범행일체를 밝혀내는 등의 과학적 수사에 못지 않은 수사기법들이 많았다. 놀라울 일이다.

’중수무원록언해’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목 매달아 자살한 경우 대들보나 서까래의 올가미 흔적은 한 줄이 아니다. 먼지가 많은 곳이라면 어지럽게 줄 자국이 흩어져 있어야 스스로 목을 맨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올가미 자국이 한 줄만 나 있고 먼지가 어리럽혀 있지 않으면 스스로 목을 맨 것이 아니다.

 스스로 목을 매 죽는 경우 체중이 줄에 실리면 힘이 아래 방향으로만 작용하므로 목 아래에서 시작된 끈 자국이 ’v’자형으로 위를 향한다. 목 뒤 매듭이 있는 부분은 끈 자국이 없거나 있더라도 ’ㅅ’자로 나타난다. 반면 다른 사람이 끈으로 목을 조른 경우는 목 전체를 빙둘러 힘이 작용하므로 끈 자국이 수평으로 나며 앞뒤로 자국의 높이가 거의 일정하다.(91쪽) 

이처럼 당시 가장 많았다고 하는 자살사건, 특히 목을 맨 사건 해결은 보고 듣는 등의 증거확보 이외에 어떻게 죽었느냐에 따라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밝혀내는 방법들이 구체적인 기록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검시교과서에는 시체의 안색을 관찰하는 방법이었다. ’신주무원록’에서는 시체의 상태를 설명하면서 계절과 시간에 따라 그 안색이 매우 달랐는데 이를 구별하는 일 또한 중요했다.  

시신의 머리를 검험할 때 작정하고 구타하여 살해한 후 약을 입속에 부어 넣고 자살이라고 무고하는 자도 많이 있다. 또 사망한 후에 끈으로 매달아 생전에 스스로 목을 맨 일로 만드는 자도 있다. 또한 죽은 후에 밀쳐서 물에 빠뜨리고 스스로 물에 뛰어든 일로 만드는 자도 많다. 이제 있을 것이다.(102쪽) 

지금과 마찬가지로 이 시대 역시 혈흔을 찾는 것 등의 과학수사가 사건 해결의 기본이었다.

우선 혈흔을 찾는 방법이 있었다. 칼을 숯불에 달구게 한 후 그 위에 고농도의 초를 들이부었다. ’치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칼에는 선명한 혈흔이 나타났다.(133쪽) 오래된 피에 남아있던 철이온은 소량이라도 티오시안산과 반응하면 붉은색이 드러나는데 고초에 티오시안산이 들어 있었다면 위와 같이 혈흔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이 역시 현재 ’루미놀 기법’과 유사한 것으로 화학약품이 없었던 시대 자연에서 그 약품과 통하는 방법들을 찾았다는 것이다.  

우선 형사사건을 판결함에 있어 첫째 유족의 진술, 둘째 시체검험서의 증거, 셋째는 공변된 증언이 서로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약용은 ’원수 갚음에 대한 용서’, ’인정과 도리에 대한 용서’, ’의로운 기개에 대한 용서’ 등을 통해 정사을 참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례’에는 ’무릇 원수를 갚으려는 자는 조사(조정에서 벼슬살이를 하고 있는 신하)에게 보고하고 죽이면 죄가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무원록’의 규정에 따라 식초, 등겨, 파, 매실 등으로 밟힌 자국이 있는 부위를 문질렀다. 그러자 상처 자국이 선명해지면서 진흙에 찍한 발자국과 같은 모양이 나타났다.(203쪽)

드물고 이상한 사건으로 ’자연연소’ 사건을 들고 있다. 조선시대에서 이런 사건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건에 대한 예시 역시 읽을꺼리였다. 자살이냐 타살이냐 등의 기본적인 사건이외에 어떤 방법으로 자살을 했느냐 아니면 타살했느냐에 따라 사건을 해결하는 기법의 소개 역시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 흥미로웠다.

당시에는 미리 사람을 죽이고 약을 먹인 후 목을 매게 하거나 칼을 손에 들리게 한다든지 등의 사건을 은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진범이 누구인지 가려내는 것 또한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9명의 범인은 놓쳐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형법의 근간이다. 그만큼 범죄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억울하게 누명으로 범인이 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더욱 강조해 오고 있다.

조선시대 역시 범인을 잡는 것에 급급한 것보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이 없도록 철저하게 수사를 하고 어려움이 있을 경우 증거를 찾기 위해 과학적인 수사기법이 사용되었다.

그래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해결되지 않은 이 나라의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