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안녕하세요? 왜 안부인사가 소설속의 제목이 됐나?

오늘도 안녕하세요?

누군가 아침 일찍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이 있나 생각해봤다. 아직은 밤새 무슨 불미스러운 일이 없을까 안부를 걱정할 나이는 아닌 것 같다.

'혼정신성'이라고 아침 저녁으로 문안인사를 드리는 우리 고유의 풍습이 있다. 이는 아침에 자고 일어나 건강을 살피고 밤에 이부자리를 펴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아마 이런 풍습은 그 이름과 형태만 다를 뿐 어느나라에나 있기 마련이다.

이 책 <오늘도 안녕하세요?>는 바로 평균 나이 팔십세에 가까운 할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다. 잔잔한 소설이 아니라 '생활형 미스터리'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장르는 스릴러지만 자인한 살인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읽는 순간에도 머리를 긴장시켜 한 장면 한 장면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읽지 않아도되는 소설이다. 옮김이는 이 책을 '코지미스터리'리고 부른다. 살인장면이나 끔찍한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지루하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줄거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아파트에 사는 이웃 주민, 그러니까 할머니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여기에 살던 할머니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집안은 깨끗하게 청소가 되 있고 범인이 침입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살인현장에서 할머니들은 심장마비, 노환, 발을 헛디뎌 뇌진탕 등으로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들의 '글래디스 골드', 일명 칠십오세의 글래디 할머니는 자연스런 죽음이 아닌 살인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범인 잡기에 나선다.

우리 글래디 할머니를 도와주는 에벌린 마코위츠, 아이다 프츠, 벨라 폭스 소피 마이어비어, 프랜시 찰스 등 많은 이웃들이 등장한다. 평균 나이 팔십세.

여기서 볼 수 있듯히 이 소설에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독자의 주위를 흐트리는 요인이 되지만 '생활형 미스터리'라는 장르에 맞게 시간 흐름에 맞춰 우리 이웃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줄거리가 된다.  

코지미스터리-생활속의 잔잔한 이야기들이 주요 배경이 된다

'코지미스터리'는 가벼운 분위기의 추리소설이다. 선혈이 낭자한 장면은 없다. 세계 각국의 넘나드는 장대한 스케일은 아니고 생활속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이 줄거리의 핵심이 된다. 여기서도 할머니들의 등살에 못이기는 경찰,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대부분 코지 미스터리 소설속의 주인공이 여자라는 것처럼 글래디 할머니가 사건해결의 중심에 선다.

풀장이 나오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장면도 나오고 버스를 타거나 전철을 타는 모습들, 할머니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소위 도란 도란 시간을 보내는 모습들, 그리고 죽은 이웃 할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하는 해프닝 등이 모두 이 소설속의 배경으로 묘사된다.

아마 잔잔한 추리가 매력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이유가 살짝 밝혀진다.

할머니들은 노쇄하고 힘이 없으며, 젊은이들과 비교해서 역동적이지 못하고 생동감이 넘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마음속에서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고 꿈을 가지고 있으며, 젊은이들 못지 않게 일을 하려는 욕구가 참 강하다.

실제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는 것이 할머니들이다.  

"그 인간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라고 할까? 아니면 너희 같은 쓰레기들을 처단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이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지. 오래전에 죽었어야 할 것들이 아직도 살아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야. 누가 너희들처럼 불쌍하고 망령 든 패배자들을 원하겠어. 아무 쓸모도 없는 쭈그렁바가지에 휠체어와 보행보조기가 없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너희들을! 가족조차 내팽개치잖아. 가족도 너희들이 죽기만을 바란다고!"(414쪽) 

이처럼 주변인물은 노인들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래서 죽음까지도 자연사든 아니면 타살이든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아니다. 그래서 오늘도 안녕하냐는 물음은 단순히 안부인사에 그치지 않고 죽음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는 할머니들의 강렬하고 적극적인 욕구가 줄거리를 만든다. 불쌍하고 망령든 패배자, 쭈그렁바가지라고 묘사하는 것은 자신이 없는 삶속에서 어떻해든 도움으로 생활하려는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 정말 필요없고 쓸모없는 삶의 철학이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소설속 이야기-그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추리의 시작이다

