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거리를 거닐면 사색이 늘어나고 지나치는 풍경들을 마음속에 담는다. 책과 함께한 산보는 책속에 풍경을 담고 책속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다. 고요속에서 천천히 책을 읽음은 사색의 공간을 마련하게 되고 운명을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저자 장석주님의 <만보객 책속을 거닐다>속에는 많은 풍경들이 등장한다.

모두 여섯번의 거리 풍경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속에는 저자가 읽은 책 소개는 물론 그곳에서 삶을 음미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돼 있다.

특히 저자가 자신이 읽은 책에 치욕, 연륜, 공허, 사랑, 청춘, 외로움, 외톨이 등 수십가지의 이름을 부쳤고 황인숙, 공지영, 배수아, 수전손택, 이병주 등 유명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색은 자유지만 그 행위를 통해 얻는 삶의 의미와 진리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저자 장석주님은 사랑이나 외로움 등 감정의 사유는 물론 군중, 히틀러, 파시즘, 다양성, 노동 등 사상적인 측면까지 책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다독과 정독의 깊이에 대한 외경과 책에 생생한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에 존경심을 보낼 뿐이다.

저자는 ' ~번째 거리를 거닐다'라는 구분을 통해 각각의 거리마다 의미를 부여, 느린 책읽기의 진수를 선보인다.

첫번째 거리를 거닐다

치욕, 연륜, 전위, 감각, 공허, 독설, 죽음, 환상, 고통, 반고통 등 10가지의 분류작업으로 책을 시작한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김훈의 <남한산성>에서는 '죽음으로 의로울 것인가, 삶으로 치욕을 감당할 것인가'라며 병자호란의 굴욕을 소개한다.

박완서의 <호미>에서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과 더불어 참다운 사람 노릇에 대한 궁구를 찾는 연륜에 대해 언급한다 .

데라야마 슈지의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와 <이상전집>을 정리하면서 볼온성은 모든 전위에 선 자의 DNA다.  

정상적인 것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타성적 습관과 온갖 금기들은 금기바깥을 꿈꿀 수 있는 '자유'를 축소하고 결국 은 질식시키고야 만다. 습관과 금기들에 반발하지 않고 도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죽은 정신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주류의 가치관이란 사람을 당대 도덕 규준에 맞추어 표준화, 규격화함으로써 내부의 위험성과 불온성을 제거하고 순치된 가축인간을 만들려는 전략의 산물이 아닌가? 그가 통념적 가치관을 뒤엎은 까닭은 당대 도덕에 내장된 불순한 음오를 꿰뚫어 투시하기 때문이다.(27쪽) 

아멜리 노통브의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에서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눈부신 시간들의 회고록이라며 '감각'을 회고한다. 여자에게 사막여행은 고통의 중력에서 벗어나기라는 의미를 다룬 한수영의 <공허의 4분의1>에서는 공허를 에밀 시오랑의 <독설의 팡세>에서는 독설을 다룬다.  

삶이란 "저질 취미"에 속하며, 그 저질스러움에 몸을 담근 채 살아가는 우리는 "어릿광대"다. 문화와 교양으로 치장하고 만물의 영장이라고 거들먹거리지만 그 본질에서 "인간은 재난을 분비"하는 하찮은 존재다. 삶이 술고하다고 믿는 순진한 독자의 의식을 단 한마디의 독설로 짓이겨버린다. 시오랑은 말한다. "'인생'은 벌레들의 일"이라고. 

스펜서 내들러의 <고통과의 화해> 이 부분에서는 '노화'라는 말은 죽어간다는 것의 완곡어법이라며, 무통화된 사회가 유토피아일 수는 없다고 한다. 사람이 극단적으로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구하는 것은 대개는 숭고하지 않은 신체의 욕망에 포박되었을 때다. 더 숭고한 정신의 사람들은 고통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수용하며 화해를 추구한다. 그렇게 신체의 욕망이나 자기 한계를 넘어서 도덕적 숭고함에 이르는 것이하고 한다.(59쪽)

두번째 거리를 거닐다

몸과 섹스가 없는 사랑의 숭고함을 일깨워준 엘리자베스 맥크래큰의 <거인의 집>에서는 몸이 배제된 사랑의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제임스를 사랑하는 페니를 통해 몸과 섹스가 없는 사랑의 꿋꿋함을 보여준다.

