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에 가면 성 시스티나 성당 천정벽화, 피아타, 켄타우로스의 전투 등 유명한 고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런 작품들을 실제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교과서를 통해 미술서적을 통해 많이 접했다. 그래서 작품을 보고 작가와 작품명을 하는 것은 이제 지식이 아니라 상식이 되어 버렸다.
아마 이런 작품들 외에 많은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볼 때는 아마 경외감이 생기지 않을까? 그중에서도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다비드상'은 미켈란 젤로를 대표하는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조각상일 것이다.

"색바랜 책에서 자연을 얻다"

"사람이 뭔데, 인간이 뭔제, 내가 뭔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편지랑 소포 부치며 <보내는 사람><받는 사람>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요, 그래서 <보냄><받음>만 쓰고 '사람'은 뺍니다. 참사람 구실은 도저히 못할 것 같고 가짜사람 노릇은 하고 싶지 않아서요. 인권에만 매달린 사람은 가짜 같아요, 천지만물에 두루 성스러움과 존엄함이 깃들어 있음을 받들어 대접하는 사람이 참 같아요......" 

전우익님의 <사람이 뭔데>는 "맨날 해봤자 그놈의 소린 그놈의 소릴 수밖에 없는데 또 지껄였습니다"로 시작합니다.

'사람이 뭘까?'라는 화두를 던지는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의 저자 전우익 선생은 과연 자연과 하나된 진정한 흙과 물과 산과 들과 그리고 푸르른 생명력의 나무와 하나가 되신 분이다.

25년생, 우리나라 나이로 80을 훌쩍 넘기신 선생의 활력적이고 활기찬 자연예찬과 인생예찬은 이 시대 잠시 쉼표를 찍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우리들의 매마르고 숨어있는 감성을 깨우기에 충분했습니다.

책이 다소 오래되고 표지가 세월에 바램이 뭔가 특별함을 내가 얻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정말 그랬습니다. 소박하고 작은 실천의 팔십평생을 어찌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뭔가 하나 얻어갔으면 하는 부끄러운 바램을 실천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전우익 선생의 세번째 작품인 <사람이 뭔데>는 '나무심는 즐거움'부터 시작되더라구요. 그리고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이 나무와 들꽃, 풀 등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자연과 내가 하나됨을 배웠답니다.  

전나무는 마당밭에 심어 사시장철 봅니다. 뙤약볕도 견디고 한겨울엔 한 달 가까이 눈을 덮어 쓰고도 앙증맞게 버티고 하는 걸 봅니다.

얼마나 덥게 얼마나 춥게 살 수 있나, 곧 얼마나 폭넓게 살 수 있나, 그래서 멋지게 크는구나, 그 놈 보면서 느껴요. 춥게 살고 덥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걸.(P21) 

전우익 선생은 아마도 자연의 성스러움과 존엄함뿐만 아니라 자연과 내가 하나됨을 이야기하고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는 삶을 사신다고 느꼈답니다.

무참히 짓밟히는 인권을 경시하는 듯한 말씀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선생의 속내는 그것이 아니죠. 선생이 말하는 인권은 본질의 뜻과도 일맥상통하겠지만 사람의 권익, 즉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자연이라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상상에 대해 꾸중을 하고 있습니다.

'XX국립공원', 'XX'도립공원', 'XX군립공원' 등 산의 이름은 사람들이 만들죠. 그렇다면 우뚝솟은 산이 그런 이름을 좋아할까요? 산에대 등산로를 만들고 침목을 깔고 음식점이 생기고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임의대로 바꾸는 그런 행위를 질타하고 있습니다.  

자연을 생긴 그대로 써라, 자연을 존중해라, 그래야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공기, 나무, 물이 없으면 못 사는데 인간은 제 힘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한답니다.

하늘과 땅 덕택으로 살고 있다는 걸 진정으로 알아야 한답니다. 인간이 제 힘으로 함부로 굴어도 된다고 여기면

큰일 난답니다. 큰일 나고 있지요......(중략)......책과 지식을 지나치게 가지면(지나치게 믿으면) 가장 소중한 자연이나

자신의 삶을 모르게 되니까 지식을 탐내지 말래요. 흉내 내지 말고 스스로 깨닫고 나아가서 자연의 이치도 깨달으랍니다.(P43) 

민들레 사이에서 피어나는 제비꽃. 그 제비꽃이 피면 으레 지지배배 강남갔던 제비가 온다고 하는 전우익 선생.

"그럼 제비꽃이 피지 않으면 제비가 오질 않나?" "아니면 제비가 오지 않으면 제비꽃도 없을까?"라며 의문을 던지는 내용이 나옵니다.

결론은 그건 제비꽃과 제비만이 알일 이라며 자신은 제비와 제비꽃을 맞이하면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환경파괴에 대해 대재앙이라며 자연을 푸르게 푸르게 가꾸고 환경보존과 보호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합니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고 임의적으로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을 한다는 것을 왜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요?

사람이 중요한지 자연이 중요한지 저울이 있으면 살짝 달아보고 싶어집니다.  

북극성=거기소(居基所) 

북극성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다고 '거기소'라고 한답니다. 동정(動靜)이란 말이 있답니다. 사람의 몸가짐이란 말인데 동은 동물, 정은 식물이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죠. 삶에서 동과 정은 조활 이뤄야 하는데 이 세상이 동에 치중한 나머지 속도, 초음속까지 나왔습니다. 난동, 맹동, 소동, 폭동이 판을 칩니다. 균형이 깨지다 못해 산산조각이 난 거지요.

전우익선생은 현상을 바로보는 사상이나 논조를 언급할 수 있을만큼의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마 이렇다면 선생은 내색하지 않겠지만 심히 불편힌 심정과 역정을 내실지 모르겠습니다. 자연을 모르는 사람들의 우매함을 지적할 뿐 무슨 사상이 있겠습니까? 사상이나 논조 또한 자연의 그러함을 망치는 일일텐데요.

허나 이 말에 자연을, 그러함,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도 살포시 선생의 생각을 고민해봅니다.

"사람이 뭔데..." 사람이 뭔데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의 신성함을 거부하는 것일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전우익 선생과 나무를 심으며, 기다리고 싶어집니다. 나무와 내가 만날 인연이 될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