"일단 생일을 들 수 있어. 셀마와 프랜시 둘 다 생일 전날 죽었잖아. 모두 심장마비로 죽었지만 두 사람 모두 생전에 건강했던 데다가 전에 심장마비가 있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어. 그리고 두 사람 다 혼자 있다가 죽었어. 전화를 걸려고 했던 점도 똑같고...... 그 전화만 생각하면 뭔가가 생각나려는 것

같기도 한데, 그게 무너지 도무지 모르겠어."(126쪽)

생활형 미스터리라고 해도 줄거리의 핵심은 있기 마련이다. 위 글에서 알 수 있듯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들의 의문의 죽음이다. 당연히 높은 나이에 죽음은 심장마비나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히 주인공 할머니는 죽음의 비밀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좌충우돌 일상생활속에서 범인을 찾기에 나선다. 일상생활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핵심, 즉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놓고 해결의 심마리를 찾는다기 보다는 일상생활을 그대로 소설속에 묘사하면서 중간 중간 단서를 찾고 범을 찾는 과정을 삽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장르를 그렇게 명명했는지 모르겠다. 그럴만한 줄거리다.  

그 때 두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더올랐다. 첫째, 소피의 말이 맞았다. 프래시라면 절대 싱크대를 지저분하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콘티넬탈 식당에서 가져온 디저트를 먹지 않았다면 이 부스러기는 뭘까? 내 머릿속에 계속 떠다니는 단어가 있었다. 죽음의 초콜릿...죽음의 초콜릿...(131쪽) 

이쯤에서 죽음의 초콜릿. 그러니까 살인사건이 음식과 관련이 있을까? 평소 싱크대를 지전분하게 사용하는지 아니면 깨끗하게 청소를 하는지 까지 살인사건 해결을 위한 실마리의 단서가 된다. 엽기적인 행위, 부도덕한 행태, 살인 등이 아니라 일상에서 찾는 실마리들. 다소 따분하고 지루한 감도 없지 않지만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담았기 때문에 미소를 머금고 책을 읽을 수 있다. 

오늘도 안녕하세요? / 리타 라킨 지음 / 이경아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8

 

(틱낫한 스님과 데니얼 베리건 신부님이 세상에 전하는 이야기) 

"불교,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 중 선택해야 한다는 당연히 '평화'를 선택하겠다"

틱낫한 스님과 데이널 베리건 신부의 대화를 엮어 펴낸 '평화이야기'는 아마도 당시 70년 베트남 전행 이후 혼란과 애국심만을 강조하면서 많은 젊은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던 국가관에 대한 비판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런 국가관이 인간존중을 경시하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킨다는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에 대한 종교적 일치를보이는 작품이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면서 "놀라운 것은 이 책이 베트남 전쟁 시대의 전형적인 특징, 전쟁과 저항의 쟁점들을 직접적이고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현재 상황에서 똑같이 깊은 울림과 반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한 것처럼 30년이 흘러도 그들의 대화는 유효기간이 설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데니얼 베리건 신부와 틱낫한 스님의 대화는 종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시 종교인이지 시인이지 비폭력저항주의자였던 두 사람의 대화속에서 오고간 모든 의견과 통찰은 마치 예언처럼 이 시대의 쟁점들과 공명하고 있다.

특히 모든 부분이 대화를 각색해 엮었기 때문에 대화 그 자체가 화두가 된다는 점에서 빠른 책읽기와 함께 메모가 필요한 작품이다.  