올포 포샤르트의 <외로움의 즐거움>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섬이라며 인간의 외로움을 파헤치고 있다. (83쪽)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외톨이의 모습을 발견한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뫼르소,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 나오는 그레고르 잠자, <성>과 <소송>의 K, <구토>의 로캉탱 등의 외톨이 유령을 만난다. 그들은 사회적 관습에서 튕겨져 나오고 타자들과의 교섭에서 심리적 장애를 보인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외톨이다. (108쪽)

현재소설이 다루는 인물들은 거의 모두 외톨이다. 이들은 비평용어로 '문제적 개인'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사회의 내부에서 추방당한 방외인이자 이방인으로 묘사된다.  

어쩌면 우리들 모두 이방인이며 외톨이인지 모른다.

세번째 거리에서는 한옥, 예인, 건축, 폐사지, 밥, 자연, 음식, 사진, 달리기, 수집, 개, 활, 축구, 지도, 대나무 등 사물을 중심으로 한 책읽는 거리의 풍경을 그린다.

특정한 주제를 다룬 인문서속에서 발견하는 모습들과 저자의 해박한 지식의 창고에 한번 들어가보고 싶은 생각이다.

네번째 풍경은 작가 황인숙, 공지영, 배수아, 수전손택, 이병주, 송영, 그리고 김추자와 마돈나 등 작가들을 소개한다. 하마 저자가 개인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고 한번쯤 책속에서 소개하고픈 작가들을 열거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저자가 소개한 작가들에 관심을 가진다. 독자의 한사람으로 좋아하는 작가도 있는 반면 관심을 가질뿐 책을 읽어보지 않는 작가들도 눈에 들어온다.

다섯번째 거리에서는 책과 소설, 옛글, 시와 모국어, 금서가 소개된다 특히 이 부분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금서' 부분이었다.

60-70년 암울했던 독재하에서의 민중운동, 군부독재의 80년 서울의 봄, 90년대 민주화의 성장을 위한 항쟁 등 시대상을 조명한다. 장발, 통기타, 음반, 노래, 항거 등 항쟁을 위한 수단들에 대한 향수에 젖게 한다.

<만보객 책속을 거닐다>에서는 책읽는 저자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저자의 가슴을 느끼면서 책과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삼을 수 있다. 책속에서 발견하는 세상살이, 그리고 책과 함께 나눠줄 수 있는 사상의 유희들 모두 즐거운 독서시간의 소중한 것들이 됐다.

느린 책읽기를 나도 한번 배워봐야겠다. 

시인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소설가라고 해야하나 통틀어서 '작가'라는 대표성을 가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정호승 작가의 <비목어>는 삶을 사랑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정의내릴 수 있다.

작가는 "우리의 삶은 결국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라며 진정한 사랑이 결여된 이 시대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사랑을 하기에도 얻기에도 어려운 현실, 그래서 사랑때문에 불행하기도 행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호승 작가는 사랑은 결국 사랑을 필요로 한다며 인간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이 책 <비목어>를 재출간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그래서 인지 정호승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아름다운 문체, 그리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좋았다.

당신과 함께하고 부족함까지 사랑하며 당신을 위해 무엇이 되고 싶은 우리들에게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상상력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선보인다. 

'비목어'는 명태나 고등어처럼 잘생기거나 인간들에게 유용한 물고기가 아니다. 모두 정상적이지만 눈이 하나뿐인 물고기, 그래서 홀로 바다속에서 유영을 할 때 꼭 동료물고기와 함께가야만 한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를 떠올리며 비목어의 사랑이야기를 정호승 작가로부터 들었다.

'비목동행'은 한 쌍의 눈처럼 같이 다닌다는 뜻인데 언제나 서로 떨어지지 않고 사랑하는 사이를 나타내는 말이다.(23쪽)

물고기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면 아름답고 귀여운 꽃도 등장한다.