도입부의 <기억, 성만찬 그리고 죽음>이라는 부분에서는 베트남 전행에 대한 기억과 반성, 참상, 그리고 종교를 통해 우리들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소양과 의식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다. 저항을 위해서는 저항의 목적과 수단이 필요하다. 저항의 목적은 바로 이유없는 젊은이들의 죽음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대화속에서 "죽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사는 법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으셨을 겁니다"(p19), "우리는 삶을 추구한다면서 늘 도처에 죽음을 흩뿌립니다"(p24)라며 죽음에 대한 화두를 넌지시 던진다. 아마도 평화를 위해서 이유없이 죽어간 이들의 넋을 잠시나마 환기시키는 거시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음으로 <세상의 종교>편에서는 이런 죽음에 대한 종교적인 접근과 더 나아가 죽음과 종교를 접목시켜 시대상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아마도 종교적인 한계의 극복과 화해를 염두해두고 있는 듯 보였다.

"그가 불교도든 기독교도든 유태교도든 힌두교도든 세속적인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소중히 대하는 풍조, 이 두 가지 현상의 갈등은 매우 힘겹고 장기적인 투쟁이 될 것입니다" (p39)

지금도 타 종교뿐만 아니라 카톨릭과 개신교의 화해가 기독교의 가장 큰 화두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이들은 30년전부터 이야기하고 있었다.

틱낫한 스님은 "저는 당신을 가볍게 대할 마음이 추호도 없습니다. 저는 당신이 부처요 부처가 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라며 종교적 이분법이 아니라 하나로 볼 수 있는 겸손을 일깨워주고 있다.(p45)

특히 이런 종교적인 화해의 관점을 넘어서 국가를 운영하는 구성하고 유지시키는 '국민'에 대한 경시, 즉 생명의 경시 풍조가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데 의견접근을 보이고 강조하고 있다.

"누구도 국민에게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국민들에게 죽기를 바라느냐고 물어보지 않습니다. 국민들은 그냥 죽어갈 뿐입니다"(p56)

"청결한 살인-그러나 그 누구도 이스라엘의 보통사람들이나 난민수용소의 보통사람들하고 차분히 앉아서 우리가 제안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 결과로 이러저러한 일이 일어날 겁니다. 예컨대 여러분은 폭격을 받을 겁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누구도 일반인들에게 물어보지 않습니다......(중략)......그 지도부는 순전히 제멋대로 그런 결정을 내립니다"(p58) 

유태인 학살, 문확대혁명, 베트남전행, 쿠바 미사일 위기,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 침공, 코소보와 소말리아 등 다양한 내전 등으로 많은 생명들이 저 깊은 지하로 사라져버렸다.

생명경시풍조는 평화를 위협하고 국가유지를 빌미로한 무시풍조는 결국 우리시대의 평화는 있을 수 없다는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논리를 정당화시킬 뿐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평화위협요소에 대한 경계와 앞으로 평화를 위한 종교의 역할, 그리고 국가의 역할, 나아가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열쇠를 대화를 통해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자기희생>편에서는 아마도 이렇게 생명을 담보로한 일부 국가운영자들에 대한 경고를 강력히 하고 있다. 자기희생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쓰고 죽음을 강요하는 일부 정신병자들. 이들 두 종교인들은 어긋나고 왜곡된 이런 자기희생의 풍조를 비판하면서 "붓다가 마지막으로 말한 것들 중의 하나는 그대 자신의 등불을 밝히고 그 등을 들고 가라였습니다"(p101)라며 생명에 대한 위협, 평화유지의 위협요소를 위한 '저항'을 독촉하는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증오심은 폭력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듯합니다. 혁명지도자들은 의도적으로 증오심을 이용하려 드는 것 같습니다"(p119) 

틱낫한 스임과 데니얼 배니건 신부는 "참다운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권력을 지닌 어떤 정치체제와도 맞서야 하며 일종의 영구적인 반대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p135) 평화를 위한 끊임없는 저항을 요구한다.

이 책에서 우리들에게 전달하려는 메세지도 바로 평화를 위한 저항, 그것도 공동저항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저항보다 공동의 저항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우리를 억압하는 온갖 체제에 대할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목적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 있다" 

종교를 선택해야 한다는 망설임없이 평화를 선택하겠다는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 평화에 대한 갈구, 그것을 위한 저항정신을 가져야함에도 그렇지 못한 우둔한 스스로를 반성해본다.