'제비와 제비꽃'에서는 제비꽃과 모양에 대한 유래가 나온다. 아마 정호승 작가가 애달픈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이듬해 봄에 그들이 얼어 죽은 곳에 키가 제비만한 보랏빛 꽁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이 그 꼿을 보고 제비꽃이라고 불었어. 그게 바로 너야. 이제 알겠니? 제비꽃이 꽃줄기끼리 꼭 껴안고 있는 것도, 제비꽃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도, 사람들이 제비꽃을 사랑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야.(37쪽)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해어화 이야기. 사람들의 거짓말까지 알아듣고 괴로워하는 해어화. 서울 덕수궁에 가면 해어화, 즉 모란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으로 평소 어머니가 쓰시던 낡은 의자를 어느 한 중년 남성이 아내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아내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시작한 후 이 남자는 집에 있게됐다. 그래서 어머니의 의자에 앉은 중년 남성은 의자의 키가 맞질 않는다는 것을 알고 톱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정확히 길이도 재고 톱질도 했지만 자르고 자르고 또 잘라도 귀우뚱하기는 마찬가지, 나중에 알고 보니 집안 베란다 바닥이 평평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처럼 어머니의 사랑은 한결같고 똑같지만 그 사랑이 이르는 곳에 따라 받아들여지기도 아니면 매몰차게 거부당하기도 한다는 것을 정호승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얼굴 둘 달린 새 '기파조'

서로 위로하고 도움을 주며 사이좋게 지냈는데 오미자의 맛을 알고부터 다른 기파조가 자신의 어미에게 줄 오미자를 구했지만 기다리다가 결국 모두 먹어버리고 만다. 이런 일이 두세번 반복하다 보니 다른 한쪼의 기파조는 이제 더이상 믿음이 가질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오미자를 찾았는데 그것은 오미자와 비슷한 독이든 철쭉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괴씸한 생각이 든 다른 기파조는 가만이 있다가 결국 그것을 또 먹어버린 다른 기파조의 죽음으로 결국 저 세상으로 간다.

우리는 모두 시기와 질투를 한다. 하지만 자신의 희생이 사랑의 근본이며 희생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이끌고 유지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이익만을 취할 뿐이다.

아마 기파조 이야기에서는 이런 교훈을 들려주는 듯 싶었다.

정호승 작가의 비목어에는 실과 바늘, 해와 그늘, 외손과 오른손 등 반드시 함께하지 않으면 아무 소요없는 상황이나 사물들이 등장한다.

이런 이야기들도 작가이 사랑실천과 사랑의 숭고함예찬을 위해 중요한 요소가 된다. 떨어질 수 없는 사이, 그렇다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메세지 전달.

세상은 서로 돕고 사는 거야, 손을 잡으면 서로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줄 수 있지만 자기 혼자 꽉 쥐고 있으면 남을 해치는 주먹이 되고 말아(149쪽)

소의 발자국에 고인 물에 사는 송사리와 인간을 비유한 '우제어'

바다에서 잡혀 황태가 되고 명태가 되고 동태가 되는 명태이야기.

파도는 바위에 부딪혀 사라지지만 바다인 나는 그대로 살아 남아 있지 않니, 죽음도 그와 같은 거란다. 바다의 파도와 같은 거란다. 그러니 죽음을 너무 염려하지 말아라, 넌 죽어서도 남을 위해 다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단다(190쪽)

정호승 작가의 <비목어>에는 풍자가 나오고 사랑을 위한 상상력이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명태, 비목어, 송사리 등 물고기가 등장하고 제비꽃, 대나무, 난초, 해어화 등 식물들과 종이배,기파조, 풍경소리, 눈사람, 망아지, 조약돌, 다람쥐 똥 등 다양한 대상들이 화제를 이끈다.

왜 우리는 사랑해야 하는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찾아오는 아픔과 슬픔, 자신을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통해 행복.

나도 비목어처럼 외눈박이를 가진 인간일지 모른다. 그래서 더 멀이 보고 더 자세히 보고 내면의 아픔까지 보기위해서는 또 다른 비목어 짝을 찾고 싶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